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도 좋지 못해도, 날씨가 맑아도 흐려도 매일 촬영하고 싶다. 내가 서 있는 장소의 분위기 속에서 느낀 것을 촬영하고 사람들한테 보여준다.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해도 단 한 명만이라도 같은 걸 느껴준다면 그걸로 만족하고자 한다. 내일은 무슨 사진을 찍어야 할까.
사진은 나의 앞에 있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다. 먼저 몸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해야 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인 국경도시 나콘파놈(Nakhon Phanom)으로 떠났다. 나콘파놈은 태국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강 하나를 두고 라오스를 마주 보고 있다. 국경을 마주하는 곳에서 강바람을 맞이하며 다른 국가를 본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분명 나한테 있어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난) 태국 사람들은 사진 촬영에 기쁘게 응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거나 웃어준다.
나콘파놈은 촬영을 위해 몸을 둘 곳으로 적절한 곳이었지만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 방콕에서 차를 빌려 동쪽으로 매일 5시간씩 3일을 달렸다. 그 긴 시간을 항상 함께했던, 있을 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도착한 후에도 항상 지니고 다녔던 아이템 세 가지가 있다.
  • (왼쪽) <태국 나콘파놈1>(2023)
나의 한쪽 손 – 카메라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찍고 싶은 욕망이 있는 나는 집 앞에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에도 카메라를 들고 있다. 그만큼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 한쪽 손과 같은 아이템이다. 카메라를 고르는 데 있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내구성이다. 고장 나는 순간, 나의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만큼 웬만한 충격에는 버텨주어야 한다. 그리고 적은 화소 수를 선호한다. 화소가 크면 해상도가 크다는 것으로 더 고품질에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나는 컷 수가 매우 많다. 이번 태국 일정에서만 2만 컷이 넘는 사진을 촬영했다. 화소가 크면 사진 파일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에 감당이 되지 않는다. 렌즈는 EOS R3와 단렌즈를 사용한다. EOS R3는 내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다. 단렌즈는 화각을 바꿀 수 없어 불편하지만, 줌렌즈보다 튼튼하고 사진을 찍을 때 발을 움직여 찍는 것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가볍고 값진 – 이북리더기
고향에 있을 때 일 년 정도를 책만 읽으며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도서관에 가서 밤 12시 도서관이 닫기 전까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이때 알게 된 나의 읽기 속도는 2시간에 100페이지. 하루에 1권~2권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얻은 교양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어주었다. 나의 몸 앞에 있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좀 더 솔직해질 수 있고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책 덕분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몸이 힘들어도 틈틈이 읽는다.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먼저 짐을 줄어야 한다. 이북리더기는 책의 무게를 줄여 주는 만큼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체 발광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사용하는 모델은 리디페이퍼4. 리디북스 전용기로 난잡하지 않은 디자인과 손잡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는 만큼 넓은 손잡이 부분은 책을 읽는 데 있어 용이하다.
최적을 위한 체크 – 스마트워치
카메라는 빛을 담아내는 아이템이다. 빛은 아침에 동쪽에 떠서 시간에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항상 지금이 몇 시인지 체크해야 최적의 빛을 찾을 수 있다. 일반 시계가 아닌 스마트워치가 가진 장점으로 또 전화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 도중 연락이 오면 아무래도 흐름이 끊기게 되는데 이때 간단히 손목을 확인함으로써 무시해도 좋을 연락은 걸러낼 수 있다. (최근 보이싱피싱 전화가 많이 늘었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는 무엇보다 배터리 용량이 길어진 것이 장점이다. 그전에는 매일 충전해야 했는데 이제는 하루 이틀 정도는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또 커다란 화면과 수심 체크 등 편리 기능,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내구성까지 비용을 들인 가치가 있었다.
촬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아이템이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템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신체의 확장처럼 느껴진다. 소개하지 못한 아이템이 많다. 편집하기 위한 노트북, 담기 위한 가방, 이동하기 위한 차량. 촬영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나에게 있어 이러한 아이템들은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앞으로도 계속 촬영하며 살아가고 싶다.
  • <태국 나콘파놈2>(2023)
김덕원
김덕원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을 한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으며 느낀 것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인스타그램 @Kkedoc
홈페이지 kkedoc.myportfol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