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아이들이 함께 꿈꾸는 세상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10대를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20여 년 이상 청소년 인문학 독서운동을 펼쳐 온 허아람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인문학에 기반한 다채로운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토론, 현장탐방, 강좌 등 알찬 면면을 자랑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인디고 서원에서 자라난 20대 중간교사들이다.

 

같은 고민과 모색을 먼저 경험한 존재

 

인디고 서원 청소년토론프로그램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는 인디고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주제를 가지고 이와 관련된 EBS ‘지식채널 e’ 프로그램을 시청 후 함께 토론해 보는 것. 이 프로그램의 진행총괄을 담당한 정세청세팀 유진재 팀장(22)은 그 자신이 인디고 서원에서 10대를 보낸 인디고 아이이다.

 

“중학생 때, 저는 많은 고민과 질문에 빠져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순과 불공평함에 대해 어떻게 답을 구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답답함만 느끼는 상태였죠. 그때 인디고 서원의 인문학 강좌와 독서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제가 가졌던 궁금증이 해소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10대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와서 자연스레 인디고 서원의 프로그램 진행과 기획을 맡게 되었습니다.”

 

유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과 같은 인디고 서원 중간교사들에겐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인디고 서원은 단지 10대들만이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디고 서원과의 첫 만남이 10대 시절인 것뿐, 책을 읽고 사유하며 토론하는 행위는 평생토록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20대가 된 지금도 생활 속에서 사유와 토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10대였던 시절 또한 먼저 된 선배가 자신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함께 생각을 보탰듯 자신들 또한 지금의 10대들에게 생각을 보태고 함께 읽고 실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간교사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죠. 저희에겐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유 팀장은 웃으며 설명한다.

 

 

더불어 백 수레의 책을 읽고 천 개의 생각을 만들자

 

’정세청세’ 뿐 아니라 인디고 서원에는 중간교사들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인디고 서원에서 펴내는 잡지 ‘인디고잉’의 이윤영 편집장(23) 역시 인디고 서원에서 10대를 보냈다.

 

“10대 시절 인디고 서원을 알게 되어 많은 책을 읽고, 인문학 강의에 참석하며 만난 어른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 분들은 계속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계셨죠. 지금 제가 후배들과 함께 독서와 토론에 나서고, 같이 ‘인디고잉’을 만들고, 인디고 서원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제 독서와 사유를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소통이며 공부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았던 어른들이 그러했듯 말이에요.”

 

인디고 서원의 큰 잔치인 ‘인디고 유스 북 페어’. 세계 각국의 작가들과 문화예술교육가, 예술가를 초청해 함께 읽고 토론하며, 또한 세계 각지 작가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북페어를 진행하는 윤한결 팀장(23)도 중간교사라는 단어보다는 ‘연결고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저희는 성장의 연결고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인디고 서원이 성장하는 데, 그리고 지금 서원에 있는 10대들이 성장하는 데, 또한 저희 자신이 성장하는 데 이러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제가 지금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지금의 저에게 맞는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의 사유가 더 깊어지고 또 다른 배움이 있게 된다면 그때는 그에 맞는 다른 실천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가 미래에게, 미래가 현재에게 말걸다

 

인디고 서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중간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프로그램을 순조롭게 움직이는 실무를 담당하며 독서나 토론에 있어 방향성이 흔들리기도 하는 10대들에게 격의없이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진지한 토론에 임하는 것이 중간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연령대가 크게 차이나지 않아 ‘같은 코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중간교사들의 장점이다.

 

인디고 서원의 중간교사들은 대학진학 등으로 서울, 대구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와 현장에서 중간교사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청소년 토론프로그램 ‘정세청세’의 경우 전국 각지 학생들의 호응으로 ‘찾아가는 정세청세’ 프로그램을 서울, 대구, 광주 등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타 지역 프로그램 진행 시 현지에 있는 인디고 서원 중간교사들은 실무진행과 프로그램 개최 전반을 책임지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과거가 미래에게 묻고, 미래가 현재에게 대답하는 중간교사 시스템. 인디고 서원에서 자란 인디고 아이들은 오늘날 인디고 청년이 되어 그 언젠가의 자기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살아 있는 배움과 실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집단 속 자연스러운 순환과 성장의 증거를 인디고 서원 중간교사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글_박세라   사진_ 인디고 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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