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가 된 학교, ‘무늬만학교 품’

 

내 인생의 주인은 ‘나’

 

1992년에 만들어진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은 그 동안 여러 활동으로 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그들은 다시 ‘품’으로 돌아와 선배가 되고 활동가가 되었다. 이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한, 공부와 놀이, 꿈과 현실, 교육과 실천의 간격을 줄이고 연결해나가는 시도가 바로 무늬만학교 프로젝트이다.

말 그대로 무늬만 학교인 ‘무늬만학교 품’은 주말형 대안학교다. 2011년, 1기생을(문화놀이터 11명, 인문놀이터 6명) 졸업시켰다. 문화놀이터에서는 지역청소년축제 ‘추락(秋樂)’을 직접 기획하며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몸으로 체화하고 주체적으로 내 인생의 기획자가 되는 준비운동을 하고, 인문놀이터에서는 이론적인 인문학이 아닌 실제 ‘삶’ 자체 본질에 문화적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유현희 선생님은 품이 전국단위로 활동할 때 고향인 춘천에서 청소년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품과 인연을 맺었다. 본인은 이때부터 품의 예비활동가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막연하게 가치있는 삶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치있는 삶이란 문제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일터와 일상이 분리되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거에요.”

2003년 드디어 품에 합류하였고 벌써 9년 차 고참 활동가다.

 

배움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이라 일컫는 학교의 일탈이 아니다. 대안적으로 만들어진 학교의 다른 모습, 다른 교육방법이 대안학교가 아니다. 세상의 보편적인 눈으로 보면 틀에서 벗어나는 삶을 택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흔든 용기있는 아이들이다. 세상에는 여러 모습의 배움터, 스승이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들어있는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가 무겁다는 유현희 선생님은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질 때가 가장 기쁘다. 눈도 못 마주치는 통나무 같던 아이들이 살아날 때, 학교에서는 손들고 발표도 못 하는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의견을 말할 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깝다.
“분명 모든 아이에게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있어요. 그냥 목표도, 목적도 없이 따라가는 게 안타까워요.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교육환경에 적응되어 버린거죠.” 

무늬만학교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적 특징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야 부담없이 자기를 드러낼 수 있다. 무늬만학교에서는 재학생, 탈학교,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구분하지 않고 입학생을 받는다. 소외학생, 부적응자는 어른들의 구분짓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름’ 이해하기

 

중•고등학생 시절 동네에서 연극을 시작하고 동아리에서 꾸준히 문화•예술 활동을 해 온 유현희 선생님은 그때는 문화가 뭔지, 예술이 뭔지도 몰랐단다. 그냥 마냥 즐겁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즐겁게 살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살지 못할까 생각하면 안쓰럽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문화경험이란 소중한 가치를 나눠주고 싶다는 유현희 선생님.

무늬만학교에서는 문화•예술을 즐거움 그 자체이며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근원이자 상대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라고 한다. 취향과 기호는 다르지만 상대의 즐거움을 이해하는 것.

힙합과 트로트를 함께 춤추게 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이다.

 

2012년 2기생을 모집하는 무늬만학교는 올해 놀이터를 통합하고 주말형 대안학교에서 일상 대안학교로 전환하려는 목표가 있다. 품의 교육이 일상에서도 실천되려면 주말에만 만나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두 번째 입학생은 4월부터 놀이를 시작한다. 1기생 중에는 여수에서 주말마다 올라온 열정 넘치는 친구도 있었다. 3월 18일까지 모집하는 2기생은 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하기를,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기획하는 당당한 삶의 주체자가 되기를, 세상의 가치를 발견하며 행복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경험은 인생의 가장 유익한 선배이다. 좋은 일이든 아니든, 앞서 그 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인도자가 될 수 있고 교훈과 지혜를 물려줄 수 있다.
평생 청소년들과 놀이의 즐거움을 나누며 진정한 삶의 행복을 함께 누리고 싶은 ‘무늬만학교 품’의 유현희 선생님은 경험기부자다.

 

글_김혜련 사진_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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