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시간이 쌓일수록 잘한 일도 많지만, 모르고 헤맨 일도 여럿 있다. 자바르떼 조합원들과 함께한 다양한 시도들 속에는 기억에 남는 ‘오답 노트’들이 많다.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왜 그랬을까 싶은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오답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바르떼 조합원 중 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 중인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상담 일시‧장소 : 2025.10.21. 온라인 Zoom / 2025.10.22. 고정순책방
동료 상담가 : 이동근(동네기획자 대표), 고윤희(연극배우), 고정순(그림책 작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동근  2011년쯤 자바르떼에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위한 보수교육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대표인 저와 교육사업 단장님은 고윤희 조합원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제안했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걸 설득해서 결국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아무리 믿었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으니까요. 다행히 교육은 잘 마무리됐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은 하기 싫어도 결국 해내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때는 어떤 이유로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지금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고윤희  그땐 입사 초기라 교육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동료들이 믿어주고 함께 준비해 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죠.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 경험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솔직히 그땐 대표님이 미웠는데,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하하! 하지만 여전히 ‘예술교육’은 저에게 물음표예요. 경력이 쌓일수록 자신감보다는 신중함이 커지고, 요즘은 참여자에 대한 조사도 더 꼼꼼히 하게 돼요. 이 일이 지금의 나와 맞는지, 내 고유한 색을 잃지 않고 있는지도 늘 고민하죠. 그래서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그게 이 일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동근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부에 슈퍼바이저 제도나 사업단장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믿고 사업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한편, 요즘은 공공 재원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때 참여자나 주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나와 ‘궁합이 맞는’ 참여자들은 어떤 분들이었나요? 또 어떤 상황이 가장 어려웠나요?
고윤희  도심형 대안학교에서 9년간 연극 수업을 했어요. 전교생이 2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였죠. 지원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사업이 끝난 후에도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을 만큼 좋은 인연이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의 상태를 함께 나누고, 선생님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어요. 수업이 내 예술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느낀 후에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시도해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요. 매 학기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고, 모험에는 실패가 없고 모두 경험으로 남는다는 걸 배웠어요. 그 학교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을 땐 정말 힘들었고, 또 참여자와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을 내야 할 때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이동근  결과를 내는 문제는 숙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래된 관계가 갑자기 정리되는 건 정말 힘든 경험이죠. 그럼, 교육하다 보면 참여자에게 길게 설명하거나 주입하지 않고도 예술의 힘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고윤희  참여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려고 합니다.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것—그 자체가 예술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설명보다는 상황이나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편입니다. 그게 훨씬 오래 기억에 남거든요.
이동근  연극배우는 공연을 통해 대중을 만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관계라고 생각해요. 교육 현장에서도 참여자들을 만나면서도 비슷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느끼시나요?
고윤희  에너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교육 현장과 공연장은 다르면서도 비슷해서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하하! 똑같은 수업도, 똑같은 공연도 없고, 매번 시험을 보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 시험을 통과했을 때 받는 뜨거운 박수, 칭찬 한마디가 계속 이 길을 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동근  우리가 하는 일은 지속되기 위해 어떻게든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참여자나 관객의 “좋았어요”라는 말이 힘이 됐는데, 요즘은 함께한 동료들의 “수고했어요” “좋았어요”라는 말이 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겨레얼학교 발표회(2014)
자기 전문성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때
이동근  고정순 작가(이하 고 작가)와 예전에 함께 기획했던 교육 중 대안학교 두 곳이 기억나요. 대안학교라는 이름은 같지만, 성격이 전혀 달랐죠. 한 곳은 비인가 대안학교, 다른 한 곳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학교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여자에 대한 정보와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됐던 게 가장 미안해요. 그럼에도 마지막에 눈물의 발표회로 마무리됐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해요.
고정순  스스로 전문성을 갖고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 기획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교안을 만들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기획자와의 소통이 필수예요.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고, 특히 특수학교의 경우는 더 그렇죠.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그리고 예술이 가진 교감과 공감의 힘이 필요해요. ‘내 가족이라면, 내 친구라면 무엇이 불편할까’를 헤아리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요. 교육받는 주체가 장애인이라면 스스로 묻고 답하며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 안에서 공감 능력을 발휘하면 부족한 전문성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동근  기획자의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고 작가는 공공 예술 지원사업이 아니라 책방 공간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공공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하는 교육과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방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강사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더 나은가요?
고정순  예술교육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생활 가까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동으로 향유하는 예술’이 될 것. 하지만 지원사업 대부분은 기획 단계에서 지원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그렇다 보니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프로그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획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공공지원 없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기획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참가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강사의 노동 강도는 높아집니다. 참가자들의 적극성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동근  참여자의 자발성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이에요. 한편, 지금 그림책 예비 작가들을 위한 ‘오매불망 워크숍’을 기획 중인데, 이들이 예술가로 지속하기 위해 예술교육을 권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고정순  사실 그들의 적성이 중요합니다. 만약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권하겠습니다. 기대감이 크지 않고 책임의 무게를 감내한다면요. 작가의 생활 폭은 매우 좁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교감이 새로운 이야기로 연결되는 경험을 적잖게 했던 사람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이동근  일자리나 일거리로서의 예술교육이 아니라 그들과 만났던 이야기와 교감이 예술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부분에 매우 동감합니다.
***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동료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뭉뚱그려지고 설명하기 어려울 때 구체적으로 대신 설명해 주는 동료가 필요한 시간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런 동료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일인 것 같다.
그림에세이로 담아내는 나의 이야기(2016)

? 동료 상담실은 ‘이달의 주제’와 관련해 예술교육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질문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동료 상담실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해답을 찾아가겠습니다. – [아르떼365] 편집팀

이동근
이동근
파주에 살고 있다. 20년 넘게 문화기획을 하면서도 행사 전날 군대 가는 꿈을 꾸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위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다.
play1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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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사진 제공_이동근 동네기획자 대표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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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0월 31일 at 1:00 AM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과정 자체가 예술교육의 매력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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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02일 at 12:41 PM

    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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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02일 at 1:40 PM

    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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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0월 31일 at 1:00 AM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과정 자체가 예술교육의 매력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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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1월 02일 at 12:41 PM

    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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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1월 02일 at 1:40 PM

    설명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동료 상담실③ 오답 노트로 돌아보는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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