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별 창작 무용 수업의 가장 큰 목표는 신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들과의 작업 과정을 통한 정서적인 공감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 취재 당일은 3주차 수업으로, 지난 두 시간에 걸쳐 진행한 앞으로의 과정과 실행 방안 등에 대한 이론 수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시간이었다.

 
 
계성여고 사진
 
 

수업을 진행하는 현아람 예술강사는 6년 차 무용 분야 예술강사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몸의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창작 무용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창작 무용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계성여고에서는 월요일 하루 동안 1학년 전체 학생들이 매 교시마다 한 학급씩 실내 체육관 등으로 이동해 창작 무용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아람 예술강사의 모둠별 창작 무용 수업 진행 단계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둠 활동’이다. 5~6명으로 구성된 모둠끼리 각자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약 3분 이내의 짤막한 몸짓으로 표현해 내는 과제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은 불과 3주 전에 처음 만났을 텐데,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처럼 신나게 토의하고 움직였다. 나 하나가 아니라 모두 같이 해 내는 ‘모둠의 호흡’이 중요한 이 수업의 목표를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학생들이 분주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동안, 현아람 예술강사는 각 모둠을 찾아 다니며 주제를 명확히 짚어주고, 때론 집중력 흐려진 친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낯가림이 있거나 소극적인 친구들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계성여고 사진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은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정하고, 몸짓을 정했다.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소치 올림픽의 부정 판정을 문제 삼기도 했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반복적이면서도 바쁘기 그지 없는 우리나라 학생들, 즉 자신의 일상을 담아냈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기도 하고, 지렁이처럼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두 팔을 크게 벌려 시계 바늘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의 몸짓은 분명 서툴고 어색했다. 그러나 TV 속 누군가의 각 잡힌 군무나 현란한 웨이브 댄스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가슴 뭉클함이 있었다.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과 정당함과 해방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친구들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계기를 직접 만들어가는 모습 같았다.

 
 

현아람 예술강사의 말이 맞았다. 학생들은 예술강사의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미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친구의 몸짓을 이해하려 애썼다. 앞으로 남아있는 수업이 더 많으니 친구들은 점점 발전해 갈 것이라 믿는다. 기대하는 것은 친구들의 세련된 움직임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해 더 많은 감정들을 표현해낼 줄 알게 되는 솔직함이다.

 
 
계성여고 사진
 
 

다만 자신의 마음과 제 주변의 것들을 표현하기에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안타까웠다. 교실을 벗어나 모처럼 유쾌하게 웃고 움직이며 소통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조금 더 보장된다면, 학생들의 일상에 윤활유가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현아람 예술강사의 수업 노트
 
 

글_ 최민영       사진_ 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