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씨는 요즘 젊은이들의 필수품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집중하며 터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웹서핑, 문서작업, 이메일, 인터넷 뱅킹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씨로 ‘예술’을 할 수 있다면? 이 멋진 도전에 나선 젊은이들을 만났다.
기술이 발달하면 예술이 재미있어진다
열한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스마트폰 밴드 ‘스마트그루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스마트폰 동호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2010년 가을 스마트폰 동호회 게시판에 게재된 회원모집공고가 이들의 시작.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를 보면 앱(어플리케이션)을 깔 수 있잖아요. 드럼, 키보드, 기타 등 악기연주 앱을 깔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합주’를 하다 다른 사람들하고도 함께 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년멤버’인 박상구 씨는 밴드의 첫 시작을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악기연주 앱을 써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용하기가 굉장히 쉽거든요.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악기를 구입하고 연주할 수 있을 만큼 배우려면 시간적 금전적 부담이 큰데,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거죠.” 멤버들은 각자 포지션을 정하고 서로 좋아하는 곡을 논의해서 한 곡 두 곡씩 레퍼토리를 늘려 갔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과 함께
스마트그루브의 멤버 중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멤버들의 면면도 직장인, 학생, 공익근무요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인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동호회에서 만난 만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 등 첨단 정보기기 사용에 관심이 많다는 것. 하지만 또 모두가 그런 것만도 아니다. 스마트그루브와 함께 한 이유도, 각자의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음악을 연주할 때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남들이 들을 땐 프로 밴드가 진짜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못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에요. 저희들도 실제 악기연주와 어플리케이션 사이의 ‘갭’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그루브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이에요. 합주를 하다 보면 ‘아, 이 맛에 밴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서로 같은 리듬을 타고 딱딱 맞춰 나갈 때 참 신이 나죠. 또 반대로 서로 바빠서 연습을 잘 못했다거나 할 때, 합주가 잘 되지 않으면 속상하고 그래요. 이런 감정들은 밴드를 하기 전엔 몰랐던 거죠.” 멤버 민정호 씨는 밴드를 통해 즐거움과 아쉬움을 모두 느낄 수 있게 되었다며, 밴드 활동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저희 밴드 멤버들은 모두 음악을 좋아합니다. 아마 음악을 좋아한다는 절대적 공통점이 없었다면 이렇게 하나의 밴드로 활동할 수 없었을 거에요.” 박상구 씨의 설명처럼, 좋아하면 하고 싶고, 하다 보면 더 많이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항상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는 이들의 음악 갈증을 톡톡히 풀어 준다. 연습을 할 때도 이어폰을 꽂고 앱을 켜면 언제 어디서나 혼자만의 이동 연습실이 생기고, 합주를 할 때도 커피숍이나 공원에서 손쉽게 함께 연주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장르간의 크로스오버, 스마트하게
스마트그루브는 올 1월 명동거리에서 퍼포먼스와 연주, 댄스를 선보이는 게릴라 공연을 열었다. 서울시인터넷방송국과 함께한 이번 공연에서 스마트그루브는 연주와 퍼포먼스를 했고, 전문 창작 댄스동아리가 춤을 추었다. “거리의 시민들이 깜짝 놀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것이 짜릿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를 쓰지만 이것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저희들의 연주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된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민정호 씨는 앞으로 스마트그루브가 함께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어디든 서고 싶다며 웃음짓는다. “저희가 스마트그루브를 결성하면서 또 하나 목표를 세운 것이 있어요. 저희들의 활동이 봉사로 연결되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시설이나 쉼터 등에서 연주를 하는 것 등을 생각해 왔습니다. 조만간 꼭 해 보고 싶은 일로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연주를 하는 것입니다. 저희 연주는 기계를 터치해서 소리를 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앞이 안 보이는 분들도 함께 연주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주하는 즐거움이 나눔으로 커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
이외에도 국악연주, 팬터마임 등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크로스오버도 꿈꾸고 있다. 박상구 씨는 “미술전시회나 퍼포먼스 현장에서 음악을 연주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씨는 휴대성이 좋기 때문에 현장에서 음악을 연주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또한 “스마트그루브와 함께하고 싶은 분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저희의 도전이 더욱 새롭게 이루어지기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새로운 멤버를 만나고 싶네요.”라고 말한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항상 밴드의 문호를 열어 둔다는 이들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기술을 만나자 멋진 것이 태어났다. 그것이 바로 스마트폰 밴드 스마트그루브다. 이들은 차가운 기술에 따뜻한 사람의 정과 반짝이는 창의성을 더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향하는 밴드 스마트그루브. 더불어 함께하는 곳 어디라도 찾아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실로 21세기 ‘디지털 유목민’의 노마드 밴드라 할 만하다.
글_ 박세라 사진_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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