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G. Bernard Shaw)는 “거울로는 얼굴을 보지만, 예술작품으로는 영혼을 본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영혼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볼 때, 예술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우선, 예술이 없는 삶에서는 ‘몰입(Flow)’의 경험이 사라지고 시간은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되는 것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삶은 지루해지는 동시에 심리적인 소진에도 취약해질 것이다.
다음으로, 예술이 없는 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의미’가 빠진 채 오직 ‘성과’로만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조차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들은 직업적인 성취를 일군 후에도 공허감에 빠지고 삶의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게 될 것이다. 때때로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정보는 말이 아니라 음악의 리듬과 미술에서의 색채와 같은 정서적 신호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감 능력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술이 없는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온기가 자취를 감추고 차가움만이 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술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에서 ‘감정’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사고’가 핵심을 이루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조절하기 때문이다. 예술이 없는 사회에서 고통은 밖으로 표현되지 못한 채 병리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처 표출되지 못한 감정들로 인해 사람들은 온갖 신경증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삶은 늘 어렵고 힘든 것이어서,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사막’에 비유하고는 한다. 생텍쥐페리(Saint-Exupéry)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사막 같은 삶에도 오아시스는 존재하는 법이다. 바로 예술이 인생의 오아시스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예술은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치유는 아프고 지친 ‘심신’을 껴안아 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술은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슬픔’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시인 꾸청(顾城)은 예술의 이러한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짧은 시를 남겼다. “어둔 밤은 내게 검은 눈동자를 주었지만, 나는 그것으로 세상의 빛을 좇는다.”
왜 예술에는 ‘치유의 힘’이 있을까? 심리학적으로 치유의 힘은 ‘최상위 긍정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상위의 긍정감정은 바로 기쁨, 희망, 사랑, 믿음, 연민, 감사, 용서 그리고 경외감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포유류의 핵심감정’에 속한다. 이것은 ‘나 홀로’는 경험할 수 없고 오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최상위의 긍정감정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들에 해당된다. 그리고 예술은 우리에게 바로 이러한 감정들을 선물해 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상위의 긍정감정이 바로 우리에게는 ‘치유를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즐거움과 안락함 등 다양한 긍정감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즐거움과 안락함은 사랑과 믿음 같은 최상위의 긍정감정만큼 가치 있지는 않다. 사랑과 믿음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사람은 있어도 즐거움과 안락함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인생을 향유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안목이 필요하다. 보통 우리는 이러한 지혜를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운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이렇게 말했다. “영원한 젊음의 샘, 발견이라는 진정한 항해는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데 있다.” 바로 예술은 우리가 진정한 항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우리가 ‘인생을 배우는 좋은 학교’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예술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에 따르면, “교육은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귀를 열어주며 우리의 삶에서 기쁨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준다.” 이런 점에서 예술교육은 만약 우리가 행복하다면, 바로 그때 우리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술교육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도슨트(docent)’ 같은 역할을 해준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사람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예술교육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이나 예술적 체험을 통해 최상위의 긍정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삶에서 마치 오아시스 같은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우리는 여행 가이드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북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여행할 때 상대적으로 실수와 후회를 적게 하는 동시에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예술교육도 마찬가지다. 좋은 작품을 감상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이 그 작품처럼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교육은 우리가 살면서 실수와 후회를 적게 하도록 해주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21세기에 예술교육은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찾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답은 바로 ‘인간의 경험’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경험 그 자체는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듀이(John Dewey)에 따르면, “예술은 자연의 완성이며, 경험의 가장 충만한 형태다.” 이런 점에서 AI 시대에 예술은 인생의 오아시스로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 고영건
-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로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 수립 추진단 위원, 한국임상심리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행복의 심리학’과 ‘사랑의 심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AI 기반의 심리 케어’ 시스템 개발 및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 소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동아일보』에 ‘행복견문록’을 연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의 향기: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행복의 품격(공저)』, 『이만하면 괜찮은 부모: 세상의 나쁜 것을 이기는 부모의 좋은 힘(공저)』, 『삶에 단비가 필요하다면: 인디언기우제 이야기』 등이 있다.
elip@korea.ac.kr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16 Comments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인생의 사막을 건널 때, 만약 예술이 없다면
예술과 행복의 심리학
잘 보고 가네요
인생의 사막을 건널 때, 만약 예술이 없다면
예술과 행복의 심리학
기대만점입니다
예술과 함께 2026년 행복하시고 건강하게 기쁜 일 가득하세요!
2026년에는 작은 일상 속에서도 웃을 일이 더 많아지고, 모든 일이 한 걸음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은 늘 따뜻하고 하루하루가 든든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자연스럽게 곁에 머물고, 노력한 만큼 보람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2026년이 희망과 여유로 가득 찬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뜨거운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인 만큼, 교수님의 글들이 세상에 더 밝은 빛을 비추고 그 결실이 교수님의 삶에 큰 보람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예술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고, 그 뜨거운 마음이 글로 투영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환히 밝히는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인생에 예술이 없으면 삭막한 사막 같은데 예술이 우리 인생의
오아시스입니다
예술이 사라진 삶을 상상하는 대목에서 시간은 향유되지 못하고 소모되며 삶은 의미가 아닌 성과로만 평가된다는 설명이 마음에 남네요..
몰입이 사라진 세계, 감정이 밀려난 사회는 우리가 이미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는 미래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할까요…ㅎㅎㅎ
예술이 없는 사회에서 고통이 표현되지 못한 채 병리화된다는 게 예술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숨 쉬게 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 합니다. 희노애락, 애오욕, 살아가면서 하루 하루를 우리는 예술을 하면서 삽니다.
예술이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더 잘 살게 해주기보다, 지금의 나를 알아보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예술 같은 오아시스를 하나씩 발견하며 숨 고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잘 읽었어요. 2026년 새해,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이뤄지는 한 해 되세요!
깊이 읽다보니 예술을 삶의 오아시스로 풀어내신 문장들이 제 일상에도 조용히 스며드네요. 성과와 속도로만 평가되기 쉬운 시대에, 감정과 경험의 가치를 다시 짚어 주신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예술이 치유가 되는 이유를 심리학과 철학, 문학으로 단단하게 엮어 주셔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아, 각자의 삶에서 예술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도 사유가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우리의 인생에 예술이 없는 삶 너무 삭막하고 지루할거 같네요 2026년에도 다양한 활동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정말 우리 삶에 예술이 없다면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예술가분들의 선한 영향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