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서는 예술가들

모두의 예술교육⑨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

예술가란 무엇일까? 예술을 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하지. 예술의 정의가 있던가 그렇다면 정의된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니 그보다 예술을 정의할 필요가 있던가? “그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예술가로서 전하면 그것이 예술가고 예술이 아니던가.”
2025 프로젝트 예술단 옴니버스의 ‘?공연’ <다다다닷>(읽다 추다 그리다 노래하닷)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다. 세상은 수많은 예술가가 살아가고 있고 대중은 그들의 예술을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예술가와 예술을 보는 대중들 속에는 장애인도 있다. 2023년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에서 진행한 미디어 오페라 <메마른 땅 위의 동물왕국>을 진행할 당시, 비장애인 배우로 참여했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 동등한 배우로 서고 싶다.’ 무대 위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누구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표현과 자기주장, 비장애인과 다른 표현들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동등한 예술가
사회로 나와 활동하며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워왔던 나는 ‘이렇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멍해졌다. 그들의 예술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워크숍을 진행했던 강사나 서포터로 있는 비장애인 배우가 아니라 같은 예술가의 위치로 무대에 함께 서서 연기하고 싶었다.
동등한 예술가란 무엇일까? 비장애인으로 학교에 다니며 동아리, 영화 관람, 연극 관람 등 내가 원한다면 일상에서 언제든 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은 예술교육이나 문화예술 관람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동등한 예술가가 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교육 기회를 당연히 받아오며 살았던 나는 이런 생각조차 못 하고 그저 동등해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공연예술창작터 수다, 주최·주관)는 동등한 무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무대 훈련(워크숍)을 넣고 강사가 아니라 ‘길잡이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대에 함께할 예술가들이 나의 예술을 잘 보여줄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그 길을 함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만든 이름이다.
서로 다른 예술이 만나는 순간
그렇게 네 개의 장르, 연기(공연예술창작터 수다), 음악(유수인), 미술(김용양), 무용(권혜인)의 길잡이예술가들이 모였다. 우리가 기획한 무대는 연극을 베이스로 한 다원예술극이었는데 정해진 틀에 맞춰 대본을 외우고 움직이는 것보다 형식과 틀을 정하지 않고 그날의, 그 시간의 우리가 만들어내는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프로젝트 예술단 옴니버스’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잡이예술가와 장애예술가 10명이 모여 16회의 무대 훈련을 진행했다. 16회의 만남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가르침을 주거나 정답을 만드는 자리가 아닌 ‘각자 다른 세상을 살아오던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을 소개하고 그 예술을 ‘무대’라는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무대 훈련을 진행하다 보면 누군가는 ‘나는 매일 오는데 왜 저분은 매일 안 와요?’라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나는 이만큼 열심히 하는데 저 사람은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요. 집중을 안 해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발화가 느린 예술가가 있으면 답답해하거나 더 빨리 말하기를 원하거나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다른 연극 현장에서도 항상 있었던 문제기도 하다. 공연을 한다는 것은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여 몇 달 동안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을 아직 모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몇십 년을 따로 살다가 고작 3개월 정도 만나는 건데 그 시간 안에 서로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가 모인 목표는 예술가로서 예술을, 공연을 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씨는 ○○씨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씨가 더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저희가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다음부터는 서로를 더 챙기려고 했다. 나보다 남을 더 챙기는 재미있는 상황이 생길 때도 있었다.
해도, 하지 않아도 되는 예술
우리도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수많은 날이 있었다. 이번을 포함해 지난 3~4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연극 워크숍을 할 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적, 워크숍 공간에 오긴 하지만 오자마자 나가기도 하고, 때론 내내 독립된 공간에 있어 전체 진행이 느려지기도 하고, 준비해온 워크숍 이야기를 꺼냈을 때 ‘싫은데?’ 하며 단칼에 거절당하기도 했다. 거절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마음이 아프기도, 정해둔 준비 과정을 다 마치지 않아 불안하기도,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아쉽기도, 몸이 두 개, 세 개였으면 좋았겠는 생각도 했다. 도움이 될까 싶어 논문을 눈이 빨개질 정도로 읽기도 하고, 피하는 눈을 끝까지 마주쳐도 보고, 나도 힘들다고 호소도 해보고, 집에 가겠다는 이에게 제발 잠깐만 있어 달라고 붙잡기도 했다. 함께하는 예술가들을 지켜보고, 부담스럽지 않게 그저 옆에 있고, 그의 시선 끝에 무엇이 닿는지 따라가 보다 보니, 결국 든 생각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였다.
예술이란 건, 하고 싶을 땐 하고 할 수 없을 땐 안 할 수 있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기 싫은데도 하는 것은 다른 수업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경험은 할 수 있도록 아주 조금의 참여를 유도하고 ‘오늘 이런 거 할 건데, 더 해볼까요?’라고 물어봤다. 그래도 하기 싫은 경우에는 ‘그럼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하는 것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같이 그 공간에 있는 순간, 그것이 그의 예술이었다. 정해진 것을 꼭 하고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 하기 싫지만 견디며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각각이 보여주는 예술을 어느 순간 누가 와도 공연에 배우로 설 수 있게 기획, 구성,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연은 무대에 서는 사람과 무대를 보는 사람만으로도 완성될 수 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를 경험한 예술가들은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계속 공연을 하고 싶어요.” 무대를 원하는 예술가가, 그들의 무대가 더 많아지기를. 그리고 그 무대에 나도 배우로 함께 서기를 바라본다.
최아영(아령)
최아영(아령)
공연예술창작터 수다의 배우로 발달장애 청년들을 만나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의 활동가가 되었다. 2025 프로젝트예술단 옴니버스의 ‘?공연’ <다다다닷>을 기획, 참여하였으며 마포발달장애인 문화창작소에서 ‘홍대 뚜벅이 탐험대’ 강사를 맡고 있다. 이 경험으로 만들어진 예술적 꿍꿍이가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중이다.
stageactorana@kakao.com
인스타그램 @dear_my_azero  @creativefactory_suda
사진 제공_최아영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배우
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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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26년 03월 24일 at 10:28 AM

    공연을 만드는 일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곧잘 하고, 누군가는 서투르고,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갈등이 생기구요. 그래서 장애와는 관련 없이 모두가 동등한 예술가라는 말이 크게 와닿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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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우 2026년 03월 25일 at 10:02 AM

    함께 무대에 선다라는 것은, 그 순간 만큼은 같은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시선이 와 닿는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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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3월 25일 at 10:17 AM

    함께 서는 예술가들
    모두의 예술교육⑨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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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3월 25일 at 11:00 AM

    함께 서는 예술가들
    모두의 예술교육⑨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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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준웅 2026년 03월 27일 at 1:48 AM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통찰이 정말 깊이 와닿네요.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해내고, 누군가는 고군분투하며 부딪히는 모습들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의 갈등과 기쁨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동등함을 강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예술가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 좋은 기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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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운영 2026년 03월 27일 at 1:48 AM

    공연 창작 현장의 생생한 현실을 통해 ‘모두가 동등한 예술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준 기사네요. 능숙함과 서투름, 갈등과 화합이 뒤섞인 과정이야말로 진짜 창작의 모습이죠. 장애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공감이 느껴져서 더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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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전지 2026년 03월 27일 at 1:49 AM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과 기쁨을 통해 장애라는 틀을 넘어선 동등함을 이야기해 준 기사라 더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는 잘하고 누군가는 배우며, 부딪히고 웃는 그 과정이야말로 예술가의 삶이죠. 모두가 예술 창작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와닿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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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장 2026년 03월 31일 at 5:42 AM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결론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이 무대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모습 그 자체가 이미 완성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등한 배우로서 서로를 챙기며 만들어낸 그 시간이 무대 위에서 얼마나 빛났을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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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26년 03월 24일 at 10:28 AM

    공연을 만드는 일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곧잘 하고, 누군가는 서투르고,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갈등이 생기구요. 그래서 장애와는 관련 없이 모두가 동등한 예술가라는 말이 크게 와닿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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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우 2026년 03월 25일 at 10:02 AM

    함께 무대에 선다라는 것은, 그 순간 만큼은 같은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시선이 와 닿는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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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3월 25일 at 10:17 AM

    함께 서는 예술가들
    모두의 예술교육⑨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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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3월 25일 at 11:00 AM

    함께 서는 예술가들
    모두의 예술교육⑨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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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준웅 2026년 03월 27일 at 1:48 AM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통찰이 정말 깊이 와닿네요.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해내고, 누군가는 고군분투하며 부딪히는 모습들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의 갈등과 기쁨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동등함을 강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예술가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 좋은 기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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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운영 2026년 03월 27일 at 1:48 AM

    공연 창작 현장의 생생한 현실을 통해 ‘모두가 동등한 예술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준 기사네요. 능숙함과 서투름, 갈등과 화합이 뒤섞인 과정이야말로 진짜 창작의 모습이죠. 장애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공감이 느껴져서 더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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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전지 2026년 03월 27일 at 1:49 AM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과 기쁨을 통해 장애라는 틀을 넘어선 동등함을 이야기해 준 기사라 더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는 잘하고 누군가는 배우며, 부딪히고 웃는 그 과정이야말로 예술가의 삶이죠. 모두가 예술 창작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와닿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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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장 2026년 03월 31일 at 5:42 AM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결론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이 무대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모습 그 자체가 이미 완성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등한 배우로서 서로를 챙기며 만들어낸 그 시간이 무대 위에서 얼마나 빛났을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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