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유엔은 2014년까지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DESD, UN 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05-2014)’을 선포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21세기 교육에 동참하도록 촉구하였고, 유네스코는 이 10년을 이끌어갈 선도 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미래핵심 가치인 지속가능발전과 예술교육 간의 접목은 어떤 모습으로 가능할까. 에른스트 바그너 유네스코 석좌교수의 글로 만나보자.

 

‘예술교육(Arts Education, AE)’과 ‘지속발전가능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은 동떨어진 내용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콘텐츠와 소재들

 
 

그림1

그림1- 재활용품으로 만든 꽃 조형물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통해 새로운 소재들이 다른 프로젝트들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림 1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독일의 사례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이 조각 작품은 재활용품과 태양광 패널을 활용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새로운 소재를 예술 프로젝트에 도입한 사례이다. 재활용 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직접 만든 악기를 활용하는 경우까지 이러한 사례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소재의 선택 뿐만 아니라 재료와 그 활용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림 1을 다시 살펴보자. 조각은 소재와 더불어 그 중심의 아이디어도 함께 빌려온다. 폐기물과 재활용에너지의 결합 가운데 ‘꽃’ 조각에 생명과 아름다움의 의미가 더해지게 된다. 이외에도 지속가능발전교육 콘텐츠를 사용하는 예는 다양하다. 청소년들이 지속가능개발에 대해 연극을 하고, 어린이들의 이 주제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짧은 글을 쓸 수 있다.

예술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행복한 조합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좋은 디자인과 이미지로 호감을 가지게 할수록 그 효과가 증대된다. 특히 지속가능발전 교육과 관련해 로고 디자인, 공연, 행사, 이미지 등을 디자인 하는 것에 있어서 예술교육과의 만남은 최상의 조합이 된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시각물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교육의 세계와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에 속한 두 개의 학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을 것이다. 특히 예술교육은 시각적인 모티프를 분석적,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돕기 때문에 특정한 관점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림2

그림2,3- 하나는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연을 손에 품고 있다.

 

사진2와 3은 서로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연을 손에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맥락에서 ‘자연’은 어떤 개념이고, 어떤 방식으로 상징화되고 있는가? 역사와 사회의 인식을 통해 형성된 ‘지속가능성’, ‘발전’, ‘다양성’, ‘성장’과 같은 단어들의 문화적 이미지를 이해하려면 어떤 상상력이 필요한 걸까?

 

예술교육의 창의적인 기술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접목

 

예술교육의 비전통적인 사고와 창의적 잠재능력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지향하는 태도, 지식, 기술 등의 소양을 갖추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같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 가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교육의 창의적 접근을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접목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접목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이해를 돕지는 않는다. 예술교육의 기술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접목되는 것은 학습자 스스로 그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었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학습과정 가운데 어떤 구체적인 성취 목표로 주어졌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접목이 가능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예술교육의 협업

 

유네스코 의제에 따르면 ‘삶의 방식(life style)’과 ‘도시 개발(urban development)’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감당해야 할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두 분야는 주요한 응용예술(applied arts)분야로 예술교육과 관계가 있다. 삶의 방식이나 도시개발의 영역은 관점과 가치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디자인은 이동성에 대한 사회의 관념을 나타내고, 패션은 인간의 습성을 보여준다. 제품 디자인이나 주택, 아파트, 도시 공간 등은 그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 자연, 환경에 대한 태도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것들은 삶에 대한 생각들의 현현이라고 해석한다면 이 예시들을 통해 삶에 대한 가치와 관점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인되는지 알수 있다.

 

예술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소양들은 이러한 가치들을 탐구하고 분석하는데 필수적인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능력, 즉 자신의 디자인을 시험해보거나, 태도, 가치, 사고방식의 매개가 될 무엇을 상상하고, 발전시키고, 만들어보는 시도를 할 수 있게 한다.

 

갈등,
학습의 기회가 되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갈등은 교육과정의 원동력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제품으로 생산될 가방을 청소년들이 디자인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우선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품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둘은 갈등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디자이너는 결정해야만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삶 속에서 어떻게 조정해 나갈까 함께 고민해 간다면 이 갈등은 도리어 매우 생산적인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다.

 

 

에른스트 바그너 교수가 소속되어 있는 독일 유수 대학인 에어랑겐-뉘렌베르크 대학은 2010년 예술과 교육 분야의 유네스코 체어(UNESCO Chair)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는 유네스코 서울 아젠다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적용되어 발전하고 있는가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International Yearbook for Research in Arts Education(예술교육연구연감)’의 편집을 ‘INRAE(International Network for Research in Arts Education, 예술교육 연국 국제 네트워크)’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예술교육 학술활동에 대한 ‘Meta-Research(메타연구)’와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Education in Visual Arts (유럽 시각미술의 교육을 위한 참고 가이드라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1) 예술교육의 미래와 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술교육은 세계화와 동반해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화 간의 소통을 위해 예술교육은 필수적입니다. 창의력, 상상력, 혁신은 평화와 사회통합,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술교육을 통해 갖추어야 할 주요 능력입니다.

 

2) 예술교육의 지속적 발전과 혁신을 위해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예술교육이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그램이나 평화교육 혹은 만인교육(Education for All)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고, 실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없었습니다. 예술교육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이런 논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더 나은 예술교육을 위해 예술과 교육 분야 유네스코 체어로서 에어랑겐-뉘렌베르크 대학(UNESCO-Chair in Arts and Culture in Education at the 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에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우리는 ‘Arts Education Development Index(예술교육 발전 지수)’를 발전시켜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은 2015년 한국에서 있을 ‘만인교육’이라는 주제의 유네스코 세계대회 (UNESCO World Conference)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에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글_ 에른스트 바그너(Ernst Wagner), 유네스코 석좌교수

에른스트 바그너 교수는 뮌헨의 순수예술아카데미에서 시각미술을 전공했고 미국과 독일에서 작품전시회를 했다. 그는 미술사 박사학위를 딴 뮌헨 대학에서 미술사와 미술철학을 연구했고, 시각미술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뮌헨에 있는 ‘Institute for School Quality and Research in Education (교육 연구와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관)’에 2006년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UNESCO-Chair in Arts and Culture in Education” at the 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에서 강연과 사무국장을 담당하고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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