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예술가들이 만나고 예술가와 주민들이 만난다. 예술가와 주민과 자연이 하나되어 함께 어우러진다. 조용한 시골마을, 강원도 화천에서 펼쳐지는 텃밭예술축제의 현장은 매주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창작워크숍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공연을 열어 지역민들과의 만남을 도모한다.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 결합의 현장인 것이다. 한여름 밤 ‘그 장소’ ‘그 시간’에 만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무대! 예술의 씨앗이 뿌려지는 그곳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화천의 마을 속으로 자리한 예술

 

화천군 화천읍 신읍1리 동지화마을, 20여년 전 폐교된 신명초등학교를 도시에서 온 젊은 예술가들이 빌렸다. 폐허처럼 버려진 이곳 학교에서 이들은 머물 곳을 직접 손보고 다듬었다.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는 근사한 명패도 달았다. 흉물스럽던 학교는 아담한 사무실이 되었고 다 쓰러져가던 창고는 번듯한 연습 공간이 되었다. 이 젊은이들은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화천에 ‘시골마을 예술텃밭 ‘을 일구고 있다. 예술텃밭, 그곳은 어딜까? 어떤 모양으로 생겼을까? 그리고 그 밭엔 뭘 심었을까? 한껏 물음을 안고 갔으나 자라나는 농작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태 전 텃밭을 가꾼 적은 있지만 투어 공연 끝나고 돌아와 보니 농작물이 모두 망가진 것을 경험한 이래 농사는 짓지 않는단다. 오롯이 그들이 키우고 있는 것은 바로 예술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텃밭에서는 7월마다 예술축제가 열린다.

 

 

더 광대,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한국 전통연희 전공자와 한국 전통 탈춤인 고성오광대 이수자들로 구성된 예술단 ‘The 광대’! 풍물, 탈출, 남사당놀이 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현대적 연희로 창작해 무대에 올린 이들은 특유의 친근함과 흥겨움이 담아 공연을 펼쳤다. 더운 날씨임에도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치고 신명 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은 사자 탈춤이 인상적이었다. 사자도 아니면서 낙타도 아닌, 때론 뱀으로, 어느 순간은 낙타로, 다시 기린으로 변신하며 관람객의 혼을 쏙 빼놓았다. 한편으로 마치 중국의 가면극 ‘변검’을 보는 것처럼 순간순간 모양을 바꿔 특히 아이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아이들은 연신,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이리저리 무대를 살피며 변신의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 온갖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래야’ 6인조 국악&뮤직

 

이날 무대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무대는 바로, 국악을 바탕으로 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홀린 ‘고래야’ 밴드였다. 고래야 밴드는 ‘우물 안 개구리’, ‘노총각’ 등 다양한 음악을 선사했고 음악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앵콜’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뻐요’, ‘사랑해요! 고래야’ 등 관객들의 뜨거운 외침이 공연 밴드의 마음까지 뜨겁게 달구었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노래를 통해 모두 하나되어 함께 즐기는 모습에 음악과 사람이 하나됨을 느끼게 했다.

 

 

‘뛰다 ‘ & ‘광대’ 의 즉흥극 공연

 

극단‘뛰다’와 물물교환 워크숍을 통해 ‘The 광대’가 만났다. 이들은 새로운 창작공연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새로운 형태의 시도로 이날 공연은 마치 ‘마임축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어떤 의미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 그러나 한편 그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무대 위로 관객들을 이끌어 예술가와 관객이 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진정 소통하는 공연의 장을 선보였다. 배우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따라나올 때의 어색함과 수줍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관객은 마치 무대에서 또 한 명의 배우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모든 관람객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내려올 땐 자신감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통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글_ 박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