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개념은 ‘Our Common Future’(UN, 1987)로 더 잘 알려진 유엔의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인류는 현재 세대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충족함에 있어 다음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게 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발전을 지속해야 한다.’ 즉, 현재 세대가 자신들의 능력으로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루면서 생태계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간 활동을 해나가는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재임 당시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정상회담 20주년(Rio+20 Summit)을 계기로 세계의 정치지도자 및 국제기구의 수장들과 함께 환경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의 구체적 목표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2015년부터 2030년 사이에 각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달성해야 할 17개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2012년 9월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가 유엔총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과 시도
SDG 1번부터 5번까지는 빈곤퇴치, 건강, 보건, 교육, 양성평등 분야에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환경 분야는 SDG 6번 물과 위생, 7번 지속가능한 에너지, 13번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에 대한 대응, 14번 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 15번 육상생태계 보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SDG 8번 양질의 일자리 및 경제성장, 9번 산업 및 사회기반시설, 11번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12번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활동을 통한 책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SDG 16번은 평화와 정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제도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며, 17번은 각 SDG 달성을 위하여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다.
SDG 12번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활동은 인간의 모든 활동과 관련된 목표지만 구체적으로 소비 활동에 있어 재활용, 재사용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지표를 설정하고 있다. SDG 12번을 생활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이고, 생활 습관에 관련된 평생학습의 내용으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 수업 시간에 이뤄지는 학습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거나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달성이 매우 어려운 SDG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연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모델 시범사업’(2023)을 구상하고 진행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의 주도로 반기문재단과 연세대학교가 협력하여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의 4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였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각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짧은 시간에 모두 달성하게 되었다. SDG와 관련된 목표를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학교와 학생의 주도로 사업을 구상하고, 교육진흥원이 그동안 쌓아 온 문화 활동 및 교육 관련 역량 강화 사업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또한 SDG 관련 활동에 관한 반기문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연세대학교의 SDG 전문 교육에 대한 자료 제공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결합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실험을 통하여 학생들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었으며, 의미 있는 과정을 통해 값진 경험과 매우 큰 수확을 얻었다.
  • 경남전자고등학교 플래시몹
  • 대제중학교 합창 녹음
지지와 지원이 더해져 만든 값진 경험
사업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을 꼽자면, 첫째는 학교별로 프로젝트의 구성과 계획 및 진행의 모든 과정을 해당 학교의 지도교사와 학생 또는 학생 그룹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DG 12번의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이란 결국 일상생활 중에 쓰레기를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일련의 행동 변화를 불러오기 위한 활동이다. 이 내용을 학교 수업 시간이나 방과 후 학습에 진행하였다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지식의 전달에 불과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주도하는 학생과 담당 교사가 활동을 기획하고, SDG 내용을 학습한 후 관련된 활동을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이해시키고 참여를 유도한 것은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이다.
문화예술교육 내용 또한 해당 학교 학생의 선호나 선택이 반영된 것이다. 한 예로 경남전자고등학교에서는 학교의 종이컵 사용을 줄이고, 대안으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여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질적으로 익히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와 참여를 이끌기 위해 영상물과 캠페인 송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 제작했는데,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좀처럼 시행하기 어려운 문화예술교육이다. 음악 분야 전문 강사의 지도와 도움으로 학생들이 주도한 캠페인 송이 만들어지고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홍보를 진행하여 결국 학교의 종이컵 사용을 37% 이상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참여 학교 소속원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 또한 성공의 원인 중 하나였다. 충청북도 대제중학교에서 진행한 사업은 점심시간 학교 급식에서 음식물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참여 학급의 주도로 학교 전체의 점심 급식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11%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재단과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담당 교사의 노력과 지원, 그리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홍보는 학교를 넘어서 지역사회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지역주민의 의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진흥원, 반기문재단, 연세대학교 등 관련 분야의 전문집단에서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및 SDG 관련 전문지식과 내용을 제공하고, 각 학교의 활동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는 모음과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각각 전문성을 가진 집단의 참여와 진행 과정에서 경험과 내용을 공유하는 ‘공유플랫폼’을 구성하여 운영한 것은 짧은 시간에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활동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다.
  • 덕암고등학교 플라스틱 병뚜껑 수거함
창의성 접목한 SDGs 실천 방법, 국제적 공유와 확산으로
다음 단계로 이번 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세계 여러 국가와 공유하는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SDGs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시행하고 행동의 변화를 불러와야 하는 전 지구적 의제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의 성공적인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이번 참여 학교들이 주도하여 다른 나라 학생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방법으로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ESG 차원에서 사업을 지원하고 그들이 가진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청소년 교육 및 지원 활동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청소년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그들이 선택하는 방법과 내용으로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습득된 내용과 경험을 다시 그들의 방법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사업으로 확대 발전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이 있는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과 접목된 새로운 방식의 SDGs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한 다음 단계의 활동이 필요하다. 글로벌 청소년들에 대한 SDGs 교육과 목표의 구현은 한국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접목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을 기대한다.
정태용
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싱크탱크인 K-정책 플랫폼 원장을 맡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산하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3분과 총괄주저자로 제6차 종합보고서 기후금융부문 작성에 참여하고 있으며, 녹색위원회 민간위원,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협력분과 위원, GCF(Green Climate Fund) 항소위원회의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아시아개발은행 주임기후변화전문가, 세계은행 선임에너지경제학자, 일본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 기후변화연구부장,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tyjung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