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공무원, 사진작가, 바리스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한데 모여 문화예술교육 커뮤니티를 형성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산업단지공단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채워가는 창원 희망나라 ‘아싸’ 근로자 합창단인데요. 가족같은 분위기의 합창단을 통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힘을 받아서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그들을 지금 만나볼까요?

 

8월 21일 수요일 저녁 8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하여 어슴푸레한 불빛만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창원 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 대회의실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대회의실 문턱을 넘는 순간 서로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이내 시끌벅적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이들은 ‘아싸’ 근로자 합창단입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그래서 아싸 근로자 합창단입니다.”

 

아싸 근로자 합창단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었던 아싸 근로자 합창단

 

아싸 근로자 합창단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이라는 뜻과, 우리가 흔히 기분 좋을 때 외치는 “아싸!”라는 감탄사를 더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2011년 산업단지 문화예술 커뮤니티 지원 사업으로 시작되었으며, 첫해 단원은 28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약 50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하는 근로자 합창단입니다.

 

아싸 근로자 합창단

“저희 합창단은 평균 연령이 30대로 젊은 합창단입니다. 그래서 활력이 넘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행복한 합창단이에요. 창원 산업단지공단 내 첫 번째 합창단으로, 인근의 다양한 회사와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모여 친구이자 한 가족이 되었답니다.” – 곽민경 간사

 

아싸 근로자 합창단의 단원이자 운영을 맡고 있는 창원 ‘희망나라’의 곽민경 간사는 회의실로 들어오는 단원들을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했습니다. 퇴근하고 바로 오느라 정장을 입었거나 작업복 차림인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식사는 하셨어요?” 물으며, 보면대를 펼치고 의자를 정렬하여 앉았습니다.

 

이윽고 피아노 음에 맞춰 목청을 풀기 시작하는 합창단원들, ‘오빠’, ‘동생’으로 부르며 웃고 떠들다가도 나승균 지휘자의 구령 소리가 들리자 모두들 진지하게 연습에 임합니다. 쌍투스(J. Leavitt의 곡 Festival Sanctus) 특유의 경쾌한 멜로디가 화음을 이뤄 아름답게 울려 퍼집니다.

 
 

“단원들을 보면 자극을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아싸 근로자 합창단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열심히 안무를 연습하는 단원들

 

본격적인 연습 시작 전 아싸 근로자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나승균 지휘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9월 6일 경남지역의 실력 있는 합창단이 모두 모이는 ‘가을 대합창제’ 참여를 앞두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싸 근로자 합창단

“전 파트가 다 모이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다들 생업이 있는 분들이라, 야근이나 회식, 출장 등의 일이 겹치면 연습에 오기 힘들어요. 원래는 7시 30분부터 시작하지만 대부분 8시가 넘어야 모일 수 있죠. 직장인들은 시간에 맞춰 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 파트별로 따로 모여서 부족한 부분을 더 연습하기도 하고 있어요.” – 나승균 지휘자


 

나승균 지휘자는 매주 월요일,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할 시간도 부족한 단원들이지만, 모두가 열정적으로 합창단 활동에 참여해주어서, 그런 단원들에게 도리어 자극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해야 하는데, 합창단 연습에 참석하기 위해서 일하던 옷차림 그대로 오시는 단원들도 많아요. 보통 연습이 밤 10시가 넘어야 끝나는데, 도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는 하시죠.” – 나승균 지휘자

 

성악을 전공하여 아산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고향인 창원에 내려와 아싸 근로자 합창단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나승균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음악을 지도하고 있지만 도리어 단원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저녁에 공연이 있으면 대개 늦게 일어나 음악 활동에만 전념하던 자신과는 다르게, 단원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도 밤늦게 모여 노래를 부르니 말입니다. 마치 개미들을 보며 깨닫는 베짱이처럼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단원들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다고 합니다.

 
 

“함께 노래하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다 해소돼요.”

 

아싸 근로자 합창단
활기차고 명랑한 아싸 근로자 합창단

 

아싸 합창단에서 3년간 동고동락하며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온 테너파트 최창열 씨. 산업단지공단과 인근 회사의 홍보 담당자 분들이 ‘아싸 근로자 합창단’을 각 회사의 사내 게시판에 공지해주신 덕분에, 합창단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소 음악을 접할 기회라고는 아침 체조시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전무한 환경이라서 최창열 씨에게 합창단은 ‘탈출구’와 같다고 합니다.

 

“기계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회사가 남성 중심의 문화이고,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요. 또 회사 안의 동아리라면 아무래도 업무의 연장이 되는데, 이곳에서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도 터놓고 친해지게 되죠. 이곳이 저의 인맥이자 스트레스 탈출구입니다.” – 최창열 씨

 

당장 내일 아침까지 완성해놔야 하는 업무가 있어도, 합창단 연습에는 빠지지 않고 와서 노래를 부른 후 다시 회사에 들어가 밤새 일한다는 최창열 씨. 일 년에 한두 번 어쩌다 일이 일찍 끝날 때에는 퇴근해서 집으로 갔다가도, 모처럼 놀아주는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세 아이들을 데리고 연습에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에게 아싸 근로자 합창단은 제 2의 고향이에요.”

 

아싸 근로자 합창단
(왼쪽) 라소영 씨 (가운데) 김인우. 홍은행 커플 (오른쪽) 최창열 씨

 

이날 연습에는 소프라노 파트에 대거 포진해있는 공무원들이 을지훈련으로 대부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아싸 합창단의 큰 오라버니인 최창열 씨가 뒤쪽에서 구경하던 라소영 씨를 손짓하며 부릅니다. “원년 멤버~ 빨리 온나. 왕년에 노래 좀 했잖아.” 안 부른지 오래되어서 ‘넬라 판타지아’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손 사레를 치던 라소영 씨는 마지못해 소프라노 자리에 앉았습니다.

 

“합창단 1기로 작년까지 활동했어요. 창원에서 일하다 고향인 당진으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합창단을 그만두게 되었고요. 지금은 휴가 기간이라 8개월 만에 합창단 사람들 만나러 왔어요. 연고지도 아닌 창원에 혼자 와서 일할 때 외로웠는데, 이 모임이 제게는 가족과 같았죠. 고향 친구들이 잘 있냐고 물어보면, 합창단 하면서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해서 오히려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였어요.” – 라소영 씨

 

그리고 라소영 씨처럼 아싸 근로자 합창단이 제 2의 고향이자,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곳이라고 말하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충북이 고향인 김인우 씨와 경남 양산이 고향인 홍은행 씨인데요. 두 사람은 아싸 근로자 합창단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공식 커플입니다.

 

“저는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데, 사진 찍어주러 왔다가 합창단원이 되었어요. 여자친구의 노래하는 모습이 예뻐서 반했고, 합창단 안에 있는 소규모 모임(파트별 모임, 띠별 모임, 성별 모임 등)에서 친해져서 고백했어요. 취미생활을 공유하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통하는 게 있어서 좋아요.” – 김인우 씨

 

“회사 게시판에 공고를 보고 합창단에 들어왔는데,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물론 타지에서 와서 힘들었던 점까지 다 해소되었어요. 아싸 합창단 공식 커플로서, 훗날 부부 합창단의 초석을 다져보려고 해요.” – 홍은행 씨

 
 

“내가 직장생활 외에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 있어요”

 

아싸 근로자 합창단
(왼쪽) 송유화, 송유미 자매 / (오른쪽) 지난 여름 전남 보성으로 음악캠프를 다녀온 합창단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아싸 근로자 합창단에는 진짜 가족들도 있습니다. 알토 파트에 세 자매인데요, 공무원으로 근무지인 고성에서 이곳 창원까지 와서 연습에 참여하는 큰언니 송연주 씨와 쌍둥이 자매인 송유화 씨, 송유미 씨입니다.

 

“큰언니가 먼저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집에서 노래하는 걸 보면서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저희 자매들이 사이가 좋지만 직장이 다 다르다보니, 같이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함께 합창단 활동하니 더 돈독해지고, 서로의 직업이나 환경도 이해할 수 있어요.” – 송유화 씨, 송유미 씨

 

아싸 근로자 합창단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말하는 것, 바로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는 얘기인데요. 평소 창원의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강병조 씨는 휴가기간인데도 고향인 부산에서 합창단 연습에 참석하러 왔다고 합니다.

 

“저는 회사 동료 소개로 합창단에 들어왔어요. 휴가 중인데도 연습에 온 건 지휘자님도 그렇고 모두들 열심히 해서 연습에 빠지면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출장, 회식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참석하려고 해요.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내가 직장생활 외에도 뭔가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보람 있어요.” – 강병조 씨

 

이처럼 열심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직장생활과 합창단 활동을 병행하는 아싸 근로자 합창단! 공연 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당직을 서다가도 부리나케 달려와 노래를 부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등 단원들의 에피소드는 끝이 없었습니다. 또 연말공연에는 아싸 근로자 합창단만의 특별한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깜짝 프러포즈인데요. 작년 연말공연 때 김윤현 씨와 남자 단원들이 신부를 둘러싸고 꽃을 주면서 프러포즈를 해, 올해 1월 결혼에 골인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아싸 근로자 합창단
아싸 근로자 합창단의 연말 정기공연과 깜짝 프러포즈 모습

 

작년부터는 산업단지공단 내의 근로자가 아닌 일반인, 개인사업자,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는 아싸 근로자 합창단. 끝으로 대회에서 1등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근로자 합창단’인 만큼 창원의 회사들이 종업식, 시무식을 할 때 공연을 해서,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아싸 근로자 합창단은 그 이름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로 다채로운 무지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하모니가 앞으로도 지속되어 창원의 모든 근로자들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즐거움을 선사하기를 기대합니다.

 
 

아르떼 사업 소개 2013 산업단지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

「산업단지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은 산업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합니다. 본 사업은 산업단지 내외의 공간에서 진행되며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참여자의 삶의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이고, 참여한 이들 간에 교류 및 협력활동을 통해 유대관계를 높일 수 있는 커뮤니티형 프로그램 입니다. 2013년에는 9개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 CEO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17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