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본 토요문화학교

 

올해 3월부터 주 5일제 수업이 시작됐다. 걱정과 우려를 감출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반응이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시행되다 보니 일부 학부모와 학생에게 토요일은 골칫거리가 되어 버렸다. 토요 프로그램들이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만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아이들에게 휴일을 잘 보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한 교육이다. 이에 대한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들의 정서적 쉼터가 되어 주길

 

다르게 보기올해부터 아이들의 주5일제가 시행되었다. 주5일제는 주말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아이들이 일주일간의 학습 스트레스를 풀며 재충전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 마냥 좋은 제도로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학부모가 주5일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맞벌이의 경우 워킹맘들의 시름은 배가 된다. 다행히 여러 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토요일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역마다 관련 단체들과 함께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한다고 하니 반가운 맘이 든다. 이런 단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접근성이 좋아야 할 것이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은 거리가 가깝지 않으면 부모가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부모가 케어가 가능한 경우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픽업이 가능한 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면 최대한 이용이 편리한 지역이나 각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져야 많은 아이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외계층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저렴한 교육비를 책정하거나 무료 진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여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부모들이 질 좋은 프로그램들을 찾아다니며 시킬 수도 있고 이미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그리 여유롭지 못한 경우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도 충분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로 아이들이 즐거운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얼마 전 동네 2학년 아이에게서 1년 동안 친한 친구와 어울려 놀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놀이에 목말라 있다. 충분히 놀면 행복할 아이들을 놀 수 없게 하고 나중에 놀이치료를 받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가 함께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배운다’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논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네 번째는 고학년일수록 프로그램의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어릴 때는 다양한 것을 많이 접해보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결과물이 있는 교육이 적절해 보인다.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미술관 프로그램은 2학년부터 시작해 5학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교육으로 어린이 도슨트과정과 연결돼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도슨트로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우리 아이를 비롯해 이 과정에 참여한 거의 모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

다섯 번째로 통합예술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21세기는 통섭과 통합의 시대이다. 문화예술교육에도 미술과 음악, 연극과 미술, 과학과 미술, 수학과 음악 등등의 장르를 통합해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문화예술은 치유의 힘이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메말라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설명할 순 없어도 몸으로 느껴지는 예술의 힘을 접할 기회가 더욱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토요문화학교가 아이들에게 정서적 쉼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글_유정관 안양 양지초 5학년 정병각 학생 어머님

 

참여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자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서 제도적으로 아직 준비되지 않아 걱정과 우려 섞인 고민을 한다.
주5일제 수업에 찬성하는 부모의 입장이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연하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신문을 찾아보면 체험학습 등 민간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뿐이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 그리고 영화관람이 고작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큰 맘 먹고 가야지 주말마다 갈 수 있는 문화체험으로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흥미를 갖고 학교나 가정에서 겪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했으면 한다.

우리 딸은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했다. 그동안 토요휴업일에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약 5년을 다닌 셈이다. 초등학교 때는 토요휴업일에 별 부담이 없었지만 중학교 가서는 주변에서 학원을 보내거나 공부를 해야지 미술관 가서 뭘 배우냐는 식의 눈빛이었다. 부모로서 걱정도 많았지만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이면 억지로 학원에 가서 되지도 않는 공부를 듣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다른 아이들은 중간고사다 기말고사다 하면서 학원 갈 때 우리 아이는 미술관에서 미술수업을 받고 미술관에서 작품감상을 했었다. 엄마도 일상에 지쳐서 힘들 때 아이와 함께 오가면서 차 안에서 못다 한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작품들 감상하면서 마음에 안정과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었다. 지친 피로를 그렇게 풀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청소년 프로그램이 없어서 못 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때의 추억을 아이는 이야기 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아이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제일 잘하고 공부도 장학생으로 입학할 정도로 곧 잘한다. 학교 선생님은 자신감과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칭찬도 많이 하신다. 이 모든 게 꼭 미술관 수업을 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좋아하는 걸 했을 때 생긴 결과인 것 같다.

 

그래서 주5일제 수업에 바라는 나의 마음은 학교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와 지자체가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자에게 가산점이나 봉사활동의 점수를 주는 식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학교생활에서 만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체험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예컨대 예능에 관심 있는 아이를 위해 기타교실, 노래교실, 춤교실 미술교실 등 평소에 하기 어렵지만 주말에 학교를 떠나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도 신 나게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도 체육과 놀이에 관심 있는 아이를 위해 각종 체육교실과 당구, 골프, 볼링 등 새로운 체험을 유도하는 것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건전한 놀이 문화를 유도해서 청소년 탈선도 막고 아이들이 주말에 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와 학교에 서로 소통이 어려웠던 아이들이 각종 상담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일선에서 진행하는 청소년상담센터 라든지 교육청 Wee센타 프로그램을 밖으로 노출해 문제아가 가는 곳이란 시선에서 탈바꿈해 모든 아이들이 그들의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응의 프로그램으로 직업교육을 위해 직업체험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다. 막연히 아이에게 꿈이 무언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기 이전에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많음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관공서 체험이나 경제인식을 위한 교육 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한다.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법원경매 등에 참여하는 것을 체험함으로써 법질서 교육을 하고, 은행이나 증권회사 방문을 통해 경제교육도 하고, 관공서 등에 민원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면서 공공인식 교육과 사회인으로의 선교육을 체험하는 것도 생각해 본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듣고, 보고, 느끼고, 만들어 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만들어도 참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참여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길 바란다.

 

글_김영경 경기도 광남고등학교 1학년 채유진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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