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게 “참 열정적이다. 그런데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라고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대답한다. 내가 바라본 나의 모습, 나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호기심, 열정, 실험정신, 도전정신이다. 여기에 좀 더 덧붙이자면,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참 잘 노는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엔 광고대행사에서 PD로 광고영상을 제작하기도 했고, 잠깐이지만 이벤트 기획도 했었다. 앞선 모든 경험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밑받침이 되고 있다.
현재 나는 예술교육가이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고 시각미술 작가다. 요즘은 ‘예술교육가’로서 융합교육 기획에 빠져있다. 경기지역 학교예술강사지원 기획사업 – <무색유취(無色有臭) 예술과의 만남 : 융·복합 문화예술교육>에서 2020년 ‘패턴’을 주제로 디자인과 무용 간 융합을 첫 시작으로, 2021년에는 ‘선’을 주제로 무용과 융합을, 2022년에는 ‘곤충’을 주제로 공예와 융합을 기획하고 교육했다. 2021년 시작된 주제중심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로 탐구생활>은 장르 간 융합뿐 아니라, 과학이나 디지털 신기술 등 타 분야와의 융합도 함께 아우르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무색유취>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작년 <예술로 탐구생활>에서는 ‘패턴’을 주제로 디자인과 음악(랩), 연극 장르를 융합했다면, 올해는 ‘소리’를 주제로 연극과 융합교육을 기획하여 9월 중순에 첫 수업을 시작했다.
융복합 수업을 만드는 노하우
협업은 늘 힘들다! 융합 수업을 할 때 혼자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기획에 비해서는 조금 덜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둘이나 혹은 셋이라서 더 힘들 때가 있다. 모든 일을 팀원이 똑같이 나누어서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일이 한 사람에게 편중될 때는 혼자 하느니만 못하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다. 그 때문에 해마다 기획보다는 마음이 맞는 타 장르 예술가를 찾아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일이 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을 만난 과정을 소개해 볼까 한다. 2021년 <무색유취>는 성결대학교에서 주최한 연수에서 무용분야 강사분을 발견해 함께 융합 수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예술로 탐구생활> 때는 광명문화재단에서 했던 랩 워크숍이 떠올라 재단을 통해 어렵게 랩 뮤지션을 만났다. 올해 <예술로 탐구생활>에서는 설명회 후 만들어진 카톡방을 통해, 연극전공의 26살의 연극배우분과 ‘2658Hz’라는 팀명으로 융합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팀을 이루는 과정도 늘 다양하고, 실험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함께할 예술가를 찾아도, 다음 문제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마음을 맞춰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할 때는 그나마 의견 조율이 가능하다지만, ‘수면 밑 준비작업’은 실질적으로 협업이 쉽지 않다.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머리품, 손품, 발품, 몸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류작업은 물론이고, 특히나 극적 요소를 위한 배경, 소품 제작, 특수기자재를 알아보고 준비하는 일은 (없어도, 안 해도 그만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런 디테일한 준비가 있어야 교육 대상자들이 온전히 과정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교육 후 내면에서의 울림이 오래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필요성에 공감을 못하거나 함께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막상 뜻을 같이해도 시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첫 융합 수업을 준비할 때는 배경과 소품이 중요했는데, 함께한 변소연 선생님은 수업으로 너무 바쁘고, 출강하는 학교는 너무 멀어서, 첫날을 제외하고는 늘 내가 먼저 가서 수업 준비를 해야 했다. 빛 패턴 수업을 준비하며 혼자 컴퓨터실 창문에 암막을 치다가 잘못해서 떨어져 다칠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준비과정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돌아보면, 변소연 선생님과의 융합 수업이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 제일 만족스러웠고, 뿌듯했다. 안 되는 시간은 어쩔 수 없기에, 교육을 위해 각자의 상황 속에서 가능한 시간을 융합 수업에 쏟아 부었다.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줌으로 아이들 앞에서 함께 할 동작을 연습하거나 수업을 위해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며 머리를 맞대고 많은 연구와 고민을 나눴다. 이런 노력이 모든 참여자가 합의된 가상의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고, 다 함께 즐거운 상상 속 연극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교육하는 동안 우리에게 자신이 찾은 패턴을 말해줄 때는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융합 수업의 성과(?)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어렵고도 재밌는 실험
이런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예술을 통한 융합 교육을 매년 계속하고 있는 까닭은 한마디로 재미있어서다. 머릿속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참가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융합이라는 과정은 여러 의미에서 새로운 교육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색과 향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 그리고 신기술을 통한 예술표현으로 교육 대상자들의 감흥과 전달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늘 떨리지만 매력적이다.
2020년도 <패턴 탐험대>는 사람들이 패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도 일어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지고 패턴 세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다. 학생들은 자기 몸과 자연에서 패턴을 찾아보고 미술과 디자인, 무용을 통해 패턴을 체험하고, 과정을 수료한 후 패턴 탐험대를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수업은 수료식으로 설정, 패턴 대원 임명장과 티셔츠를 주는 것으로 다 함께 상황극을 즐기며 교육을 마쳤다. 이때 AR 앱을 이용해 패턴 세계의 시조새가 날아다니도록 연출했는데, 패턴 세계를 살리기 위해 라이트 드로잉으로 빛 패턴 만들기에 몰입하고, 몸으로 패턴을 만들며 즐기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융합 수업을 하면서 교육 참가자들이 어느 한순간 예술에 흠뻑 젖어 들고, 새로운 기술의 도움으로 평상시 접해보지 못했던 체험을 하면서 놀라워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늘 그런 순간을 통해 앞의 어려운 시간을 다 보상받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과 시간이 나의 예술교육의 흔적, 발자취로 남는다는 것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간다.
다양한 경험과 관찰은 나의 힘
끝으로 기획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를 말해보려 한다. 나는 비교적 창의적 아이디어를 잘 내고 대상에 맞는 교육을 좀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양한 경험’ 때문이다. 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다. 그야말로 간접경험이다. 나는 늘 궁금한 것이 많고 호기심이 많다. 호기심은 문화예술뿐 아니라 과학이나 전혀 낯선 분야에 대한 도전까지 많은 경험을 하게 한다. 그렇게 다양한 체험과 경험들이 축적되면 시간이 지나 저절로 융합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성공적인 기획에는 그동안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그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직접경험이 디테일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리고 늘 관찰하라! 그러면 세상의 흐름이 보일 것이다. 이미 경험의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체험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허기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려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거리나 전철 안 혹은 특정 장소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즐거워하는지 관찰하면, 문화예술을 통한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닌, 각각의 교육 대상자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체험과 관찰을 생활화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조사(검색)하고 내 수업에 맞게 분석 정리하여 편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시대가 바뀌었다. 문화예술교육도 풍요로움과 다양함이 깃들여져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트리 클라이밍이 가미될 수 있고, 말을 타고 자연을 걸으며 할 수도 있다. 넓은 사고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문화예술로 노는 일은 늘 즐겁고 행복하다. 나는 우리 예술교육자들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펼쳐보자!
- 한미주
- 시각미술 작가이며, 아르떼 학교(디자인) 및 사회(미술)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르떼 학교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관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공모에 지원, 입상하였고, EBS 국민편성 공모-실험정신 부문 입상 경력도 있다. 현재는 <싹수> <예술로 탐구생활> <무색유취> 등 문화예술교육과 융합교육을 기획하는 일을 즐겨 하고 있다. 과거 CF PD로 제과 및 화장품, 패션 등 영상광고를 제작하기도 했고, 제주 칠십리 축제, 대학로 페스티벌 등 축제 기획 및 미술 작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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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합 예술 수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다양한 경험과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하기를 바란다
응원합니다~~
호기심과 도전으로 시작하는 놀랍고 즐거운 예술 실험
어쩌다 예술쌤⑬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만들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