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하면 빠질 수 없는 캠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도 방학을 맞이해 여름 캠프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만 ‘꿈다락’을 만났던 아이들이 보다 긴 시간 동안 문화예술교육을 진하게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는데요. 풋풋한 고등학생들과 함께한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여름 캠프도 8월 6일부터 2박 3일간 전남 유치자연휴양림에서 열렸습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감정들을 틔우며 연극의 바다에 풍덩 빠진 아이들,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왼쪽부터)민지와 다혜, 태영이가 빨간 보따리에 스트레스와 고민을 담아 던져내고 있다

 

“근성이 없어! 안 하려고 해도 계속해! 왜 계속하고 있냐고! 아이디를 삭제했는데 왜 또 복귀해!” – 최다솔

 

“너는 왜 방학동안 집에서 아기만 보고 있니! 고1이 자기 할 일을 해야지. 왜 아기만 보고 있냐고! 3살 동생, 이제 알아서 좀 크지, 왜 네가 보고 있냐고?!” – 박민지

 

“아니, 우리 형은 인생을 왜 그렇게 사는데! 야, 형아, 인생을 알차게 보내라고! 허송세월하지 말고!” – 이태영

 

게임을 끊고 싶은데도 끊지 못하는 자신의 싫은 다솔이, 늦둥이 동생을 돌보는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놓은 민지, 요즘 형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고 속상하다며 형에게 일침을 놓는 태영이. 빙 둘러앉은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스트레스와 고민, 버리고 싶은 것들을 빨간 보따리와 함께 힘껏 던져냈습니다.

 

풋풋하고, 한창 청청(靑靑)해야 할 청소년의 시기. 하지만 요즘 우리 귀에 들리는 그들의 소식은 청청하기보다 조금은 어둡고, 암울한 듯합니다. 학교폭력, 출구가 없는 또래집단의 횡포와 끝없는 입시경쟁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자살을 선택하고 마는 아이들. 어른들은 심리 상담을 수업 시간에 끼워 맞추며 해결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의 표정은 환해지지 않는 듯합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우리는 아이들의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를, 아이들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걸까요?

 

“웃으면서 장난처럼 이 수업을 한다면 화를 끄집어내고, 절실한 것을 표현해내는 연기를 할 수 없어. 이렇게 웃으면서 하면 하나마나한 수업이 돼. 이 수업은 빨간 보따리 안에 든 내 마음 속의 화를 풀어내고, 서로 공감하고 토론하기 위한 시간이야. 선생님은 장애인이나 노인들과 함께 이 수업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은 저 보따리가 죽은 아들인 것처럼 껴안고 울기도 했고,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설움을 호소하며 던지기도 했어. 선생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 정권숙, 극단 새결 연극강사

 

나의 스트레스와 고민, 버리고 싶었던 기억을 빨간 보따리와 함께 던져버리는 시간. 아이들의 고민은 키와 곱슬머리 등 간단하고 귀여운 고민부터 게임 혹은 공부로 인한 자신감 결여, 자신에 대한 불만족, 가족에 대한 불만에 ‘행복해지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외침까지. 아이들이 내던지고 싶은 고민과 스트레스는 간단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 겉모습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보따리를 붙잡고 풀었던 시간. 풋풋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여름 연극캠프는 연극놀이로 이렇게 서로 마음을 여는 시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연극적인 기법을 이용해 우리 마음속의 무언가를 찾아내는 거야. 이건 레크리에이션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거든”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아이들이 ‘연극’이라는 문화예술교육에 집중하고, 놀이로써 즐기고 있다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여름캠프는 연극을 활용해 아이들이 꽁꽁 감추고 있었던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토닥토닥’ 위로하고 공유하고 시간으로 마련이 되었는데요. 더 나아가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미래의 인생을 그려보고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캠프를 기획, 지휘하는 정권숙 씨(극단 새결 연극강사)는 무엇보다 상황극에 어색한 아이들의 마음 표현을 끌어내고자 노력한다고 전했습니다. “이건 레크리에이션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야. 연극적인 기법을 활용해서 뭔가를 찾아내는 거지”라면서 ‘연극’이라는 매체로 하여금 내 자신을 깨고, 자꾸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날 캠프는 조 이름과 구호, 몸짓을 만들어보면서 웃으며 즐기는 시간도 함께 진행됐는데요. 자신의 어릴 적 사진들을 모은 이른바 ‘성장판’에 자신의 성장과정을 표현해내면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뿌리뿌리 흩어져’ 팀이 성장판에 자신의 성장과정을 표현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건 나무인데요. 보통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맞지만, 우리는 뿌리라는 팀 이름에 집중해서 과거를 가지에 두고, 현재를 뿌리에 두었어요. 그만큼 뿌리 깊은 사람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 박윤아

 

‘나무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성장판을 제작한 뿌리 조는 ‘뿌리’라는 조 이름에 집중해,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꾸몄는데요. 설명 후에는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건이는 미래의 나에게 “시작도 안 했다”라는 말을 남기며 “아직 16살이잖아요”며 간단명료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설명을 덧붙였고, 윤아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한마디가 좋다면서, 항상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건휘는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서든 기죽지 않는 사람이 되자. 여자를 잘 만나자”라고 전해 아이들의 웃음이 터졌습니다.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운데, 연극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걸 느꼈어요”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다솔이는 고3 스트레스와 고민 해결에 연극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3이 돼서 드는 생각이요. 확신보다는 불안이 커요. 조금만 더 있으면 사회로 나가잖아요. 그게 눈앞에 다가오니까 1학년 때는 별로 대학교에 대한 그런 것도 없었는데, 고3이 되니까 그게 커져버리더라고요. 1,2학년 땐 잘 해왔던 게, 3학년 되니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지쳐버려요.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이럴 것 같아요” – 최다솔

 

올해 고3. 다솔이는 요즘 가지고 있는 고3에 대한 부담과 장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는데요. 게임을 자제하기가 힘든 점, 혹은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사소한 것이지만 연극 수업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선생님은 ‘연극은 사람이 되어야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언제 한 번, 공연을 나갔는데 거기서 보통 아이들처럼 굴면 아이 대하듯 하고 대우를 안 해주는데, 제 배역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고 의젓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른 대접을 해주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나의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고, 어떻게 내가 행동해야 할지 감도 잡았어요. 꼭 커서 연극을 안 하더라도, 사회생활에서 연극은 꼭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최다솔

 

서율이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활동을 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기대감을 품고 연극 캠프에 왔다고 전했으며, 다솔이는 그동안 연극수업을 받으면서 내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고, 막힐 때에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캠프를 통해 그런 감정들을 틔어보려고 한다는 각오까지 전했습니다.

 
 

“이번 캠프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 확신을 갖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이에요. 그리고 섞어지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극단 새결의 정권숙 씨가 연극 캠프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극 캠프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해요. 요즘 아이들이 노는 문화가 많이 없잖아요. 또 서로 친한 아이들만 친하고 이러다보니까 좀 갇혀 있는 듯도 해요. 넓게 이것저것 시도하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되고 싶어요.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10년 후에 저를 찾아오는 기대도 해보고요. – 정권숙 씨

 

캠프 진행을 맡은 박홍필 씨(극단 새결 대표)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캠프를 만들고자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번 캠프를 통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며 자신의 꿈과 미래에 더욱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박홍필 씨는 “연극은 호흡과 어울림이 중요해요. 아이들의 그런 표현을 끌어내는 게 강사들의 능력이라고 하지만, 항상 어려운 일이지요.”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정권숙 씨와 박홍필 씨의 바람대로, 이번 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연극을 매개로 진정한 마음 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서로 공유하며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과 극단 새결, ‘연극’으로 만나다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 캠프가 한창인 가운데, 아이들을 위한 연극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극단 새결의 정권숙 씨를 만났습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의 꿈과 비전,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연극 캠프에 대한 이야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연극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진행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Q. 극단 새결은 어떻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함께하게 됐나요?

2001년 극단 새결은 목포의 젊은 현장 연극인 중심으로 ‘연극을 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든지 구를 수 있는 멍석을 깔아보자’라는 취지하에 만들어졌어요. 그 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만들어지면서 교육과 연극을 겸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지요. 제가 작년부터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아우름 프로그램에서 연극 강사로 활동을 하다가, 올해 처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만나게 되었어요.

 

Q. 2013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푸른개구리 연극학교 ‘굴개굴개’의 상·하반기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극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더 큰 사회로 나아가야할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어요.

 

지난 상반기엔 아이들이 학교폭력예방 창작연극 “동물의 왕국”으로 전라남도 내 중고등학교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성폭력예방아동극 “말해도 괜찮아”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많이 다루었어요. 지금도 여러 곳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하반기에는 연극 놀이와 연극 치료 기법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지역과 현장 학습을 통해 특강, 자신과 주변을 소재로 한 공동창작극 발표를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Q. 연극에 대한 호기심은 있어도, 정작 용기가 나지 않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참여하는 친구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요?

저는 “대본을 외워서 배우처럼 연극을 하는 것도 연극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놀면서 만들어가는 것도 연극이다. 너희들이 지금 앉아있는 모양이 각기 다른 것도 연극이다. 어렵게 생각하지말자. 너희들은 이미 연극을 해왔어. 지금도 하고 있지! 어릴 적 보자기를 보면 슈퍼맨 놀이를 했잖아? 기억나니? 엄마의 높은 구두를 신고 걸었던 기억도 있니? 엄마가 없을 때 엄마의 화장대에서 빨란 립스틱을 발라본적이 있니? 이 모든 것들이 연극적인 움직임이란다”라면서 아이들을 토닥여요. 그럼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죠. 사실 어려운 게 아닌데, 얇은 벽을 깨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애들아! 누가 뭐라 하건 너희 길을 뚜벅뚜벅 갈수 있는 청소년다운 용기, 꿈을 꾸는데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렴. 무엇이든 다 될 수 있는 너희들, 사랑한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글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리포터_허지은

열쇠가 상자를 열 듯, 즐거운 현장의 이야기로 여러분의 마음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