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평범하지만, 스스로에게 특별한 것

한 사람의 소지품을 펼쳐놓고 보면,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일을 즐겨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손때 묻은 소지품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이야기로, 주인의 삶을 함께 돌이켜볼 수 있지요. 혹시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모으게 되는 물건들이 있나요? 항상 곁에 지니고 다니는 나만의 소지품은 무엇인가요? 한 켠에 쌓아 놓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세요. 나의 물건들은 나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요?

 

사물(事物)놀이
사물(事物)놀이
사물(事物)놀이

1. 대청소(서랍정리II)_이불 위에 수집된 벳지들@122동 702호_가변크기_2013. 구수현 작
2.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군산_타일 위에 수집된 오브제 배열(가변설치)_41x51x10cm_2013 구수현 작
3. 대청소(서랍정리)_보도블럭위에 수집된 투명 케이스들@122동 702호_가변크기_2014 구수현 작

 

“사물을 잘 정돈해보고 질서정연하게 나열해본다. 사물들은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사물들을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정리한다. …… 타인과의 기억을 가진 사물들이나, 개인적 취향으로 모아둔 사물들이 작업의 재료가 된다.” – 구수현 작가 노트 中

 

먼저 내가 가진 사물을 둘러봅니다. 이 물건과 어디에서 만났는지, 나와 어떤 경험을 했었는지 등 사물과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그 사물들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패턴과 함께 배열합니다. 이불에 새겨진 바느질 선도 좋고, 화장실 바닥에 깔린 타일도 좋습니다. 이런 모습이 있었나, 이런 걸 갖고 있었던가 등등 다양한 감정이 떠오릅니다. 사물을 스쳐간, 사물에 담겨진 내 삶의 흔적을 다시 만납니다.

 

구수현 작가는 “개인이 경험하는 일상의 사건에 주목하고, 그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으로서 이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작업은 점차 작가 개인을 넘어 타인의 기억 그리고 사물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확장되었고, 작가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늦여름부터 시작된 2014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물(事物)놀이> 프로그램에 예술가로 참여해 어르신들마다 지닌 ‘기억을 가진 사물’을 살피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들었습니다.

 

사물(事物)놀이

경로당 회장님이 직접 만드신 짚신을 비롯한 어르신들의 사물 (강원 고성 야촌리 경로당) -사진 이용훈

 

물건마다 담겨있는 사연들은 단편집을 읽는 것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봉제공장 다니는 딸이 지어준 자켓, 공무원 시절부터 사용해온 볼펜, 내 귀나 다름없는 보청기, 아내가 한 땀 한 땀 떠준 조끼 등등. 평범한 사물이지만 나에게는 참 특별한 것. ‘기억이 가진 사물’의 가치가 마음 속 깊이 와닿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물들은 물건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그 사람을 표현하는 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투박하게 벗어놓은 양말 한 짝에 그 주인의 온기와 함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현상들을 보면서 ‘기억을 가진 사물’이 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습니다.” – 구수현 작가

 

사물(事物)놀이사물(事物)놀이사물(事物)놀이

1. 제일 비싼(?) 지갑. 메모지(다이어리) 겸용으로 쓸 수 있다 (강원 춘천 조양1리 경로당)
2. 오래 신어서 누리끼리해지고 늘어나버린 버선 (강원 양구 웅진리 경로당)
3. 체육대회 때 받은 모자 (강원 춘천_원창2리 경로당)
 -사진 이용훈

 

지금 나의 곁에는 어떤 사물이 있나요?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건, 서랍이나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 하나하나 펼쳐놓아 보세요. 그 사물은 어떤 기억을 말하고 있나요? 흔한 물건이지만 내게는 특별한 사물처럼, 인파 속 평범한 ‘나’이지만, 분명히 특별한 ‘나’를 만날 수 있길 빌어요.

 

[be normal; 정상처럼 굴기]프로젝트, 구수현 http://gallerybn.com

2014 움직이는 예술정거장_‘사물(事物)놀이’
구수현 작가의 작업방식을 활용해 기획된 ‘사물(事物)놀이(기획•진행: 구수현 작가, 이용훈 작가)’는 자신의 물건들 속에 숨어 있던 기억과 가치를 발견하여 공유하고, 그 시간을 기념하고 담아둘 나만의 액자를 만들어 보는 시간여행 프로그램으로 <2014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http://artebus.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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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진 2015년 01월 22일 at 10:59 AM

    외국 영화에서 결혼하는 딸에게 어릴 때 딸이 사용했던 티셔츠나 함께 여행하면서 모았던 손수건들을 모아 이불을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오랜된 것’이 아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의 소중함을 느끼면 살아야겠다.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그런 시간들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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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진 2015년 01월 22일 at 10:59 AM

    외국 영화에서 결혼하는 딸에게 어릴 때 딸이 사용했던 티셔츠나 함께 여행하면서 모았던 손수건들을 모아 이불을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오랜된 것’이 아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의 소중함을 느끼면 살아야겠다.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그런 시간들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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