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관점에서 아카이빙이란, 신뢰성과 정보성을 바탕으로 예술·교육·보존 가치가 있는 자료를 전문적으로 수집, 관리, 서비스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자료로 프로그램과 교안교재를 기획하고, 연구개발 또는 역량 증진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 자원 아카이빙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료들이 쌓여야 하기에 이용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 3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지식정보 통합 웹사이트 ‘arte라이브러리’를 선보였다. arte라이브러리는 교육진흥원의 발간 자료를 비롯해 웹진 [아르떼365]와 17개 시·도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의 자료, 정보관 A.Library의 소장 자료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하고, 일반적인 아카이브 기반 자료실을 넘어 주요 이슈나 주제, 키워드에 따라 자료를 추천하고 선별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구현한다. arte라이브러리가 구축된 지 100일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문화예술교육 자원 아카이빙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arte라이브러리는 어떤 모습으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전문가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19년 6월 18일(화) 오후 3시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보관 A.Library
• 좌 장 : 정종은(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참석자 : 노예리(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 연구원), 안태호(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이사), 정민룡(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
• 기 획 : 지식정보센터
문화예술교육 자원 아카이빙의 의미
정종은 : 예전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지식정보시스템 콘텐츠 생산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참여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러 기관의 지식정보시스템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활용도가 떨어지는 게 많았다. arte라이브러리는 구성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사용자 친화적이다. 지역센터에 흩어져있는 자료를 한곳에 모아서 지역센터 간에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는 포털로서의 가능성을 보았다. arte라이브러리 사이트에 대한 인상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노예리 : 이용자 관점과 관리자 입장에서도 보았는데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이하 ‘국악아카이브’) 사이트와 비교해봤을 때 큐레이션이 중점인 ‘아르떼 픽(PICK)’ 메뉴가 좋았다. 특히 그 안에 있는 컬렉션 코너와 인포그래픽스가 좋았다. 다양한 주제와 방법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정보 이용자가 흥미를 느낄수 있는 하나의 자료로 보였다. 통합검색 이외에도 키워드에 링크가 걸려 결과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등 검색 방법이 다양해서 좋았다. 또 검색 결과 목록에서 바로 문서를 다운로드하거나 미리 볼 수 있는 부분이 직관적이어서 좋았다.
안태호 :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큐레이션 활용이 잘 반영된 것 같다. 제일 만족스러운 건 지역 데이터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지역 데이터의 수집과 반영 등 고민이 있겠지만 문화예술교육 한 분야만을 대상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활동을 보게 하고 리서치에 도움을 주는 부분에서 arte라이브러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민룡 : 아카이브는 본래 국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역사적 가치 혹은 장기 보존의 가치를 지닌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공공서비스 개념이다. 인터넷 환경이나 문화를 고려하면 구글 검색에서 훨씬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구글 검색과 arte라이브러리에서 검색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arte라이브러리는 기존 아카이빙과는 다른 전략과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 노예리
  • 안태호
  • 정종은
  • 정민룡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쌓여야
정종은 : 아카이브나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홈페이지를 다시 개편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했고,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웹진을 강화하면서 서비스에 대해 고민을 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데이터 기반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렇듯 아카이브를 강조하는 현상에 대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안태호 : 기초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좌담회를 진행했는데 지역에 데이터가 없다고 이야기 하더라. 몇십 년 동안 문화예술교육을 해왔는데 관련한 데이터를 체계화하여 축적해놓은 게 없다는 거다.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많아졌다기보다는 꾸준한 갈증인 것 같다.
정민룡 : 아카이브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지금 어느 지역도 문화예술교육 관련 아카이빙 하는 곳이 없다. 지원사업 구조에서 모든 문화예술교육 결과물이 행정기관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그 자료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줄 통로가 없다. arte라이브러리에 아카이빙된 데이터베이스나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이용자에게 개방성을 가지고 상호연계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이나 문화에서 어떤 아카이브가 필요하고, 그에 부합하는 전략을 어떻게 세울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노예리 : 플랫폼의 활용은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 난 후의 이야기다. 공공기관의 프로세스에 있어 수집, 생산, 보존관리, 활용과 관계있는 모든 과정이 전문성이 있고 기록의 속성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민룡 : arte라이브러리를 살펴봤을 때 아카이빙 주체는 교육진흥원이고 자료 수집의 대상은 교육진흥원이 사업을 하면서 축적된 결과물, 연구자료, 사진, 동영상 등이다. 이것을 가장 잘 정리하는 것이 교육진흥원의 1차 목표인 것 같다.
콘텐츠 활용과 서비스의 방향
정종은 : arte라이브러리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매개자나 정책 연구자 등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카이빙 다음 단계의 활용 방안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향후 제대로 된 타겟팅을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안태호 : 콘텐츠 활용에 훨씬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서비스와 함께 오프라인의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의 사용도 많아지면 좋겠다. 접근성이 아쉽지만, 지역센터 결과물은 이곳 말고는 없을 것이다. 또 문화예술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개념이 있는데 트리 구조에 따라 용어사전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노예리 : 올해 3월 국악아카이브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시소러스(Thesaurus)(데이터 검색을 위한 키워드간의 관계, 즉 동의어, 하위어, 관련어 등의 관계를 나타낸 사전-편집자주) 개념을 도입하여 국악용어사전을 만들었다. 그런 기능이 있으면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arte라이브러리는 일방적 정보 제공을 하고 있는데, 요즘 이용자는 제공하는 자료를 가지고 본인이 큐레이션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자료를 원한다.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것과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두 가지 트랙으로 가면 좋겠다.
정민룡 : 문화예술교육이 결과의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arte라이브러리가 원소스를 가지고 큐레이션 하여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매개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자료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문화예술교육의 1차 자료는 아닌 것 같다.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츠타야 서점(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컨셉의 일본 대규모 체인 서점-편집자 주) 은 책을 팔지만 책만 팔지는 않는다. 원소스를 가지고 큐레이션 하여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노예리 : 온라인 전시 사례로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가 있다. 해당 기관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콘텐츠를 불러와서 전시를 만들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나 연극, 미술관 작품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퍼포밍 아트(Performing Arts)’도 있다. ‘아일랜드 전통음악 아카이브(Irish Traditiona; Music Archive, ITMA)’ 사이트는 음악을 틀면 건반으로 스코어(score, 악보)가 찍힌다. 박자를 바꿔 보는 등 이용자가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록이 나타나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검색을 통해 국립국악원 사이트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서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고 풀 영상은 국악아카이브에서 볼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게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우리 음악과 춤’ ‘교과서 속 우리 음악’ 등 주제별 큐레이션 목록 개발에 힘쓰고 있다.
arte라이브러리 활성화를 위한 노력
정종은 : 아카이브의 기능을 갖추면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arte라이브러리인 것 같다. 이곳이 문화예술교육 수요자가 같이 와서 노는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도 온라인 서비스와 어우러져 다면화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민룡 : 문화예술교육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보니 통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정보를 서비스해도 시민이 이용하지 못한다. arte라이브러리가 활성화되려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일상적으로 항상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일상화를 지향하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정보를 이용하고 활용하고 싶은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안태호 :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적 필요에 의해 기관에서 주도하고 공급하는 것이라 사용자가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arte라이브러리가 다면화된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프라인 서비스와 연계해서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에서 연수한다든가 모임을 지원해준다거나 대학원생이 이 안의 자료를 가지고 논문을 쓰게 한다든가 하는 것을 계획해볼 수 있지 않을까.
노예리 : 공공누리 사이트와 연계하는 방법이 있다. 공공누리에서 추천 저작물이라든지 문화예술 관련 메뉴를 부여받을 수 있다. 교육진흥원은 원소스를 가진 아카이브가 있기 때문에 새로 수집하는 것보다는 연계를 통해 이용자들이 정보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정종은
정종은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메타기획컨설팅에서 부소장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문화경제학회,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주요 관심영역은 4차 산업혁명, 문화 스타트업, 지역문화콘텐츠 관련 정책이다.
노예리
노예리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 연구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기록학과 강사로 대학 시절까지 해금을 연주하였고, 문화자원기록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십 년 넘게 국악아카이브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하고 있으며, 공연예술기록 큐레이션과 공연예술아카이브의 저작권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안태호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사단법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활동가를 시작으로 웹진 [컬처뉴스] 편집장,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등을 거쳤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등이 있다.
정민룡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 문화예술교육과 시민문화활동을 매개하며 ‘근린 문화기획’ 하는 일을 좋아한다. ‘어린이놀이도시 in 광주 우락부락’(2015) 총괄기획, 2018 광명생활문화예술축제 예술감독, 어린이목수축제 ‘예술아지트’ 총괄기획 등 다양한 축제와 예술행사를 기획했으며, 지역문화, 생활문화 등을 주제로 다양한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사진 _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foxpig76@hanmail.net
arte365
기획 _ 지식정보센터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성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