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될 평창에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은학교가 있다. 바로 평창무이예술관이 그곳이다. 한적한 봉평의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 향을 가득 머금고 오는 이로 하여금 고향집의 포근함과 막연한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함을 선물한다.
4인 4색, 그들만의 섬세함을 담아내다
소박하지만 아련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품고 있는 시골학교. 도시로 하나 둘 떠나간 빈자리가 늘고 재학생수가 줄면서 학교는 문을 닫고 폐교가 됐다. 그리고 2001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폐교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의 바람이 이곳에 불었다. 그 변화의 바람은 이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한 무이초등학교를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전시되고 각종 도예 체험의 현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을 찾은 지역주민과 외부 관람객은 보는 것은 물론 만지고 느끼는 등의 다양한 예술체험 활동을 할 수 있고 조각전시 작품과 학교 건물에 그려진 그림으로 시선이 가는 곳마다 예술품 감상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폐교에서 예술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작가의 생가와 가까운 곳이 위치한 덕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서양화가 정연서,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법, 서예가 이천섭까지 4명의 예술가가 직접 꾸민 창작공간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예술인들이 그리고 만들어낸 그림과 도자기, 서예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을뿐아니라 조각공원으로 꾸며진 운동장은 이곳의 볼거리다. 예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운동장을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 오상욱 조각가의 작품인데, 이곳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개인 조각공원으로는 최대규모를 자부한다고 했다. 총 70여점의 대작과 100여점의 소품으로 구성된 작품은 모두 체계적인 분류에 의해 연출되었다.
한편, 학교 안으로 들어서는 현관과 이어진 복도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독특해서 흥미를 끄는 조각품과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생활 속 폐품을 이용한 아이디어 작품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면 금방이라도 나무 바닥이 무너져 내릴 듯 보이는 오래된 바닥이 또 하나의 역사적 작품을 대신한다. 복도의 또 다른 벽면은 인체모양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공간적 빈틈인 천장, 벽면 모두가 틈틈이 작품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음에 놀랐다. 그렇게 구석 곳곳의 작품을 감상하며 천천히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그림 작품이 바로 정연서 화가의 메밀꽃 그림이다. 마치 하나의 그림과 같은 느낌으로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배경의 메밀꽃 그림이다. 구도와 채색 등의 차이가 그림이 품은 각 각의 개성을 이야기하듯 표현해냈다. 문득 메밀 꽃 밭을 그대로 떠서 화폭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벽면이 온통 몽글몽글 메밀 꽃의 느낌으로 포근하게까지 느껴진다.
무이예술관은 작은 물건 하나하나에도 예술인들의 섬세함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음료 자판기마저 귀여운 그림과 재치 있는 문구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쯤되면 화장실이 궁금해진다. 어떤 모습일까? 보통 찾고 싶지 않을법한 화장실마저도 이곳에선 색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 화장실을 가르키는 표지판은 익살스러운 남자, 여자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고 화장실 안쪽에도 마찬가지로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절로 짓게 한다.
화장실을 들여다보고 돌아나와 학교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입구와 외벽으로 보이는 조각품과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화분과 작은 화분이 행성이라는 글씨와 함께 생각과 꿈을 담아 자라고 있는 듯 창의적이다. 이렇게 흰 건물의 외부 벽면은 그림과, 도자기 그릇인 듯 도예가 권순법씨와 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씨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의 하나하나 틈새까지 모두 하나의 예술품으로 완성된 이곳은 예술인들의 정성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 때, 시골학교에서 폐교로 마을의 흉물이었지만 이제는 평창을 찾게 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이유가 되고 있는 평창무이예술관이다. 생활 속 버려지는 물건이나, 장소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활용해 사람들의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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