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뒤 5.6평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이랑’은 책을 통해 책방에서 할 수 있는 건 내 힘이 닿는 한 다양하게 진행 해봤다. 그러고 보니 이사도 많이 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다 하고. 이랑은 나에게 꿈의 공간이다. “이랑.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현실 버전.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많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찾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이랑 책방의 정체성인 것 같다. 2019년 상가 안의 공간에서 시작 후 브런치 카페 의 숍인숍(shop in shop) 책방으로 1년 정도 머물다 현재 가좌동에서 독립된 공간으로 이랑 책방 시즌3을 시작했다. 책방 앞이 공원이어서 창밖을 바라보며 머물기에 좋은 공간이다. 이전한 지 2주 정도 되었는데 새로 시작해보는 라떼 만들기가 의외로 재밌음을 느끼며 정신없이 지내는 중이다. 책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는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랑 시즌1
  • 이랑 시즌3
나의 이야기를 할 안전한 공간
처음 책방을 시작한 계기는 안전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하던 독서 모임이 없어지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멀어지며 독서 모임의 편안함과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책이랑 그림이랑. 이랑이라는 공간을 시작하며 큰 뜻이 있기보다는 그저 편안한 공간, 함께 이야기 나누고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고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하는 공간,. 너무 열심히 똑같이 잘 그리지 않아도 그림은 즐거운 것이고 기분 좋은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공간을 구하고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구석 작은 공간이어도, 아는 사람들만 오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소수의 인원이 책을 즐기고 그림을 즐기면 그걸로 좋았다. 책방을 꾸린지 4년 차. 생각한 것처럼 여유롭고 순조롭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책방을 유지하는 건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제는 나의 마음의 소리에 좀 더 집중하고 있고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방을 시작하며 ‘왜 안 돼?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하는 다양하게 포용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모두 경쟁을 하고 최고가 되고 싶고 더 많은 자본을 향해 가는 세상에서 그게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더 가치 있는 것이 있고, 우리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함께 느끼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그런 구조와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처음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책방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독서 모임, 자수 모임, 글쓰기 수업, 그림을 그려 굿즈 만들기. 어린이 그림책 활동, 그림 수업. 정원 만들기, 각종 원데이 클래스. 작가와의 만남. 캘리그라피, 음악회, 수프를 먹으며 책 읽기. 출판사와 작가와 함께 책방에서 전시와 워크숍. 지원사업을 통한 다양한 수업들. 여유를 느끼고 사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공간은 각종 이벤트로 인해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다듬어 보려 한다.
  • 김종민 작가와 함께한 ‘여행을 그리다, 여행드로잉’
  • 그림책 『차의 나라 여왕님』 원화전 워크숍
연결된 우리를 느끼는 곳
이런 것들을 처음 기획하고 시작하는 마음은, 이걸 하면 좋을까? 참여하는 분들의 마음과 생각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누군가에게 필요한 활동인가였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각자의 마음에 좋지 않을까? 처음엔 그저 한 개인의 변화, 한 개인의 위안을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개인이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무척이나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책은 혼자 읽는 거지만 독서 모임은 나누어야 한다. 자기 생각이 남과 다를 수도 있고 타인에게 공감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비슷한 결을 느끼며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 같다. 결국에 내가 꿈꾸는 책방은 책을 통해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삶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부족함을 드러내고 채워주는 열린 공동체가 아닐까.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이 만나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크라메 원데이 클래스, 강사 박미영
  •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작가와의 만남
추천 도서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나의 관심사는 대부분 관계와 소통이었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소통에 답답해하고 그 원인을 나름 찾아보려 책도 읽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눈다. 최근 나의 그런 마음과 비슷한 결의 책을 읽게 되었고 추천하고 싶다. 이분은 수행하는 승려였지만 늘 자기 생각과 질문에 충실히 따라가는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생각한다.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이 단순히 너와 나의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닌. 주체가 ‘나’인 대답. 내가 판단하여 겸손히 내린 결론. 우리 삶은 너무 복잡하고 이런저런 것들이 얽혀 있지만. 결국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그런 내가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김미화
김미화
미술학원 운영을 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중 책방을 시작했다. 책이랑 그림이랑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도모하며 스스로 또는 함께 서는 힘을 기르는 중이다.
erangdrawing@gmail.com
인스타그램 @book_erang_drawing
사진 제공_필자
책 이미지 제공_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