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목표가 담긴 토요일을 고민하다

 

지난번 테마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이란 무엇일까. 수혜자와 교육자가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접점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학부모님이 제시해준 ‘즐거움·통합예술교육·결과물·소외계층·접근성’이라는 다섯 가지 목표가 국립극장이 추구하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도 국립극장은 위에 언급한 요소를 융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다. 2009년도부터 ‘교과서 오감으로 느끼기’, ‘상상력에 물주기’ 등 다양한 주제의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어린이 예술학교>를 방학마다 운영해 온 것. 학부모님들의 평가는 설문조사가 매번 95점이 넘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방학마다 거르지 않고 오시는 분들도 있었고 제주도나 춘천 등 먼 거리에서 아이 손을 잡고 오시는 부모님도 제법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한국무용으로 꾸며보기로 했다.

 

몸짓으로 표현하고 웃는 아이들

 

주제는 ‘재잘거리는 몸,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했다. 책임강사 손혜정 선생님은 “아이들은 아직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능숙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내면 깊은 곳의 복잡한 감정을 놀이 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놀이를 통해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한국인의 정서에 꼭 맞는 한국무용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국립무용단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표현이 예술로 승화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은 한국무용의 기본동작을 놀이를 통해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여행자가 되어 우주·바다·낭떠러지 등을 여행하며 한국무용의 발 기본동작을 익힌다. 뛰기나 돌기의 기본은 걸리버가 만난 라퓨타 섬 사람이 되어 배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윤복·김홍도·김수근·김환기 등 우리나라 대표 화가의 그림 속 세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놀이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딱딱한 어른들이 말랑말랑한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보려고 한다. 처음 3주 동안은 일단 신나게 놀이(정교하게 기획된)를 하면서 마음을 열어보고, 그다음에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볼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야기들을 몸짓으로 만든다. ‘한국무용’을 보고 배우고 느껴보니 아이들의 몸짓은 한국무용적(?)일 것이다. 부채도 나오고 살풀이천도 나오고, 무엇보다 믿음직한 점은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수들이 모인 국립무용단의 예술가 강사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조를 이뤄 아이들의 몸짓이 예술적인 무용이 되도록 도와주신다는 점이다.

 

게다가 무료인 만큼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하기 힘든 중구 거주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오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그 친구들과 함께했으면 한다. 일반적인 통합예술교육은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무용을 소재로 하는, 국립예술단체 단원과 함께하는 통합예술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모두가 하나의 몸짓이 되어 선물 같은 토요일을 보냈으면 한다.

 

글_이주연 국립극장 공연예술교육 담당자

 

국립국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정

개강: 3월 31~ 7월 28일
장소: 남산 내 국립극장 일취월장 연습실
문의: 02-2280-4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