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가을이 드리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제83회 창의ㆍ인성교육 현장포럼이 개최되었다. 11월의 첫 날, ‘상상력을 펼쳐라, 예술을 펼쳐라’의 주제로 개최된 이번 포럼을 위해 전국의 유ㆍ초ㆍ중ㆍ고 교사들이 모였다. 기존 교원연수의 강의식 전달 연수 형태에서 벗어나 풍부한 자료와 준비물을 활용하여 직접 체험하는 이번 연수의 워크숍 현장을 아르떼365가 찾았다.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예술을 느끼고 즐기고 만들어가는 삶의 예술가로서 ‘나’를 발견해보자”는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의 주제 강연처럼, 2부의 워크숍 주제들은 기존의 연수와는 차별화 된, 스스로 예술을 즐기고 느껴볼 수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무용, 마임, 애니메이션, 영화, 수묵화, 홀로그램 등 총 6개 분야의 워크숍에 총 4시간 30분동안 참여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그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신의 몸은 말할 수 있다
‘몸으로 말하기’ 워크숍, ‘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 워크숍
몸은 무한히 상상하고, 또 무한히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다. 여기에 상상력과 이야기를 더한다면 충분히 무한한 창조가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에서는 ‘몸’을 활용하여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는 두 개의 워크숍이 있었다. 무용 ‘몸으로 말하기’와 마임 ‘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이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강의실에는 모두 편한 복장으로 몸으로 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으로 말하기(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진행)’ 워크숍의 남정호 교수는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호흡의 방법부터 제안했다. “배꼽에서 꽃을 피우세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참가자들의 배가 볼록 올라올 때, 모두의 배꼽에서는 가지각색의 꽃이 피어났다. 맨발로 살금살금 걸으며 사람들과 접촉하고, 눈을 마주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몸은 깨어났다. 그리고 점점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모두를 향해 몸이, 그러니까 마음이 열렸다.
‘마임’도 몸을 통해 생각과 상황을 전하는 특별한 대화 방식이다. 오감을 깨워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상상하는 몸, 말하는 몸(최희 마임이스트 진행)’ 워크숍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참가자들은 온 몸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닥을 딛고, 바닥에 눕고 뒹굴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상상의 것들을 만지며 마치 바닷가에 서있는 양, 나이가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된 양 그렇게 마음껏 움직였다. 눈치 보거나 어색해 할 이유는 없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려내고자 하는 상상이 그곳에 모인 이들 눈에는 모두 선명히 떠올라 있었으니까.
기본에 충실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라
‘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 워크숍, ‘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 워크숍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꽤 긴 고민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머리 속에 떠오른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을 충실히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각화된 방식으로 표현해보는 체험이 중요한데, 이에 도움을 줄 워크숍이 있었다. ‘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 ‘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 워크숍이다.
요즘은 안방에서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3D가 어떠한 효과 때문에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제작이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기회가 흔치 않았다. ‘홀로그램 만들기와 상상력(이주용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진행)’ 워크숍은 사진이 등장한 시대서부터 2D, 3D에 이어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알아보고 이와 함께 사람의 안구 구조와 사물 인식 조건 등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본을 제대로 배우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특수 장비의 힘을 빌려야 하는 과정으로 결과물을 바로 얻을 수는 없었지만 홀로그램 연수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의 결과물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이 워크숍은 끝난 것이 아닐 테니 더 의미 있는 연수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선생님의 무한도전,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주영상 영화예술강사 진행)’ 워크숍. 이 워크숍은 결과물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 번 보자. 참고할 사항은, 이 영상들은 참가자들이 대부분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라는 것.
아날로그, 그 낭만을 잊지 않도록
‘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 워크숍, ‘수묵화 도시 이야기’ 워크숍
아무리 세상이 끊임없이 뒤척이며 발전해도, 아날로그의 정서를 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자책이 편리하다고 해도 손은 종이책을 향하고, 타자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낙서만큼은 연필로 끄적이는 것이 최고다. 아날로그 속에 들어있는 시간만큼은 ‘나’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낭만이 존재한다. 이번 워크숍 중에서 ‘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와 ‘수묵화- 도시이야기’ 워크숍에 그 낭만이 있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교과서나 공책 귀퉁이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면 사과가 굴러가고 만화 주인공이 장풍을 쐈다. ‘카메라 없이 애니메이션 만들기(박운용 만화애니메이션예술강사 진행)’는 그때의 체험이 확장된 워크숍이었다. 아날로그이지만 보다 구체화된 도구를 만들고, 표현 기법을 연구해보는 시간. 무엇보다 이 워크숍은 컴퓨터 그래픽 효과와 특수 장비를 통한 웅장한 스케일의 ‘극장형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동작 하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적의 방식을 직접 궁리하고 실행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도구와 제작 방법을 공유했다.
수묵화는 고요한 공간에서, 고요한 움직임으로, 붓 끝을 고요하게 움직여 세상을 그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묵화 워크숍 ‘도시 이야기(이주원 동영화 작가 진행)’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조원 모두에게 추억이 있는 공간을 정하고, 각자의 기억을 하나의 종이 위에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강의실은 당연히 왁자지껄 생기 넘쳤다. 참가자들에게는 붓과 먹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다시 한번 끄집어 내는 작업에서 새로운 감흥을 얻고 있었다.
제83회 창의ㆍ인성교육 현장포럼은 각 워크숍에서 나온 결과물을 공유하는 ‘교사예술제’ 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참가자들은 이제 다시 교사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하게 된다.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의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워크숍이 진행되는 내내 머릿속에는 ‘이렇게 응용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전해주어야겠다’라는 다짐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가슴에 담긴 이날의 배움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형태로 전해지게 될지, 아이들은 또 어떤 것을 느끼게 될지, 그 다음, 또 그 다음의 결과물이 끝없이 궁금해진다.
글_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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