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중점학교 시행 이후, 첫 번째 겨울방학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예술중점학교의 겨울방학은 분주하다. 이번 주는 미술, 음악, 공연영상 중점학교로 나누어 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방학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실질적인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예술중점학교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꿈은 생명공학교수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바이올린을 켜고 싶어요!

 

방학이다. 생명공학교수가 꿈인 최희재(효자중 1학년)군은 헐레벌떡 학교에 왔다. 아침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지각이다. 5분 만이라도 연습을 하겠다고 뛰어온 희재군이 도착한 곳은 드넓은 합주실, 그곳에서 의정부 효자중학교의 아침은 시작된다.

효자중학교는 방학 동안에도 활짝 문을 열어놓는다. 월요일엔 파트별 개인레슨, 수요일엔 합주, 금요일엔 관악과 현악으로 나누어 합주연습을 한다. 물론 평일에도 연습의 기회는 열려있다.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된 효자중학교는 학기 중 음악사 시간에도 역사의 굽이 굽이를 한곡 한곡 합주해 내고야 마는 ‘독한’ 학교다. 방학인데, 아침 9시에 연습이라니! 힘들지 않을까?

이른 아침 연습에, 예술중점학교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꿈으로 공부를 하면서 악기를 배우고, 함께 연주하며, 친구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나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생명공학교수가 꿈이면 과학을 더 공부해야 할 텐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희재군은 고등학교, 대학교,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바이올린을 켜고 싶다고 한다. 삶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자존감 제고와 예술의 향기가 늘 가까이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음악중점반 박은영 선생님의 바람이 공허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음악중점학교인 효자중학교의 방학은 음악, 친구, 합주에 대한 기쁨으로, 신학기에 들어올 친구들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글_대외협력팀 박정숙

 

 

포근히 눈이 내리던 날 펼쳐진 <겨울밤 이야기> 2011 겨울방학 방과후학교 통합교과반 활동결과 발표회

 

지난 2월 10일 금요일 오후 2시, 포근하게 눈이 내리던 날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고등학교는 누가 봐도 겨울방학임을 인식할 수 있게끔 고요가 흘렀다. 하지만 보리수홀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이날 이곳에서는 겨울방학 방과후학교 <통합교과반> 활동 결과가 발표됐다. 가벼운 옷차림의 학생들이 관객석에 삼삼오오 자리 잡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의 이들은 준비 중인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무대는 시작되자 일제히 집중했다. 이날 펼쳐진 작품은 <겨울밤 이야기>. 극작, 영화연출, 연극연출, 영화연기, 연극연기, 영화제작, 연극제작 등 모든 공연영상 예술 분야를 섭렵했으며, 15명의 학생이 각각 역할을 담당했다.

프로 못지않은 연기와 노래 실력을 겸비한 학생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무대를 이어나갔다. 내용은 여고생이 연기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 결과적으로 해피앤딩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였다.

극본을 만들기 위해서 며칠을 머리를 맞대며 고민했다는데, 이해가 됐다. 극본 출력이 연기되고 또 연기되는 동안 무대 공연을 위한 연기 연습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으며 온몸이 얼어붙은 냉동교실에서 영상촬영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겨울방학 동안 겨우 12번의 짧은 만남을 통해 무대에 올렸다고 하기에는 수준급이었다. 즉 이들의 작품은 고등학생들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운 정도의 완성도로 관객을 몰입하게 했다.

또한 ‘통합교과’라는 타이틀답게 무대 이미지와 영상 이미지의 유연한 연결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대세인 요즈음 대학가의 활동을 연상하게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예술 분야를 통섭하는 교육의 현장은 우리나라 인문계고등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보는 듯했다.

 

 

글_서울통신원 허소민

 

 

공교육이라서 가능한 이야기
현장 전문가들 총출동!

 

신입생 미술특강이 열리고 있는 교실 안. 덕수궁 세종대왕상 복원작업을 담당했던 미술복원가 김겸선생이 ‘피아노가 있는 미술이야기’라는 주제로 근대 서양미술사를 재료와 표현력의 발전에 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중간중간 피아노 연주를 섞어가며 진행된 강의는 마치 대학 수업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이 밖에도 대학과 연계한 학습프로그램, 다양한 예술계층의 전문가 강의가 마련되어 있었다. ‘현장 경험을 체험하게 한다’는 원칙으로 진행되어 온 송곡여고 미술교육.  실기만 배우는 학원을 통해 미술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다면 이처럼 재미있고 밀도 있는 강의를 만날 순 없었을 것이다. 현장의 전문가를 만날 기회도 또한 공교육이기 때문에 가능한 커리큘럼이다.

“우리 고등학교에서 경험한 폭넓은 미술관련 전문지식과 생생한 현장 체험의 기회가 자극제가 되어 아이들이 성장해서 더 나은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이상준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대학진학률이 곧 학교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풍토 속에서 일반계 고등학교가 예술중점학교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2:1이 넘었다. 지원한 아이들의 자질도 뛰어나서 별도 면접을 해야만 했다.

송혜정 담당교사(부장)이 전하는 설명을 들으며 들어선 한국화실에는 방학기간이었지만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예특강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지만 수업시간이 되자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사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 보였다. 이들의 미래를 밝혀 가는데 지금의 경험이 많은 디딤돌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글_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