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

우리 삶과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이슈를 사유하고 질문을 건넵니다.

머물고 그리며 환대하라

마을의 기도하는 예술가가 되어야 할 시간

지난 선거 기간에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한 것은 여고 동창 카톡방이었다. 추억의 팝송이나 감동적인 동영상을 나누는 한가로운 방이었는데 선거 기간 즈음해서 혐오와 적대에 가득한 가짜 뉴스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가부 예산이 31조로 국방 예산과 같고, 여가부의 본질은 “좌파 교육”이라는 글도 있었다. 여가부 예산은 1조 4천억 원, 국방부 예산 54조 6천억 원의 2% 정도로 사실상 여가부는 예산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손녀들이 ‘몰카’ 때문에 공중화장실도 못 가고 갖가지 성폭력에 시달리는 현실은 모른 척하고 싶은 걸까? 정작 자기 삶은 돌보지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지치지 않고 살아내기

일과 삶에 균형감을 더하는 자기 돌봄

돌본다는 것은 주로 아이를, 아픈 사람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이다. 자기 돌봄은 말 그대로 자신이 그 돌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보살핀다는 것은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나를 사랑하자’는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자기 돌봄은 늘 조금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자기 돌봄은 심신의 건강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이는 당면한 자극과 고민이 적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나서 그 소중함을

예술교육가의 곁에, 다정하고 삐딱한 비빌 언덕

[아르떼365] 2기 편집위원의 다짐

이선옥 편집위원 이선철 편집위원 임상빈 편집위원 제환정 편집위원 2022년 [아르떼365] 2기 편집위원이 ‘존재하는 위험’ 속에서 예술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많은 분들을 향한 첫인사를 건넨다. 또한 지난 2년간 코로나19 속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일상의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관점을 전환하는 질문을 던져온 예술교육가들과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여전히 녹록지 않을 앞으로의 여정에 동행하는 편집위원의 다짐과 응원을 전한다. 외면하지 않는, 다정한 격려 이선옥_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한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와 전망을 담은 낸시 프레이저의

풍류, 예술이 삶이 되는 시간

삶을 향하여 흐르는 예술적 체험

예술이라는 사치 지금처럼 예술가에게 어려운 시대가 있었을까? 제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닥칠 것이라는, 대비하지 않으면 예술가도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위협 속에서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등장하여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관객은 스마트기기 앞에 존재하(고 있다고 여겨지)거나, 마스크로 인해 온전한 소통이 어려운 채로 객석에 앉아있다.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발 빠르게 영상에 적합한 공연을 만들라고 한다. 아니면 꼭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영상이 대세가 될수록 공연장 공연은 더욱더 귀하게 여겨질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공들여 떼고 갈고 창조하는―DNA

주먹도끼에 새긴 문화의 본질

박영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왕룽일가>는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새로운 격변의 시기를 보내던 1980년대 말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린 TV 연속극이다. 특히 뽀글뽀글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새까만 선글라스를 걸치고 능청스럽고도 기름진 목소리로 “누님 예술 한번 하시죠”를 무기 삼아 변두리 카바레를 주름잡던 삼류 제비 ‘쿠웨이트 박’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1970년대는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수많은 속칭 ‘노가다’들이 열사의 건설 현장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떠나던 시절이었다. ‘쿠웨이트 박’은 가족을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돈

절지천통 시대-격동하는 예술을 위하여

예술의 본질에 관한 서론

절지천통(絶地天通)이라니. 초장부터 무슨 낯선 말일까 싶을 거다. 이건 지천통(地天通) 즉 “땅의 입장에서 하늘과 통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통해있는 상태가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끊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게 무슨 뜻인가. 주변을 잘 보라. 예술가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예술 현장[scene]의 파노라마는 격동하지 않고 개별적인 예술 작업은 여전히 과거의 모더니즘 언저리를 다리 다친 물방개처럼 뱅글뱅글 돌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절지천통 상태에서는 이런 질문에 극히 취약해진다. 사실 아득한 태초의 낙원을

예술은 어떻게 삶을 흔들고 갈망하게 하는가

빼뻘에서 마주한 예술의 질문

2018년 가을 한국전쟁과 기지촌을 주제로 한 작업을 지속해오던 당시 나는 고심 끝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기지촌 여성의 몸을 소환하여 망자의 고통을 현재의 ‘나’ – 퍼포머가 입음으로써 기억해내는 영상작업 <몸, 부름, 말> 그리고 연결된 주제의 사진, 텍스트드로잉들을 조심스레 전시에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단 한 사람의 특별한 서사가 아닌 한국 땅에 수많은 여성의 삶이라는 점, 그 고통이 현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문제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리서치와 현장 답사를 통해 인식해가면서 예술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잃어버린 어둠을 찾아서

예술의 본질과 마주하며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시작이 어딘지 알아내는 순간이다.” – T.S. 엘리엇 – 예술의 본질에 대한 원고청탁을 호기롭게 받았으나,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자판을 두드릴 수 없는 실어증에 빠져버렸다. 허세 한 번 부려봤다가 된통 독박 쓰게 생긴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이 참담함, 이 생소한 고통에서 허우적거리는 비루한 정신머리는 자꾸만 도망치려고 한다.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는 책상 밑 그늘막으로, 두꺼운 이불 속으로, 어둠으로, 자궁으로 기어들어 가려고 한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내 안의 옹졸함과 편협함 그리고 비겁함이기 때문에 나는

상냥한 마음으로 다양한 목소리로, 본질에 다가서기

[아르떼365] 편집위원 좌담

어려운 시절을 지나는 전환의 관점 지역의 생생함을 담아야 예술의 본질을 되묻기 제대로 멋있게 즐겁게 팬데믹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상의 회복은 멀기만 하고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피로감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재난의 시대를 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이미 예고되어 있고, 이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와 지역문화 분권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아르떼365] 편집위원과 함께 현재의 변화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 ‘지금’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해야 할 본질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눴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21년

길 끝에서 새 길을 튼다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2 도전과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비대면-초연결, 새로운 시대의
첫 장을 열며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① 2021 이슈와 평가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준비물은 마음을 열 용기!”

5인 5색 문화예술교육 참여 후기

2021년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땠을까?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일상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고단했을 참여자에게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영감과 힘을 주었을까? 연령대도 직업도 사는 곳도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섯 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예술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나누었던 ‘5인 5색’ 생생한 참여 후기를 들으며 문화예술교육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지, 더 많은 사람과 더 깊이 만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경자씨와 재봉틀> [사진제공] 이경아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거대한 전환의 설계도 속에서
문화적 진지를 구축하라

사회변혁과 교육 대전환

우리는 지금 일제 강점기, 분단, 전쟁, 가난, 군사독재를 뚫고 오늘의 G7, IT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BTS로 상징되는 문화강국, 그리고 촛불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두운 나라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렇게 ‘극에서 극까지’ 이른 양면적·이중적 성취는 그만큼 성공 피로도와 자기 착취도가 극도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다. 자살율 OECD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 3-4위권, 청소년의 학업 흥미도 최하위권, 기후악당 4대국 중 하나이고, 1인당 비닐 사용량 최대, 미세먼지

한없이 예술적인, 그래서 정치적인

과천문화·예술연대의 예술가 시민 활동

작년 5월, 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점에 마을에 작은 극장을 열었다. ‘빛나는 사람들의 별별 이야기’라는 슬로건으로 과천의 민간극장 1호이자 마을극장을 연 셈이다. 이름은 극장이지만 창작공간에 가깝고, 작은 공연과 예술교육이 가능한 공간이다. 메이커스페이스 를 운영하는 동네 주민과 공동육아로 인연이 되어 춤, 연극, 콘서트 등의 소규모 공연, 다양한 예술교육과 쇼케이스까지 가능한 공간을 함께 꿈꾼 결과였다.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된 시점에 로컬-택트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할 것으로 생각되어 지역 예술가로서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지역 공공 공간이 문을 닫았지만 별별극장은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경기

고독하나 외롭지 않은, 이웃의 탄생

시민의 활동력을 북돋는 문화예술교육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치철학자 김만권이 최근 한 칼럼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젊을수록, 혼자일수록,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수록’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덧붙이며, 가장 고위험군 세대가 20~30대 젊은 세대라고 지목한다.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능력주의가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지며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상도 도움을 청할 곳 없는 사람들이 느는 현상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외로움은 고독과 전혀 다르다. 외로움은 손 내밀 곳이 전혀 없는 ‘고립’의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나를 위한 시간에 고독할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변화의 모멘텀

[좌담] 문화 자치와 문화 분권

중앙-광역-기초, 논의의 시작 지역에서, 삶의 변화를 만들기 협치를 위한 실험 아래에서 위로, 가능한 변화 2018년 발표한 「문화비전2030」에 9대 의제 중 하나로 ‘지역문화 분권 실현’이 포함되었고,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에서는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을 추진전략 중 하나로 삼으며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추진 체계’로의 개편을 서둘러왔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방 이양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법적, 제도적 권한과 예산의 형식적인 이동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의 삶에 밀착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번 좌담은 빠르게 지역화를 맞이하게 될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위하여 문화 분권과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