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주관 하에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개발과 확산”이라는 주제로 글로벌리더십세미나가 개최됐다.
오케스트라 교육의 진화와 결실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는 미국 ‘하모니 프로그램’의 총괄감독인 앤 피츠기본, 영국 ‘시스테마 스코틀랜드’의 총괄감독 및 CEO 니콜라 킬리언, 그리고 우리나라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기획자인 이혜림 문화부 문화예술교육과 사무관이 나섰다.
먼저 미국 ‘하모니 프로그램’의 앤 피츠기본 감독을 통해 미국판 엘 시스테마인 하모니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았다. 뉴욕시정부 정책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한 하모니 프로그램은 엘 시스테마를 모태로 한 맞춤형 음악교육으로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원을 조달하고 있다. 하모니 프로그램에서는 음대 졸업생을 강사로 양성, 소외계층 아동 및 청소년에게 음악교육을 실시한다. 하모니 프로그램의 강사는 특별 트레이닝 코스를 거치며, 합당한 보수를 받는다. 앤 피츠기본 감독은 발표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복제가 가능한 교수법 모델 창출, 늘어나는 예술교육에 대한 수요 충족,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인 재원 조달 그리고 열정적인 강사와 헌신적인 학생들이 있었기에 하모니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니콜라 킬리언 감독이 영국의 사례인 ‘시스테마 스코틀랜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내 극빈지역인 라플록에 기반을 둔 시스테마 스코틀랜드는 음악을 통해 어린이의 삶을 바꾸고 지역사회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가지고 시작됐다. 방과 후 수업 및 기타 활동을 병행하는 강도 높은 음악교육으로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세부터 5세 사이의 영유아 프로그램은 물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방과후 오케스트라, 성인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이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한다. 2011년 3월 시스테마 스코틀랜드의 어린이 300여 명이 참여한 풀 오케스트라가 BBC스코틀랜드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도 했다. 영국의 프로그램 역시 참여자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참여 학생들의 개인적, 사회적 역량이 증진되었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라플록 지역에 대한 주민 자신들과 외부인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이어 이혜림 사무관이 한국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2010년 시작, 전국 각지에 거점을 두고 각 지역 오케스트라와 예술가, 교육자 등이 연대하여 펼치는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는 2011년 핵심강사 양성사업, 지역거점화를 통한 공동체 경험과 지역사회 변화 주도, 학교교육과의 균형을 맞추는 다양한 교육적 접근 등을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 함께 그려 나가는 그림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비전을 위한 교수법, 교육기획, 사업 및 조직 운영, 파트너십 개발 등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이 펼쳐졌다.
앤 피츠기본 감독은 “하모니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한 교수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다양한 교수법을 통해 학생들의 음악적 역량이 증진된다.”고 말했다. 니콜라 킬리언 감독은 영국의 경우 학생들을 연령별, 타깃별로 분류하여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매뉴얼 외에도 학생 개인 특성과 상황적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악기 연주 교육에만 국한시키지 않은 다채로운 교수법도 눈길을 끌었다. 하모니 프로그램에서는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오케스트라 합주 교육이라는 것을 시행하는데, 노래, 손뼉, 종이 악기 등을 사용한 이 교육에서 학생들은 협동의 즐거움과 ‘하모니’ 창조의 교육적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종이 악기나 신체를 사용한 오케스트라 교육이 경제적인 이유와도 연관이 있었다. 초창기 예산의 부족으로 진짜 악기가 아니라 종이로 만든 악기로 음악교육을 했던 것이 나중에는 비주얼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창의적 수업으로 발전했으며, 직접 만든 신기한 악기의 소리를 듣는 등 흥미를 유발하는 수업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 ‘꿈의 네트워크 오케스트라’ 사업수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사제도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예술강사는 단순한 음악기능을 전달하는 역할 뿐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학생의 예술성을 일깨우는 역할이어야 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월 1회 정기 트레이닝과 함께 예술강사 매니저를 두어 강사와의 대화시간을 통해 어려움을 조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강사 트레이닝 과정을 세분화하여 꾸준히 교사 자질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수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공공 오케스트라 교육에 있어 재정 조달도 중요한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분한 예산과 유관기관들 사이의 파트너십은 프로그램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하모니 프로그램은 처음 뉴욕시정부의 지원으로 비영리 단체 활동으로 시작됐으며 여러 대학, 그리고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악기, 장소, 교육자원, 인력조달 등을 갈음할 수 있었다. 영국 시스테마 스코틀랜드의 경우 비영리 자선단체로 중앙조직의 이사진이 다양한 기금 모금, 재원 확보 및 대학,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기획, 실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재원확보를 위해 모금, 기금, 파트너십, 협력 등 다양한 윈-윈 전략을 강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와의 파트너십은 단지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교사 양성, 음악 발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공공 오케스트라 교육을 보다 풍성하게 해 주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미래를 향해 발돋움하는 엘 시스테마
세미나에서 소개된 미국과 영국의 사례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또한 치밀한 성장 플랜 하에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미국과 영국은 현재 공공 오케스트라 교육의 초•중반 결실만을 보았을 뿐, 향후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문화예술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삶을 바꾸어 나간다는 목표가 있으나 이 변화가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 소기의 성장을 가져 와야 한다는 것이 큰 틀에서의 결론인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경우 외부 평가자를 도입하여 객관적인 시각의 평가와 계획 수립을 도모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문화부 외에 아동부, 교육부, 법무부 등 유관부서가 함께 평가에 동참하여 통합적 플랜을 세우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공공 오케스트라 교육. 보통 사람들은 ‘총 대신 악기를 들다’, ‘빈민가에 핀 꽃’ 등 드라마틱한 캐치프레이즈만을 보기 쉽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개인을, 그리고 사회를 움직이는 문화예술교육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보다 큰 비전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만난 미국과 영국의 사례는 우리나라 공공 오케스트라 교육에 있어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글_박세라 사진_ 사회교육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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