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창의적 동면
  
② 2022년 이슈와 평가
  
③ 2023년 도전과제
과정에서 발견한 회복과 전환의 실마리
#다양성 #고립과_연결 #정서적_단절 #연대감 #자기_돌봄 #마주하는_삶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해제되었다. 치유와 회복,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며, 문화예술계에서는 예술, 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예술(교육)가들은 단절과 고립의 시기를 건너며 얻은 질문과 감각을 더욱 뾰족이 했다. “나와 몸,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라는 관계 안에서 지금 우리가 얻은 것과 상실한 것을 짚으며 회복과 전환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른다. 코로나19의 작용으로 우리에게 생겨난 면역체계는 그에 대한 저항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남겨준 것 같다. 다양성 존중의 경험은 하나의 세상을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연대를 넘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남겨주었다. 다름에 어떠한 이유가 따로 존재하지 않듯이 ‘왜 다른가’에서 ‘어떻게 다른가’를 고민하고 실제적인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한 해였다.
– 안용세 연극 예술교육가
기후위기, 코로나, 난개발 등을 통해서 발생하는 현상도, 이를 발생시키는 원인의 기저에 대해서도 ‘고립’과 ‘연결’, 이 두 주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올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어린이부터 쪽방 독거노인까지 다양한 참여자와 함께 주변의 소외된 것들에 예술로 숨을 불어넣고 연주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생성되는 에너지와 가능성을 느꼈다. 이렇듯 관계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시선, 감수성, 연대감 속에서 나 아닌 존재를 돌보고 그것이 자신을 돌보는 환류망을 구성하는 걸 실감했다.
–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HOOLA 디렉터
올해 나의 키워드는 분단, 지역, 생태, 치유, 소리, 노인, 후기청소년, 비대면이다. 각각 다른 단어지만 물리적 또는 정서적으로 ‘단절감’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와 몸,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안에서 우리가 상실해버린 연결 감각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성찰하며 문화예술로 순환구조를 다시 만들고자 고군분투한 2022년이었다. 나를 멈추고 내면의 분리감을 느껴보는 것. 멈춤이 두렵지 않은 안전한 사회. 재연결되며 생기는 회복의 실마리. 결국, 나와 타자를 나란하게 두고 마주하는 삶 속에서 비로소 나의 좌표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이지연 문화예술 기획자
2022년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이슈는 만남과 기록이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면서 영상과 기록은 필수로 사업안에 묶음 요소가 된 것 같다. 올해는 대면 만남을 시도하는 일이 많아져 그 순간들을 잘 기록하는 것과 공연이 취소될 경우의 차선책으로 가장 큰 선택지가 영상이었다. 만남보다는 영상으로 예술을 소통하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단순한 기록의 목적을 넘어서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했던 한 해였다.
– 윤가연 프로젝트 곳곳 대표
미래세대의 오늘을 위한 살핌
#삶의_전환 #자기만의_궤도 #청년문화
여전히 코로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청소년·청년은 성장하고, 교육받으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삶의 DNA는 무엇일까. 올 한해 문화예술(교육)가들은 성장기,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이 틀 밖에서, 힘차게 자기만의 궤도를 그리며 살아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예술의 시선으로 살피며 지지와 동행을 이어갔다.
청소년 전환기학교로 삶터를 옮기고 생애 첫 전환의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1년을 보냈다. 다양한 방법과 장치들로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교육한다. 교육과정을 설계하면서 문화예술이 이들의 삶을 건드리는 역동성으로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예술적 경험을 넘어 삶의 전환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전체 생애주기를 놓고 보았을 때 누구를 ‘후기청소년’으로 염두에 두고, 어떻게 이들과 소통하며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제도권 교육의 틀 밖에서 자기만의 궤도를 그리며 살아가는 혹은 살아가기를 꿈꾸는 이들의 다양한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지지와 지원을 ‘문화/예술/교육’의 형식으로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계속 살피고 시도하고자 한다.
– 제람(강영훈) 시각예술활동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주최가 없는 축제 역시 문화이며 예술 활동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 사람들이 모이는 현상에 대해서 국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안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헬로윈 문화를 비판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화든 그 문화의 유행이나 기호에 따라 모일 수 있다. 그 문화의 유입을 비판할 게 아니라 그 문화 현상으로 보자면 그 문화 외에 청년들을 사로잡은 유희 문화는 무엇이 있는지 고심해야 한다.
– 현택훈 시인·시옷서점 대표
안전한, 균형적인 성장시스템
#인력육성 #현장실습 #청년활동가 #지역_불균형
문화예술교육계는 그간 양적·질적 성장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2022년에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소규모의 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지역 분권에 따른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토대를 마련하는 등 정책과 현장의 변화가 적지 않았다. 지역은 ‘살아보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청년 지원 사업으로 인구감소와 세대 불균형에 따른 문화예술 전문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안에서 정책과 현장, 참여자와 예술, 사람과 사람을 이을 매개자, 문화예술교육자의 발굴과 육성이 시급함을 체감하는 한해였다.
문화예술교육계는 그간 엄청난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지만, 인력육성 정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럽다. 광역재단에서 만든 예술교육강사 TA,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등 제도는 만들었지만 어떤 프로그램으로 육성해야 하는지, 왜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그 프로그램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는 점검하지 못한 채, 현장에 인력을 공급하기 바빴다.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제대로 실습하고 교육받을 곳도 부재하다. 예술과 달리 예술교육은 참여자와 직접 만나 감각, 정서, 감정, 인지, 인식에 직접적이고 즉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예술교육가는 예술과 교육 그리고 자세, 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받고 안전하게 실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기획서만 휘둥그레한 프로그램이 아닌 현장과 어우러지는, 진짜 상호작용 안에서 삶의 가치를 향상하는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 남인우 극단 북새통 대표
시골에 살다 보니 도시와 비교해 없는 게 참 많다는 걸 자주 느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지역문화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세대를 찾기란 정말 어렵다. 개인적으로 ‘지역문화활동’이란 지역이 처한 문제를 문화로 해석하고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동료활동가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가 지역문화활동에 관심 가져주길, 그리고 함께 참여하길 늘 바라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지역에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간혹 있다 하더라도 문화활동에 그다지 관심이 크지 않다.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역에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달리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 김찬두 빈둥협동조합 대표
긍정의 에너지로, 작지만 분명한 변화로
#기후위기 #기후_우울증 #야생의_사고 #불평등 #차별_없는_예술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장애, 젠더 등 불평등의 문제는 지금 당장 변화와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되며, 국가와 대상을 초월한 지구적 움직임과 노력이 이어졌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느껴지는 죄책감 등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어려움 앞에 예술가들은 그 본질과 근본에 다가가는 질문과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개인의 삶부터 창작을 둘러싼 환경, 구체적인 예술적 실천 방향과 방법 등을 예민한 감각으로 살피며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었다.
피스오브피스는 올 한해 ‘브리콜라주(Bricolage)’를 키워드로 잡고 활동했다.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닿는 상황에서 우린 각자 어떤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가 생각했을 때, 현대 사회에 부족한 ‘야생의 사고’를 다시 일깨우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기후위기는 몇 년째, 그리고 앞으로도 크게 다루게 될 주제다. 올해 특별히 신경 쓴 지점이 있다면 “어떻게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가중하지 않으면서 이 논점을 교육 대상에게 전달할 것인가”였다. ‘기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고민이다. 원인이 인지되면서 오는 우울 에너지를, 변화를 위한 긍정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을 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 이연우 피스오브피스 멤버·해방해방 대표
올 한해도 환경에 대한 예술 활동과 교육이 많이 보였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예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식이 접목된 프로그램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길어진 코로나 기간과 크고 작은 사건 사고의 당사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로를 주는 작업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럴 때일수록 예술의 치유적 기능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 박시호 콜렉티브 지구숨숨 대표
동료 예술가 사이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관한 많은 대화와 실천이 있었다. 폭염과 폭우를 지나 소름 돋게 따듯한 겨울이 왔다. 세계 곳곳의 환경운동가들은 미술관 벽 명화에 페인트를 부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린다. 두렵고 기묘한 현실이다. 창작에 앞서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살피고 태도를 점검하는 일에 점점 예민해진다. 차별 없는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끝이 없다. 올해는 특히 동료 예술가들의 전시 소개 홍보물에 ‘휠체어 진입이 가능합니다’ 혹은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등의 안내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다.
– 이려진 시각예술 작가

참여하신 분 (가나다순)

프로젝트 궁리
정리_프로젝트 궁리 주소진·김도빈
projectg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