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창의적 동면
  
② 2022년 이슈와 평가
  
③ 2023년 도전과제
한 해 동안 예술교육 현장을 누비며 활발히 활동했던 예술(교육)가들은 성큼 다가온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그동안 현장에서 소신껏 진행해온 다양한 프로젝트를 잘 갈무리해야 할 뿐 아니라 다가올 봄을 위한 창작의 씨앗을 부지런히 모아야 할 계절이다. 겨울잠을 자듯 에너지를 충전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따듯한 음식과 함께 경험과 계획을 나누기도 할 것이다. 겨울을 나는 각자의 방식과 ‘창의적 동면’에 관해 물었다.
정리하고 채워 넣는 시간
#돌아보기 #계획하기 #영감 채우기
내년 예술 활동을 계획하며 보낸다. 한해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예술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을 점검하며 개인적인 정산을 해본다. 이번 해는 나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정리한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고 보완할 점을 찾는다. 동료 예술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원사업이 끝나고 새로운 지원사업이 시작되기 전 몇 개월이 버티기 힘든 기간이라고 한다. 문학의 경우, 독서를 통해 새로운 전개를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에 듣는 음악이 운치가 있다.
현택훈_시인·시옷서점 대표
보조사업을 하나라도 하는 경우 연말은 정산작업, 실적보고서 작성, 성과공유 등으로 매우 정신없이 보내는 것 같다. 휴식기, 비수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통 올 한해 시도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동료들과 ‘이건 이래서 좋았고, 저건 저래서 좀 아쉬웠다.’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또는 ‘저런 걸 시도해봐야겠다.’ 식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간혹 어떤 다짐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겨울은 회고와 평가, 그리고 다짐의 시간이다.
김찬두_빈둥협동조합 대표
12월 중순까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그들의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하는 다언어 낭독회 연계 워크숍을 이어갈 참이다. 내년 봄부터는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해외로 사전 현장 답사를 다녀오고 싶다.
제람(강영훈)_시각예술활동가
쏟아냈던 말들과 감정의 에너지를 거두어들이는 시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좋은 에너지로 내면을 채우는 공부를 하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이 ‘읽기’와 ‘쓰기’다. 변화하는 세상을 읽어내기 위해 그리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책 읽기를 중점적으로 할 것이고 그 느낌을 정리하는 성찰의 글쓰기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료 기획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만 보고 듣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오프라인으로 차분히 만나 공감하고 지지받으면 좋겠다.
김혜일_꿈틀리인생학교 교장
언제부터인가 이 기간만 바라보며 일 년을 달리는 루틴이 생겼다. 들숨의 시간. 코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하고 충전한다. 이때 얻는 영감으로 다음 일 년을 또 보내야 하기에 쉬는 것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성격상 그냥 쉬진 못하고, 어떻게 하면 잘 쉴까 고민한다. 바빠서 대충 쌓아둔 머릿속 책장도 이때 정리한다. 일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지점들을 다시 채우려 이것저것 찾아보거나 듣는다. 어쩌면 그 어느 계절보다 알차게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도록 김장하는 느낌이랄까.
이연우_예술가, 피스오브피스·해방해방 대표
겨울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은 1년 혹은 짧은 단위로 이뤄진 프로젝트들을 결말에서 과정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일정 안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인해 누락된 실천, 더 연결함으로 생성될 가능성, 확장 또는 집중될 수 있는 관계망, 정돈하지 못한 생각 등 긴 호흡으로 늘어뜨리며 프로젝트를 다시 바라본다.
이지연_문화예술기획자
온기와 지혜를 나누는 만남
#사람 #동료 #만남 #네트워크
미루었던 책과 사람을 만난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격년에 한 번씩 ‘보릿고개’(자칭) 공부를 한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하는 것도 정말 좋다. 공부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연령·성별·분야 등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
남인우_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사람도 동면이 필요하다. 춥고 긴, 그리고 먹이가 없는 겨울은 홀로 지내기 힘들어 아예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예술교육가인 나에게 동면의 시기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선택권 없이 찾아온다. 지나간 다이어리의 흔적을 들춰보면 동면기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은 ‘만남’이었다. 묵혀두고 미뤄두었던 만남뿐만 아니라, 비록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새롭게 맞이하는 한 해를 지혜롭게 맞는 방편으로서 만남이 존재한다. 이러한 만남은 지속성을 갖고 자신의 고유한 작업을 이어가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겨울을 홀로 지새우기보다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실천적 고민을 깨워내는 창의적 동면이 필요하다.
안용세_연극 예술교육가
이번 겨울에는 우리 지역에서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람들과 공유 및 네트워크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다들 바쁘다 보니 다른 사람(단체)이 한 해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올해에는 우리 지역에 변화와 활력을 주고자 했던 다양한 시도, 사례를 모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건 아니지만 왠지 올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찬두_빈둥협동조합 대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돌봄 #충전 #휴식 #낯선 에너지
오히려 ‘떨어져 있기’의 기간으로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 한 해 동안 같은 주제의 고민과 실행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은 지치거나 구태의연해지기가 쉬운데, 오히려 비수기인 이 기간에는 ‘업’과는 심리적·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나를 위치시키고,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이런저런 것을 소소하게 해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한 해 동안 했던 일들을 조금은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박시호_콜렉티브 지구숨숨 대표
해가 짧고 추운 겨울에는 잠을 많이 잔다. 한가하기 때문에 바쁠 때 못하던 것을 할 법도 한데, 솔직히 하염없이 늘어진다. 다행인 것은 최근 몸 쓰는 재미에 좀 빠졌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중에 우연히 국궁을 배웠는데, 재미가 쏠쏠해서 요새 틈만 나면 실내 국궁장을 찾는다. 동료 예술가를 데려가면 특히 좋아한다. 왜 이렇게 활쏘기가 즐겁고 후련한가 했더니 목표가 확실해서 그런 것 같다. 예술은 참으로 모호하고 정답이 없어서 헛헛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활을 쏘는 일은 너무 명쾌하다. 오로지 과녁에 넣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탁!’하고 과녁에 화살이 꽂히면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이려진_시각예술 작가
점검과 평가란 표현 대신, 정원사로 겨울을 보내는 나를 설명해본다. 관계, 사유, 지식, 이슈, 경험, 영감, 방식…. 한 해 동안 무성해진 나의 정원을 돌본다. 일구고, 솎아내고, 다듬고, 거름을 보태고, 수확하고, 요리하는 데 집중한다. 코로나 이전엔 매년 따듯한 나라로 떠나 이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따듯한 나라로 가지 않더라도 그간 눈이 펑펑 오는 새하얀 고창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내가 있는 곳에서 부지런한 정원사가 되어 ‘나’의 정원을 가꿀 예정이다.
이지연_문화예술기획자
매년 겨울엔 동료들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동계워크숍을 떠나곤 한다. 워크숍은 여행을 겸해 가급적 외국으로 나간다.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서 진행했는데, 올해는 다시금 따뜻한 나라로 함께 떠날 예정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에너지를 충전할 겸 다녀오는 게 좋다. 1년간의 결과보고서와 정산서류 등을 마치고 난 후엔 개별적으로 보너스 상여금과 함께 2주간 휴가를 보낸다. 주말 없이 일할 때가 많아, 이때가 정말 중요하다. 주로 멀리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함께 하는 만큼이나 개인적으로 멍때리는 시간이 중요하다. 업무 연락을 차단하고 가고 싶었던 곳에서 충분히 쉬고 걷고 세상을 관찰하면서 영감도 얻고, 그간의 피로를 망각(?)하면서 새해를 출발할 힘을 얻곤 한다.
안진나_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HOOLA 디렉터
코로나 이전에는 주로 여행을 다녔다. 1년 동안 열심히 벌어놓은 돈으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정도를 외국에서 보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벌어놓은 돈 대부분을 여행에서 탕진하고 돌아오면 저절로 한해를 열심히 보낼 수밖에 없는 의욕 아닌 의욕이 솟구친다. 여행할 때의 포인트는 낯선 곳에 가는 것이다. 낯선 곳을 걷고 낯선 언어를 듣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들을 즐긴다. 낯선 감각이 새로운 생각과 환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그저 버텼던 것 같다. 12월 정산까지 끝나면 다시 무엇을 시작할 에너지는 없고 쉼은 필요한데 손발이 묶여있으니 그저 기다리고 버티는 시간의 연속이다. 올해 겨울에 다시 외국에 가게 되는데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된다.
윤가연_프로젝트 곳곳 대표

참여하신 분 (가나다순)

프로젝트 궁리
정리_프로젝트 궁리 주소진·김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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