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의 ‘에디톨로지’는 지식의 편집방법론이다. 에디톨로지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번역하자면 ‘재미있는 지식의 편집놀이’ 정도일까? 그는 우리의 창의력이란, 실은 살아오면서 우리에게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요리조리 잘 짜 맞추는 편집능력의 다른 이름이고, 그 과정에서 ‘뻔’한 이야기가 ‘펀’하고 낯선 이야기로 재탄생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에디톨로지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

 

‘창조력이란 누군가 혹은 어디선가 전해 들은 지식의 편린과 경험의 찰나가 축적된 것을 나만의 관점으로 낯설게 재편집 해내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짜깁기가 고통의 과정이 아니라 놀이처럼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야만 흥미로운 창조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에디톨로지의 개념은 사실 새롭다기 보다 우리가 은연 중에 하고 있는 일을 드러내 보여준 것인데 누군가의 에디톨로지는 천재의 창의력이 되기도 하고, 전혀 무의미한 수다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자는 에디톨로지의 과정을 잘 보여준 예로 독일 학생들의 카드를 이용한 학습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학생들은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학습내용을 카드에 기록한다. 카드 위에는 키워드를, 그 아래에는 연관된 개념을 적고, 카드의 앞뒷장에는 관련 요약 내용을 적어 넣는다. 마치 도서관 사서가 새 책을 인덱싱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게 되고, 이 카드를 자유자재로 재조합 해보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트필기가 익숙한 우리로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연상기법이다. 내적기준에 의한 체계성과 이합집산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좋은 에디톨로지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훌륭한 에디톨로지는
새로운 에디톨로지의 가능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때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이다. 내가 내 사고의 주인이 되는 순간 나의 에디톨로지는 창의력의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에디톨로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진정 내가 몰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의 관심사! 그에 따른 체계적이고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의 축적. 내 목표의식에 따른 데이터베이스의 자유로운 재조합.

 

에디톨로지는 확고한 내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낯섦에 최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일종의 삶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인정하는 다름이 모여 새로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바로 에디톨로지 아닐까.

 
 


정민영 _ 글

정민영 _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