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365]에서는 올 한해 C Program과 협업하여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린 공간, 어린이를 위한 공공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매월 한 번씩 소개한다.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의 사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 휴식에서 영감으로, 제3의 공간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공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떠올려보자. 집과 일터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 집이나 일터만큼은 아니지만 틈날 때마다 기꺼이 가게 되는 곳은 어디일까? 짜여진 계획 없이 편안히 쉬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곳, 제3의 공간이라고 불리는 이런 공간들을 한두 곳 정도는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공간이란 개념은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가 쓴 책 『The Great Good Place』 (1980)에 처음 등장했고,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Informal public gathering places outside home and workplaces where people gather
frequently, willingly, and informally”
(집, 회사 외 공간 중에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공간)
frequently, willingly, and informally”
(집, 회사 외 공간 중에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공간)
또한 책에서는 제3의 공간이 가진 주요한 특성을 아래 6가지로 언급하고 있다.
“Neutral ground, Conversation, Appreciation of human personality and individuality,
Easily Accessible, Playful mood, Refresh”
(공간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중성적인 성격의, 대화가 중심이 되는, 개개인을 존중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의, 휴식/재충전이 가능한)
Easily Accessible, Playful mood, Refresh”
(공간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중성적인 성격의, 대화가 중심이 되는, 개개인을 존중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의, 휴식/재충전이 가능한)
요약해보면, 제3의 공간은 집, 일터를 벗어나 누구나 격 없이 모여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1980년의 제3의 공간이 이런 공간이라면, 2019년 제3의 공간은 과연 어떤 공간일까?
스타벅스의 브랜드 미션
[출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
제3의 공간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스타벅스의 2019년 브랜드 미션을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스타벅스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영감을 만나고 성장하길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타벅스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혼자 또는 함께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만드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자주 가는 동네 서점에서는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를 하기도 하고 북토크를 통해 취향 또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2019년의 제3의 공간은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혼자 또는 함께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코워킹 커뮤니티 카우앤독의 모습
[사진출처] 카우앤독 www.cowndog.com
[사진출처] 카우앤독 www.cowndog.com
그렇다면 이런 제3의 공간은 과연 어른들에게만 필요할까?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3의 공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그 제시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경험을 제안하는 건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다가올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그 변화에 맞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내는 탐구력, 호기심을 갖고 그다음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상상력, 전에 없었지만 앞으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창조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와 삶에 대한 접근을 통해 활기를 얻는다.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내고,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미래에 필요한 이런 자질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아이들의 제2의 공간, 학교의 시스템과 환경도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변화하고 있지만, 넘나들며 배우고 성장하는 다양한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도 제3의 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
# “스스로, 무엇이든, 마음껏, 함께”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성장과 영감의 기회를 주는 공간은 어떤 공간일지 상상해보자.
짜여진 경험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의 재료가 다양하고, 무엇을 하든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공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한 가지 목표가 아니라, 각자 스스로 다양한 목표를 설정하고 넘나들며 배우는 즐거운 공간. 또한 아이 한명 한명이 주체로서 존중받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가며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는 곳. 그런 곳이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제3의 공간은 경제력, 지역 등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을 위한 기본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아이들 모두를 위한 배움의 공간이었듯이, 미래를 준비하는 2019년의 모든 아이들에게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양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 아주 적은 비용을 내거나 내지 않고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있다. 바로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도서관이다. 이 공간들은 아이들뿐만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이들‘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이 아이들에게 조금 더 열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의 시작,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도서관
제3의 공간으로서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도서관을 꼽은 것은, 아이들에게 성장과 영감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물리적 공간 자체만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위해 우리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하고자 한다.
성장과 영감의 경험을 만드는 환경 = 물리적 공간 × 콘텐츠 × 사람
먼저 물리적 공간이란 아이들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이용자로서 아이들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은 주택 밀집 지역에 있으면서 아파트들과도 인접한 공원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를 오가며, 공원에 가다 도서관에 들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이들을 배려한 공간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다락방은 아이들이 책에 대한 큰 부담 없이 도서관 문을 열게 하는 마중물이 되어준다. 이처럼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고려되어 있는지를 물리적 공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콘텐츠는 다양한 경험의 재료들이 있어 아이들의 관심사나 호기심에 따라서 마음껏 해보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고, 정답이 없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체득하고 완성해갈 수 있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은 다양한 콘텐츠 중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들여다보고 각자의 속도로 이해하고 느끼는 과정이 가능하다. 정해진 규칙, 커리큘럼으로 모두가 동일하게 경험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찾아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만나게 될 공간의 운영자들을 말한다. 아이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주체로서 존중하며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제3의 어른들의 존재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렸던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2019.1.15.~1.27.)에서 만난 현장 스태프들은 아이들에게 세세하게 가이드를 주기보다 시범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직접 분해 조합을 해보는 것을 지켜보고 기다려주었다.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만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며 아이들이 스스로 그 경험을 시작하고 완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어른들이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서 좋은 모델이 되어주는 국내외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아이들 관점에서 성장과 영감의 기회를 주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공간, 콘텐츠, 사람의 관점에서 공간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숨어있던 좋은 제3의 공간들을 알리려고 한다. 이 연재를 계기로 더 많은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에서 편하게,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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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꿈꾸는 아이들과의 활동입니다.
성장과 영감의 경험을 만드는 환경 = 물리적 공간 × 콘텐츠 × 사람
위의 내용을 토대로 늘 우리 김해 지역의 학생들과 고민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활동 사례를 만드시면 저희에게도 소문내주세요!
웹진 [아르떼365]는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