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 세계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신드롬에 빠져 있다. OpenAI에서 개발하여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2022년 11월 30일 출시 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며, 출시된 지 5일 만에 100만 명, 2주 만에 200만 명의 사용자를 달성하였다.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넷플릭스는 3.5년, 에어비앤비는 2.5년, 페이스북은 10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단기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이 기록만 봐도 챗GPT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이해할 수 있다. 구글(Google)에서도 AI 챗봇 바드(Bard)를 출시하면서 챗GPT의 선점 효과를 이겨내려고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스템은 주어진 데이터나 문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나 작품 등을 생성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생성형 AI는 자연어 처리를 이용하여 자동으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미지나 음악, 비디오 등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딥러닝, 강화학습 등의 기술을 사용하여 구현되는데 이를 위해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문장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뿐 아니라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2) 같이 그림을 그려주거나, 비디오, 오디오, 3D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미래 교육의 변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래 교육의 변화 방향과 관련하여 세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미래 사회 인재의 역량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인재의 역량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을 필자는 ‘6C’로 제시하고자 한다. 6C는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이다. 6C는 개인이 학습을 통해 개념적 지식을 쌓는 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5개의 역량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는 것(knowing)’과 ‘하는 것(doing)’이 결합되어 개인에게 체화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이러한 미래 인재의 역량을 잘 길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인재를 위해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가르쳐 왔던 교육의 내용이 미래 인재에게도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국가교육과정을 통해 가르쳐 왔던 내용이 미래 사회에도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의 내용과 함께 이러한 학습이 잘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는 방식도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지식의 내용을 암기하여 잘 기억해 내는 역량, 즉 주어진 문제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 암기 위주의 학습, 반복적인 문제 풀이 학습이 중심이 되어 왔다. 그렇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는 미래 사회에서 인재의 역량은 정답을 잘 맞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인간 고유의 인문학적 창의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산업사회형 교육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교육의 방법으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방법이 주로 활용되어 왔다. 지식의 전달을 통해 학습의 성과를 평가하여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 학습자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고, 현재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는 학습을 제공해야 한다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의 요구가 지속되어 왔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별 학습자에 대한 분석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구현하는 에듀테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적용되고 있다. 교육 방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실현되고 있다.
  • <에듀테크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
    자료 생성 : 미드저니(Midjourney) 프롬프트 /imagine prompt: Artificial intelligence, future education, teachers and students, customized learning, learning through chatting, writing education
예술교육전문가를 도울 AI 보조교사
미래 교육을 주도해야 하는 주체인 교수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Expert)가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이를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X with AI’라고 지칭한다. 교수자는 해당 교육 분야의 내용과 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육전문가(EX, Educational Exper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교육전문가’라는 표현으로 ‘EX with AI’라고 표현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가르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를 ‘AI 보조교사’라고 지칭할 수 있다. 교수자가 다양한 AI 보조교사를 잘 활용하여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갖추게 된다고 표현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 중에는 개별화된 지식 이해와 전달, 평가에서의 개별화된 분석과 평가 결과의 정리, 맞춤형 평가 결과의 기록을 위한 기초 자료 생성, 학생별로 필요로 하는 피드백의 제공에 있어서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래의 교수자는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아 이상적인 교육적 성과를 거두어 낼 것을 기대한다.
* 이 칼럼은 제2회 미래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생성형 AI 시대, 새로운 역량과 미래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바탕으로 한다.
정제영
정제영
교육학을 전공하고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래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미래교육 전문가다. 제4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에서 사무관과 서기관으로 교육정책 기획 및 집행을 수행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교육학과장, 호크마교양대학장,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최근 『챗GPT 교육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 『AI 교육혁명』 『뉴 이퀼리브리엄』 『교육의 시대』 등 미래교육과 관련된 활발한 저술을 하고 있다.
jychung@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