「이발하는 기자단」이 바라본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6)

2014년 부처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현장을 시민의 눈으로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하여 시작된 「이발하는 기자단」의 시민 기자 22명이 군부대, 교정시설, 지역아동센터 등 총 46곳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찾았다. 아르떼365에서는 「이발하는 기자단」의 기사 중 6편을 골라 총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125 전경대 제주해안경비단의 연극 프로그램. 이경열 시민기자가 제주도를 찾았다.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수요일 오후에는 본부로 집합!

 

취재를 간 날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11월의 어느 수요일이었다. 125 전경대 제주해안경비단(이하 ‘125전경대’)과 연극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는 강사는 “종합예술인 연극은 협조와 협동을 통해 만들어가는 작업으로 특별한 예술 감각을 갖고 있지 않아도 할 수 있고, 연습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게 되면서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 해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했다. 125전경대는 12월에 수업이 마무리되면 발표회를 가질 예정으로, 무대에 올릴 코믹물과 따뜻한 이야기 등 총 5편의 연습이 한창이라고 했다.

 

속속 군인들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125전경대는 제주도내에 3개 부대로 나뉘어 있는데 연습하는 이곳이 본부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연극 수업 참여를 택한 군인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봉고차가 3개 부대의 군인들을 태워 오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조금 지연되기도 하고, 군부대의 특성상 예정에 없던 훈련이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오늘만큼은 무사히 모인 군인들은 연습이 시작되자 대본에 몰두하며 팀끼리 동선을 구상하기도 하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125전경대125전경대

 

현실에서는 선임, 극중에서는 후임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는 데 도움 줘

 

「재채기」 대본 연습이 시작됐다. 공연을 관람하던 중에 상관의 뒤에 앉은 병사가 상관 귀에 대고 크게 재채기를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심약한 병사는 두려운 마음에 상관의 집무실까지 찾아갔다가 또 다른 실수를 연거푸 하게 되어 점점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는 내용이었다. “야, 이 새끼 뭐야, 당장 끌어내.” 상관이 큰 소리로 짜증을 내자 “죄,죄송합니다. 제,제가 재,재채기를 한 건 크,큰 실수입니다. 저,정말 죄송합니다.” 병사는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더듬거리며 사과를 한다. 실감나는 연기에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재채기에서 병사 역할을 하는 군인은 실제로는 연습실에서 제일 고참이었다. “역할은 내가 선택했는데 선택하고 보니까 초임이었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대사를 외우고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동료들과 친해지기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극이라고 하면 대단히 거창한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참여하다 보니, 내가 마치 배우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상관 역의 군인에게 선임과 함께 연습하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정말 통쾌합니다. 선임이 좀 더 실감나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4월 무렵 동기와 함께 ‘극장 구경을 하려나?’하는 생각으로 이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대사를 하고 역할극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극중에서 욕을 할 때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갑갑함이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평소 단어까지도 군인다운 언어만 사용해야 하는 제한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발산해내는 데 이 수업이 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나올 때, 총까지 갖춰 무장한 군인이 눈을 맞추며 반갑게 경례를 했다. 조금 전까지 연습실에서 제일 큰 목소리로 참여하던 군인이었다. 4월 시작부터 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며 연극이 체질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던 친구였다. 아쉽게도 오늘은 연습시간과 근무시간이 겹친 모양이었다.

 

휴전 중인 우리나라의 현실, 그리고 그 안에 천륜으로 태어난 우리나라의 남아들. 그들이 있어 우리 국민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한한 존경과 경외심이 들었다. 충성! 대한민국의 국군 장병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김다빈 _ 상상놀이터

이경열 _ 시민기자

 

ㅇ 사업명: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의경부대
ㅇ 주최/주관/협력: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경찰청
ㅇ 수혜시설: 125 전경대 제주해안경비단
ㅇ 수행단체: ㈜동방골바람
ㅇ 프로그램 명: 무대 위에 그리는 나의 이야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부터 국방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통일부 등 여러 정부부처 및 산하기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왔으며, 군 장병, 수형자, 소년원학생, 아동청소년, 근로자, 북한이탈주민, 의무 경찰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국악, 미술, 음악, 연극(뮤지컬), 무용, 미디어, 문학, 마술 등 크게 8개 분야를 운영한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은 매년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확산에 기여할 운영단체를 선발하여 교육 참여자들에게 유익한 문화예술 체험, 학습,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총 982개 시설에서 1156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약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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