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창의적 동면
  
② 2022년 이슈와 평가
  
③ 2023년 도전과제
돌아보며 다른 새로움으로
#기회의_불평등 #예술의_대면화 #예술의_사회적_역할 #본질적_필요 #감각과_사유
2022년에도 문화예술계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연결되고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023년, 다른 새로움을 위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질문을 던진다. 납작한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가 놓친 이들은 없는지, 본질을 잃지 않았는지, 그래서 우리는,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문화예술교육 기회의 불평등이다. 코로나 팬더믹을 계기로 온라인 교육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문화예술교육마저 정보와 지식의 전달로만 한정되는 프로그램이 많이 양성되었다. 문제는 이것을 보완할만한 ‘감각’과 ‘사유’ 등의 다양한 예술교육을 경험하는 기회가 정보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계층을 중심으로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새 시대의 인간다움을 대비하는 예술교육이 온라인 교육의 양적 확산 속에서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슬픈 현실이다.
– 남인우 극단 북새통 대표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았던 시기에 문화예술교육은 자신의 역할과 본분을 잊지 않고 묵묵히 나아갔다. 지금은 돌아보고 새롭게 바라봐야 할 것이 공존하는 때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 예술교육가와 교류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시선 속 한국은 이슈가 다채로워 매력적이며 대처가 빠르므로 부러운 곳이었다. 아마도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끔 만들어내는 한국형 예술교육가의 성향을 두고 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의 강점인가?’ 뒤로 남겨진 것과 앞으로 주어진 것 사이에서 ‘생존’이란 기치를 내세우던 문화예술교육 종사자에게 되묻고 싶다. 되려 가상의 공간에서 빠르고 정확하기를 급히 쫓느라,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재단하며 몸에 맞추느라 탈진한 건 아닌지. 분기점에서 외부의 시선과는 별개로 우리의 본질적 필요는 무엇인지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 안용세 연극 예술교육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 속에서 꾸준하게 지속되어온 ‘비대면 예술’의 시대에서 다시금 ‘예술의 대면화’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전 세계를 뒤덮었던 코로나19로 경험한 팬데믹 상황은 한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깊고 거대한 이슈로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질문과 성찰보다는 방역과 백신 시스템 속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메타버스와 같은 비대면 시대로의 이행을 그저 수용해야 하는지 문화예술(교육)계는 함께 돌아보고, 이러한 환경과 사회문제를 우리 삶과 연결할 수 있는 대면 경험을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HOOLA 디렉터
지난 10.29 참사가 있던 다음날 지역에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국가 애도 기간’이니 문화행사를 취소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러한 조치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애도 기간에 문화예술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애도와 문화예술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이렇게 획일적인 방법밖에 없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을 삶의 필수라기보다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옵션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 더 심하게는 문화예술이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중단되어야 할 쓸모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좀 진부하고 철 지난 주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 시대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특히 재해, 국가적 사건, 대형사고 시기에 문화예술은 어떻게 기능해야 하나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김찬두 협동조합 빈둥 대표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예술 생태계
#역동적이고_자율적인 #예술인복지 #작동하는_예술교육 #힘과_근육
2022년 9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률에 정의된 ‘예술인의 역할’(제4조)에 따르면 “예술인은 다양한 문화정체성을 발현하여 우리 사회 영역 전반을 풍요롭게 하고 이를 통하여 미래세대에 계승될 문화유산을 창조·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의 언어와 예술적 실천을 길어 올리며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끄는 예술가들이 지치지 않고, 예술적 실천을 이행할 힘과 근육은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예술 생태계 속에서 예술인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더 발전된 예술정책과 복지가 요구된다.
예술교육가가 자율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문화예술기관, 교육청 혹은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 등에서 예술강사를 인력풀처럼 프로그램에 고용하여 운영한다. 예산이 지속적으로 배정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프로그램이 종료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각종 선거로 인한 정책의 전환에 따라 예술교육 정책 방향과 프로그램은 너무 쉽게 변화한다. 예술은 특히 예술교육은 정말 미학적이고 교육적이며 철학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전문가가 아닌 또는 예술교육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정책 전환이 예술교육가들을 역동적이고 자율적이지 못하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 남인우 극단 북새통 대표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이 나와 나의 주변에 유효한지부터 살폈으면 한다. 시급한 이슈가 행성처럼 나타났다가, 유행처럼 사라지고, 나름 견고했던 계획과 기획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예술가가 정체성을 잃고 도구적이고 보조적인 입장을 자처하지는 않았는지, 먼 곳의 누군가를 대상화하지는 않았는지, 어떤 구조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작동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경계해야 한다.
– 이려진 시각예술 작가
예술가의 복지이다. 해마다 조금씩 예술가를 위한 복지가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공연예술가를 비롯해 예술가들의 활동이 위기에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예술가의 활동을 독려하는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활동이 실질적으로 향유자에게도 혜택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시스템, 예술가 공공임대주택, 예술가 창작지원금, 예술가를 위한 복지와 예술·문화 프로그램 바우처 사용, 예술 참여 포인트 시스템 등 독자(관객)를 위한 프로그램도 계발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 현택훈 시인·시옷서점 대표
예술가의 고용안정화이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의 예술인복지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인 복지나 지원이 아닌 예술인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면서 작업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 윤가연 프로젝트 곳곳 대표
개개인의 ‘나 돌보기’가 시급하다. 문화예술(교육) 종사자들은 다른 이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돌보는 작업을 하지만 정작 나를 돌보고 있었나 생각하면 쉽게 그렇다고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 역병, 차별 등 엄청난 이슈들이 우리 앞에 있지만 ‘나 돌보기’는 결국 지구를 돌보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예술계에 해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이슈, 주제, 도전과제를 이행할 힘과 근육은 예술가 자신이 지치지 않고 스스로 돌볼 여유가 주어졌을 때 더 생긴다고 믿는다.
– 박시호 콜렉티브 지구숨숨 대표
탈성장 시대, 나의 삶의 방식은
#탈성장 #탈서울 #이웃 #함께_살아갈_힘 #삶의_방식 #뭣이_중헌디
팬데믹 이후 성장지상주의로 거침없이 내달렸던 인간사회는 이제 물질적 가치보다 ‘좋은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로 삶의 본질, 관계의 의미, 사물의 본질을 탐구해 온 것처럼 기후위기의 한가운데서 ‘나’로부터 이웃과 함께, 그리고 사회가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탈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지구가 앓고 있는 많은 증상이 거듭 성장을 쫓는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30년 전 우리가 외치던 성장의 폭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성장의 폭은 그 크기가 매우 다르다. 가속화된 기차가 탈선하기 전에, 속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뭣이 중헌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교육)계도 ‘탈성장’에 대한 연구를 함께 시작할 필요가 있다.
– 이연우 피스오브피스 멤버·해방해방 대표
탈서울 2년 차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워서, 지역소멸이 가까워서, 문화 격차가 커서…. 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당위뿐만이 아니다. 도시에선 결코 생성될 수 없는 다양하고 커다란 상상이 지역에선 가능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쌀과 소금을 가공하고 보관하던 공장으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폐허가 된 (옛)삼양사를 좋아해서 고창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곤 했다. 이 공간을 함께 둘러본 친구들은 매번 1만 평의 텅 빈 땅에 매료되고 만다. ‘오래되고 텅 빈 장소’에 우리는 왜 매력을 느꼈을까. 빽빽한 도시구조와 부동산 논리의 야박함이 동시에 떠오른다. 핫플레이스의 근사한 공간 서비스로는 절대 충족되지 않는, 오래된 먼지와 수상한 사물이 전부인 빈 장소에서 생성될 수 있는 상상의 해방감에 주목해야 한다. 땅에 대한 감각과 욕구가 내 방, 도시, 사회까지 번져야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할 수 있다.
– 이지연 문화기획자
‘이웃’이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관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모두를 타자화하고 있다. 이웃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한 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분노와 혐오를 앞세운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각기 다른 개별성을 가진 이웃과 문화예술로 소통하면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갈 힘을 서로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유연한 삶을 위한 단단한 다짐
지난 3년 동안 예술계는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자 깨달음의 시간, 변화와 전환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껏 소중하게 여길 수 없었던 무언가를 다시 돌아보며 새해를 다짐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며,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배움을 시도하고, 변화를 이룰 내공을 쌓는다. 자신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며, 서로 부족함을 채우는 존재로, 깊되 가벼우며, 급급하지 않게 속도를 줄이는 삶을 고민한다.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시원하게 뻗고 그으며, 작은 불이 되어 만남을 주선하고 새로운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지치지 말자. 그리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자.

– 김찬두 협동조합 빈둥 대표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던 새로운 배움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코디언을 배워서 연주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

–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정책이나 현장의 불평을 좀 더 공개적으로 해서 어떤 변화가 이루어지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도 ‘너 하던 거나’ 잘하자 하는 마음으로 비겁하게 돌아선다.

– 남인우 극단 북새통 대표
잘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말기, 나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건강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살기.

– 박시호 콜렉티브 지구숨숨 대표
누구나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부족함은 서로에 의해 채워지고 아물어간다.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가 내 곁에 존재하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줄 ‘그’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안용세 연극 예술교육가
깊되 가볍게, 충분한 슬픔과 기쁨 속에서, 가라앉지 않고 살아있고 싶다.

–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HOOLA 디렉터
급급해하지 않는 2023년을 보내겠다.

– 윤가연 프로젝트 곳곳 대표
눕지 말고 일어나라. 일어난 김에 움직여보자. 더 자유롭게 긋고, 시원하게 뻗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원한 공기가, 전기 충격 같은 아이디어가, 두근거리는 사건이 출몰해 몸과 마음을 쉬지 않게 만들어 줄지도 몰라.

– 이려진 시각예술 작가
나부터 탈성장하자. 속도를 줄이자. 밥알 하나하나 반찬의 풍미를 충분히 느끼며 씹고, 걸을 때 주변을 충분히 흡수하며 걷자. 과일을 많이 먹자.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를 몸을 아끼자. 뭣이 중헌디!

– 이연우 피스오브피스 멤버, 해방해방 대표
얼마 전, 개인사업자 이름을 ‘작은불연구소’라고 지었다. 내가 있는 문화예술현장에서 조그마한 불을 피워 다양한 존재들이 온기를 쬐러 모이고, 요리를 나누고, 덩달아 춤도 추다 보면 어느새 모두에게 불 냄새가 스미는 그런 따듯한 순간을 만들고 싶다.

– 이지연 문화기획자
내년에는 보다 힘차게 그리고 부지런히 문화/예술/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이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한다.

– 제람(강영훈) 시각예술활동가
새로운 장르로의 전환 또는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의 연대로 새로운 예술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가와 함께 시의 음악성을 활용한 시노래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 현택훈 시인·시옷서점 대표

참여하신 분 (가나다순)

프로젝트 궁리
정리_프로젝트 궁리 주소진·김도빈
projectg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