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전쟁 중이다. 연예계와 예술계의 오래된 선발 방식 중 하나인 오디션이 전국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된 것은 TV를 통해서다. 어떤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의 원인을 ‘공정함’에서 찾는다. 공정하지 않은 시장과 세상에 진력난 사람들이 브라운관 속 투명한 경쟁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정말 공정해야 할 영역에 대한 관심을 소외시키고, 대중을 TV 앞으로 돌려버렸으며, 무엇보다 살인적 경쟁을 낭만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대중으로서 우리는 TV 앞에서 마냥 실실대기도, 그렇다고 감동과 재미를 쉽게 떨쳐버리기도 쉽지 않다. 입을 헤 벌리고 몰두해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는 순간, 문화예술교육, 미디어교육의 텍스트로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들여다본다.

이 시대의 ‘평범 스타’를 찾습니다

 

요즘 들어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다. 일반인 중 재주 갖춘 사람을 찾아내는 오디션은 기본. 프로 가수들이 직접 서바이벌 오디션에 나설 정도다. 그런 점에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IIA 다문화합창단 오디션 소식이 반갑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사)씨즈,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함께하는 IIA 다문화합창단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단원들로 경쟁력을 갖추고 향후 사회적기업으로 자립할 계획이다. 지난 6월 10일 하자센터에서 열린 오디션 현장에서 그 설레는 시작을 만날 수 있었다.

오디션이야 콘서트야~?!

 

IIA 다문화합창단 추진단장이자 노리단 김희연 공동대표의 진행으로 시작된 공개 오디션. 특이하게도 이번 오디션은 주최측의 축하공연으로 한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자 IIA 다문화합창단의 지휘자이기도 한 전경옥 씨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서 ‘울게 하소서’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하자 김희연 단장은 아리아에 맞춰 인형극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노래와 고운 놀이에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다. “오늘 이 자리는 다문화합창단원을 선발하는 오디션이기도 하지만, 오디션을 통해 서로 달리 갖고 있는 실력, 스킬 등의 차이도 서로에게 축복임을 알게하는 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디션이라하면 가장 잘하는 측면의 무한경쟁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다문화합창단의 오디션은 다양한 문화의 차이의 변화를 서로 바라보고 겪어보고 알아보는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분들뿐 아니라, 저희들도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께 저희를 알리고자 함이지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무엇보다도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운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오디션이 당락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자리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희연 단장의 설명이 함께한다.

 

뒤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백정선 차장과 부천문화재단 김혜준 대표, 전효관 하자센터장이 차례로 축사를 전했다. 오색 다문화의 꽃을 피우는 멋진 합창단으로 성장하고, 튼튼하게 뿌리내린 사회적기업이 되어 보는 사람, 하는 사람 모두 기쁨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공연과 축사가 끝난 후 이제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문화와 예술에 취하다

 

이번 1차 오디션 참가자는 모두 15명. 필리핀, 중국, 미얀마, 티벳, 인도네시아, 베트남 그리고 한국 국적을 가진 합창단원 지망생이다. 참가자들은 노래는 물론이고 춤, 연기 등 장기자랑과 함께 우리말 실력을 알 수 있는 자기소개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의 개성만큼 다양한 장기, 그리고 다양한 자기소개가 계속되는 동안 장내는 웃음과 감동으로 넘실거렸다. 자신을 소개하는 사진자료가 첨부된 멋진 PPT에서부터 가슴 찡하게 하는 멘트까지… 이들의 다채로운 개성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예술에 대한 갈망과 IIA 다문화합창단에 거는 기대,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넘치는 의욕이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각기 다양했다. 기타연주와 함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멋지게 부른 레이첼 몬텔보 씨. 객석에 ‘팬클럽’을 데리고 온 엄미란 씨. 인권활동가이자 다국적 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모뚜 씨.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좌충우돌을 연기로 표현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든 빌리란다 레이젤 씨. 13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숙 아띤 씨. 티벳 국적으로 인도와 한국에서 앨범을 내기도 한 뺀빠 씨 등 그들이 만드는 무대는 오디션의 긴장감을 뛰어 넘는 열정으로 다가왔다.

 

 

사실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의 노래 실력은 천차만별이었지만 하나같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점은 같았다. 누군가는 능숙하게, 다른 누군가는 서툴게 구사하는 한국어로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한국에 입국한 시기나 이유, 한국어 실력은 각자 달라도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이들 모두 IIA 다문화합창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것. “사회 소수자가 자기 꿈을 이루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이며, 다문화합창단이 바로 그 증거”라는 한 참가자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오디션 현장에서부터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감동, 앞으로 펼쳐질 IIA 다문화합창단의 활동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글_윤명주   사진_김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