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찍는 도구에
필요한 것은 무엇?

 

인터뷰의 시작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단편 영화 한 편을 본 것으로 비롯되었다. 선박사고로 망망대해에 흩뿌려진 고무 오리 인형의 행방을 찾는다는 내용의 발랄한 이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색감이나 화질, 편집 등의 기술적 부분이 대형 영상장비로 촬영한 것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에 스마트폰 영화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 그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KT 올레미디어스튜디오(ollehstudio.kt.com)에서 문화 마케팅 기획자이자 스마트폰 영화 제작 가이드북 <아이폰 영화 만들기> 필자 유순미 씨와 KT 오픈콘텐츠활성화TFT 김상신 차장을 만났다.

 

“아이폰 4의 경우, 실제 영상물을 찍어 극장 상영이 가능할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어요. 내장된 동영상 카메라만으로도 말이죠. 그리고 영상편집 앱을 사용해 스마트폰상에서 영상물 편집도 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스마트폰 영화’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앱으로 편집한 영상물이라고 할 수 있죠.” 유순미 씨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영화를 찍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 영화를 찍을 때 기기의 성능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이냐는 것이지요. 스마트폰 영화는 기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찍을 수 있어요. 손쉽게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나만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개성과 창의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촬영부터 편집까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 영화, 그것이 ‘작품’으로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

 

스마트폰 영화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세계 각국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촬영한 영화를 볼 수 있다.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의 작품을 만든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 4로 촬영한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은 제61회 베를린영화제 단편영화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사용했던 대형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서 독특한 앵글을 실험할 수도 있었고, 접사 기능의 경우 오히려 일반 카메라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스마트폰 영화 촬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미디어 환경의 대세는 개방형입니다. 현대 미디어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거든요. 스마트폰 영화의 가치는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널리 공유할수록 미디어 환경이 풍성해질 것입니다.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감동이 아니라 살아 숨을 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안에 담긴 날 것의 메시지가 제 몫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거죠.”

 

김상신 차장은 KT와 같은 통신-미디어 기업에서 스마트폰 영화를 주목하고, 교육기관(올레미디어스튜디오)을 통해 무료로 스마트폰 영화 교육을 주최하는 까닭이 ‘미디어 환경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양질의 영상 기록을 손쉽게 남길 수 있다면 자연스레 미디어 환경의 ‘수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순미 씨는 학교, 기업체, 연구소 등 다양한 곳에서 스마트폰 영화 교육을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더 이상 낯선 도구가 아닙니다. 마치 물감이나 크레파스처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도구지요. 제가 학교에 교육을 나갈 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 배우는 스마트폰 영화 교육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말고 생활 속에서 꼭 적용하라는 것이지요. 무심코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도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그리고 영상에 담긴 나의 일상을 새롭게 보는 데서부터 창의성이 펼쳐지고요. 저는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꼭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업체 교육을 해 보면, 처음엔 스마트폰을 들고 낯설어하던 어른들이 이내 즐거워하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담아내곤 해요. 중요한 건 ‘낯설게 보기’, 그리고 ‘다르게 보기’라는 거죠.”

 

아무리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봐도 한 번 실천하는 것보다 못하다. ‘간접 경험’에 불과하던 영화를 직접 내 손으로 찍을 때 일상은 비로소 특별해지고, 우리 안에 잠자던 상상력이 눈을 뜰 수 있는 것이다.

 

 

문화를 바꿔 나간다!
스마트폰 영화

 

유순미 씨와 김상신 차장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 영화의 특별함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휴대할 수 있고, 영상 편집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기기도 가지지 못한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기기의 발달로 영상 품질도 보장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창의성은 찰나의 순간 사라져 버린다. 창의적 생활의 첫 번째 수칙은 ‘언제 어디서나 메모할 준비를 갖출 것’이다. 스마트폰은 수시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잡아 두고, 기록하며, 형태를 갖춘 무엇인가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예전에는 메모 몇 줄로 순간을 재생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죠. 여러 줄의 메모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낫고, 한 장의 사진보다는 1분 동안의 동영상이 낫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1분 동영상보다는 더 오래, 더 정교하게 볼 수 있는 영상물이 낫지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영화를 찍었으면 해요.” 스마트폰 영화 촬영은 기기 성능의 향상과 다양한 앱 개발을 통해 앞으로 더욱 쉬워지고 간편해질 것이다. 이를테면 DSLR이나 블로그의 대중화 과정과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기술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블로그를 만들고 DSLR을 사용한다. 이처럼 스마트폰 영화 역시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만들기 쉽고 더 좋은 창작물을 선보일 것이다.

 

한때 ‘헐리우드 키드’를 꿈꾸었던 유순미 씨와 무비 카메라, 캠코더,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해 온 김상신 차장. 두 사람에게도 스마트폰 영화는 꿈을 이루어 주는 도구다.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 잊지 못할 여행지의 풍경, 친구와의 유쾌한 웃음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일상이 그저 뻔하게 느껴지거나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어 카메라 기능을 실행해 보세요. 그때부터 세상이 달라 보일 겁니다.” 유순미 씨와 김상신 차장이 환하게 웃으며 권한다.

 

지금, 당신의 손 안에 있는 바로 ‘그’ 스마트폰이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것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면? 조그마한 스마트폰이 당신의 오랜 바람이었던 영화 감독의 꿈을 이뤄 줄 수 있다면? 기술의 발달로 ‘예술’은 우리에게 한결 더 가까워졌다. 스마트폰만으로 충분히 극장 상영이 가능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고, 누구나 영화 감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글.사진_박세라 자료사진제공_유순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