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무용과 차별화된 노인창작무용으로 소통 이끌어낸다

 

지난 2월22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삼보인재개발원에서 주목할 만한 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사회복지시설연계 예술강사 지원사업으로 올해 처음 선보인 ‘노인무용분야’에 대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처음 시도되는 자리인 만큼 연수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의 뜨거운 열기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현장이었다.

지난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에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가족들에게 혹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이제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노인창작무용은 건전하고 적극적인 노인문화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노인 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다

 

“스텝, 스텝, 스텝! 창작의 기본은 편하게입니다. 지금 내 몸이 어르신이다 생각하고 눈높이를 맞춰나가 보세요. 다양한 스텝들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둥근 원으로 하나 된 31명의 예술강사들. 가볍게 뛰고 움직이는 사이에 어느새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노인 창작 무용 실기의 일환으로 ‘스텝을 활용한 댄스’수업에 한창인 이들은 그 자리에서 즉흥적인 안무를 고안해내면서 보다 쉽고 편안하게 ‘걷기, 뛰기, 멈추기’ 세 박자를 맞춰가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노인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복지관 프로그램들이 워낙 다양하게 잘 짜여져 있어 어르신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것. 그래서 정해진 수업시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에 익숙한 노인들에게 창작 무용 수업은 어쩌면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분야일 수도 있을 터이다.

 

“그동안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무용 수업을 많이 했지만, 창작 무용은 못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실제 수업을 하며 깨보려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고요. 처음이 어색하고 힘들어서 그렇지 조금만 지나면 성취감이 크고 기분이 너무 좋다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무용이라는 것은 특정인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노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야 합니다.” 광주전남북 무용교육원에서 30차시에 이르는 노인창작무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노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는 김자영 교육강사는 창작무용이 절대 쉬운 무용이 아닌 만큼 강사들 스스로가 ‘안된다’는 말은 안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학교 교육과는 달리 복지관에서 지속적인 교육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대상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교육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복지관에서도 노인창작무용을 계속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노인창작무용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할 때

 

우리는 예로부터 예술적 소양이 뛰어난 민족이다. 탈춤, 부채춤, 소고, 화관, 수건 등을 이용하여 고전무용을 배우는 노인들의 춤사위를 살펴보면 흥이 많고 가무에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반면 창작무용은 본인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제시만 해주다보니, 노인 스스로가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지도하는 강사의 입장에서는 좌절하고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노인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대다수 노인분들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세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서툴고 어색해하시는 어르신들께 자유로운 창작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야하는 예술강사들로서는 당연한 의구심일 터, 노인들이 창작무용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는 이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기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보다 훨씬 풍부한 삶의 경험을 가진 노인들에게 아름다운 표현력을 심어주고 당당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역할은 결국 예술강사가 노력하고 찾아가야 할 몫. 여기에 프로그램의 시행 시간과 기간, 장소 등을 효율적으로 선정하고 기존의 무용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교육을 진행해 나가며 노인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과연 창작 무용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점입니다. 그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아동, 노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는 거죠”

 

‘나무’라는 주제를 주었을 때 노인 여럿이 원을 이루며 스스로 엎드려 뿌리가 되고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표현해내는 모습을 구성해내는 것을 보며, 노인창작무용 수업을 통한 작은 결실을 얻은 것 같아 기뻤다는 김자영 교육강사. 그녀의 경험담을 경청하며 연수에 참가한 예술강사들은 머리를 끄덕이며 저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20차시까지 이루어지는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강사들이 무엇을 배워가고 또 실제로 적용해나갈지 많이 고민하는 시간들이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새롭게 도전하고 배워가는 소중한 자리인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가운데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