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생태]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잠시 지구에 머무는 동안

오늘부터 그린⑭ 로컬쓰레기로 연결하고 성찰하기

나의 작업은 재료가 될 쓰레기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야생에서 먹을만한 열매를 채집하는 야인이 되어 길바닥을 샅샅이 살피며 출근한다. 어제는 왼쪽 골목으로 갔다면, 오늘은 오른쪽 큰길로 출근해 새로운 쓰레기가 있는지 탐색한다. 운이 좋으면 쓸만한 쓰레기를 줍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야생은 그런 것이니! 주운 쓰레기를 작업실에 가져가면 쓸만한지 한 번 더 살핀 후, 잘 닦는다. 그러면 드디어 나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모으는 재료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주운 재료와 인사를 나누고 살피며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씨앗을 심는 넉넉한 이야기방

예술가의 책방⑨ 책방심다

빌려주던 작은 방 전라남도 순천시 조곡동 151-38. 방이 많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1978년 완공된 이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순천역에서 근무하던 철도 노동자들이 장기 숙박을 하던 여인숙이었다. 철도산업의 변천과 시설 노후로 인해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을 종료하였다.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전혀 관리되지 않은 이곳에 2019년 작은 책방을 열었다. 여러 개의 쪽방 벽을 헐고 방과 방을 연결했다. 창고와 화장실을 털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각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이 있던 ‘빌려주던 작은 방’은 이야기가 모이고 나뉘는 ‘이야기방’이 되었다. 2016년, 순천역 앞

꿀벌과 기후를 지키는 시민의 작은 행동

오늘부터 그린⑩ 곤충이 보내는 위험 신호

곤충이 좋았다. 지금은 미래 식량으로, 애완곤충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면들이 많이 생기는 듯 보이지만 예전 내 주변에서는 ‘징그러운 벌레’나 ‘해충’ 정도로 생각하고 크게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나는 곧잘 산에서 곤충을 관찰하거나 집으로 데려와 내 방에서 몰래 키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곤충을 좋아하는 나를 혼내거나 학교에 간 사이에 곤충을 다시 산에 풀어주곤 하셔서 나와 곤충 간 관계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었다. 그런데도 곤충이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집 한쪽에 있던 『파브르 곤충기』가 재미있었다. 다만 남들과 달랐던 점은,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예술을 만나자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체험의 현장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초부터 대부분의 학교와 예술교육단체는 현장 체험학습을 떠나지 못했다. 축제와 행사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되기 일쑤였다. 방학 중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접할 목적으로 떠나는 캠프형 프로그램은 당연하게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며 겨울잠을 자듯 조용했던 문화예술행사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랜 시간 머물렀던 집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을 위한 캠프형 프로그램과 앞으로 열릴 행사를 소개한다. <세대공감놀이터 WOO-후죽순> 사진 제공_담양군문화재단 문화도시추진단 불가에 마주

자연과 생태계, 미래를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 공간

오늘부터 그린⑨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생태예술교육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설치된 국내 최초의 전문 문화예술교육 공간이다. 2016년 개관 이후 “예술적 놀 권리”의 이념과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통해 지역 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시설 입지와 공간의 역사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물’과 ‘녹색’ 시설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개관 시기부터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미래 사회에 관한 관심과 기후 및 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예술놀이 기반으로 생태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내일은 예술놀이-상생을 위한 상상’ 프로젝트는 생태·자연·환경

감각 교차를 채집하는 도구와 장소

예술가의 감성템③ 피에조, 루페, 실상사

조각을 공부하고 그 뒤 사운드아트와 사운드 설치미술, 필드레코딩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난 뒤부터 나의 활동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시각적인 영역과 청각적인 영역을 오가기도 하고 그 둘의 영역의 교차지점에 서 있기도 하면서 소리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과정과 결과물을 경험하고 소개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2017년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에 ‘깡깡이마을’이라고 불리는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전자공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예술학을 공부한 다른 작가와 둘이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깡깡이마을은 부산 자갈치 수산물 시장이 맞은편에 보이는 영도의 해안가 선박수리 공업지역이다. 마을 전체가 선박을

성난 지구를 달래는 다정하고 느릿한 인사

오늘부터 그린⑧ 기후변화와 생활 속 실천

북한산 자락에 속하는 우리 동네 뒷산은, 오래된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작지만 제법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산 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이면, 낯익은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나들이 인파가 꽤 있는 편이다. 잘 발달한 숲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해준다.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덮친 겨울철에도, 숲 안으로 들어가면 더위나 추위도 적당히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

진정한 ‘식덕’이 된다는 것

흙의 예찬④ 식물의 삶 이해하기

어쩌다 보니 ‘생태·환경’ 책을 주로 펴내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해 9년째 일단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출판사를 시작할 때 그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왜 이 비인기 주제에 꽂혔을까, 생각해 보니 식물에 관한 ‘의미 있는’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고 새벽 야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새벽에 일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서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 동글동글 작고 예쁜 하트 모양을 한 연둣빛 이파리를 나뭇가지에서 밀어내고 있는 그 나무가 너무

공존을 모색하는 ‘약하고 꾸준한 연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대부분의 현대인은 의뇌(義腦)를 가지고 있다. 손상된 신체의 연장으로서의 의수나 의족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뇌를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의뇌를 장착하고 사이보그로 살아간다. 노화되어가는 생물학적 뇌에 비해 주기적인 신상 제품으로 교체되는 의뇌라는 신체 부속은 인간의 기억을 더욱 스마트하고 강력하게 보조해줄 것 같은 환상을 준다. 검색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소통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기억이 강화되는 게 아니라 소멸되는 경우가 많고, 소통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강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뇌를 통해 시대와 더 많은 경로로 접속하려 할수록 잠재적인 가능성의 관계는 상실되어 간다. 우리가 검색하는 정보는

지구의 오늘에 함께 기여하는 액션!

탄소중립을 선언한 영국 피그풋시어터

탄소중립극단(carbon-neutral theatre company)을 단체명 앞에 내세우는 연극단체가 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 이하 피그풋)이다. 헤티 혹손(Hetty Hodgson)과 비 유데일-스미스(Bea Udale-Smith)가 공동예술감독으로 이끄는 피그풋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기후에 관한 공연을 만들고 있다. 작품 안에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며, 재활용품을 이용해 무대 세트를 만든다. 작품을 계획할 때부터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의 공연 후 쓰임까지 고려하며,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기록한다. <How To Save A Rock> ⓒEd Rees | [이미지출처] 피그풋시어터 페이스북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극단의 도전 과연 가능한 일일지

새로운 꿈을 꾸듯,
예술의 기운을 전합니다

2022년 예술가의 새해 소망

구지민 방영경 이승연 이영연 최제헌 [아르떼365]는 임인년(任寅年) 새해, 문화예술(교육)에 바라는 바와 예술적 소망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연하장’을 기획했다.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매체로 전달하는 시각 이미지는 긴 텍스트로 이뤄진 글과는 또 다른 감동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아르떼365]에서 필자로, 인터뷰이로, 사례의 주인공으로 함께 했던 시각 예술가 5인이 건네는 새해 인사는 오픈소스로 독자가 직접 출력하여 연하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 사과파이 | 구지민 2022년, 예술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지속가능한 삶을 탐구하는 실용적인 교육이 되기를. 길어지는 팬데믹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힘을

살아있는 식물 그림을 그리는 법

흙의 예찬② 생명력을 기록하기

기억 속 모든 모과나무를 떠올리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과차를 마셨다. 일주일 넘게 딱딱한 모과를 채 썰어 모과청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평소 먹지 않던 모과차를 요즘 매일 마시게 되었다. 혼자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모과가 집에 쌓여 있는 이유는 곧 모과를 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열매를 관찰하려면 줍거나 얻은 모과로는 부족해 농장에서 상자 가득 샀다. 길이와 폭을 재거나 색을 비교하는 등 외형을 관찰하는 일은 끝났고 열매 안에 씨앗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모과를 매일 잘라보고 있다. 절단면에 보이는

많을수록 빈곤하고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이 무슨 요상한 말일까? 더 많이 가져야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에, 적을수록 풍요롭다니. 심지어 많을수록 빈곤하다니. 경제가 성장해야 생활이 안정되고, 그래야 문화예술도 꽃핀다는 것이 상식인데 빈곤을 강요하다니.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성장이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온 건 맞지만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 건 아니다. 북반구의 풍요는 남반구의 희생을, 도시의 풍요는 농촌의 희생을, 자본가의 풍요는 노동자의 희생을, 건물주의 풍요는 세입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점점 더 불평등해졌고 특정한 문화가 다양한 문화들을 집어삼켰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마야 괴펠, 나무생각, 202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제이슨

미지의 생물을 향한 감각의 확장

흙의 예찬① 버섯 찾기

흙냄새를 따라서 나는 2019년부터 취미로 버섯을 찾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오면 바람을 타고 스쳐 가는 흙냄새를 따라서 숲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야생 버섯 중에는 크기가 작거나, 색이 화려하지 않거나, 풀과 낙엽 사이에 있거나, 돌멩이처럼 생겨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를 통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이나 삶은 무, 해산물 냄새, 혹은 죽은 생물이 부패할 때 풍기는 향처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냄새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셀 수 없이

둥글게 모여 만드는 따뜻한 결속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는 마을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좋은 지침서이자 따라 걷고 싶은 든든한 선배 같은 책이다. 이들이 어떻게 모여 무슨 일을 만들고 이뤄내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탁’이라는 드라마 한 편이 재생된다.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공유성북원탁회의, 민들레, 2020) 서로의 어미새가 되어 서울시 성북구에서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유성북원탁회의(이하 공탁)’는 2012년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 자율적인 모임으로 공식화해 현재 3백여 명이 함께하는 지역 내 대표적인 민·민, 민·관 협치형 커뮤니티다. 공탁은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