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고 휴식을 얻을까? [아르떼365]는 ‘예술가의 감성템’ 연재를 통해 예술교육가의 일상을 예술적으로 충동하는 물건, 공간 등 예술교육 활동의 아이디어가 되는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연재에 참여 중인 예술교육가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일상 속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템’을 갖고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5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여러분의 감성템은 무엇인가요?’ 설문조사를 통해 [아르떼365] 독자 156명이 자신의 소중한 아이템을 꺼내놓았다. 추억을 되새기고 삶을 살아갈 힘을 주는 독자들의 감성템을 만나보자.

  • 사진_김도빈
  • 사진_조명훈
기억을 담는 – 음악과 스피커
우리는 통화 연결음이나 개인 페이지의 배경음악을 고심해서 설정하고, 특별한 날을 위한 음악을 준비하곤 한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기분이나 장소에 따라 맞춤형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작업할 때 듣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선곡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도 인기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음악이 우리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많은 독자가 영감을 받고 삶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는 감성템으로 음악을 꼽았다.
“제 인생에 있어 음악은 가장 긴 시간 감성을 자극해 주는 요소입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음악은 항상 곁에 있었기에 제 삶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와 감성을 안겨줬습니다.” – 이은주 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들으면 그날 감정과 기분에 따라 듣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음악 속에서 나도 모르게 영감이 떠오를 때가 정말 많아요!” – 김민주 님
“가끔 이유 없이 어떤 노래에 꽂힐 때가 있어요. 멜로디나 음색, 구성이나 박자에 꽂히기도 합니다. 한 달 내내 하나의 노래만 들을 때가 있는데 원곡과 다른 사람의 커버, 연주곡을 함께 모아서 듣곤 합니다. 그럼 정말 색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요. 하나의 곡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이 마법 같습니다.” – 박재연 님
스피커, 이어폰, CD플레이어와 같은 음악감상을 위한 오디오 장치도 시간의 흐름 속에 추억이 묻어 또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되어준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MP3가 국민 아이템이던 시절이 있었죠. 저도 아직 버리지 않고 집에서 음악감상을 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왠지 MP3로 음악을 들으면 감성이 2배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정재훈 님
“작년 가을 동묘에서 형들과 만나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날, 일찍 나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어느 오디오 전문 매장을 지나다 작은 스피커를 발견했습니다. 노트북에 연결하여 클래식과 재즈를 느긋하게 감상하면 귀가 호강입니다.” – 김연지 님
향수를 불러오는 – 음식
‘아트로협동조합’은 주제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일상을 나누는 <당신과 함께 머무는 유식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개구장위들’은 스페인어로 적힌 요리 레시피를 사전을 보고 해독하며 요리하고 오븐 없이 과자를 만드는 <불편하게 놀기>를 통해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며 타인의 삶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떤 음식은 향만 스쳐도 추억을 통째로 불러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 커다란 찜통으로 찌는 구황작물(옥수수, 감자, 밤고구마)이 익어가는 냄새. 투박한 우리네 먹거리가 익어가는 냄새와 그 열기, 계절에 맞춰 먹을 수 있는 소소한 간식이 오감을 자극합니다.” – 이지선 님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같이 먹을 때마다 없는 초심도 생겨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면 돼지고기를 사다 푹푹 삶아서 새우젓만 간단하게 놓고 먹습니다. 이 단순한 조합으로 걱정이나 고민을 훌훌 털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요.” – 장현호 님
“쌀쌀한 계절에 오일장이라도 여는 날에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복잡한 시장통을 돌아서면 어김없이 저를 자극하는 그리운 향이 발목을 잡습니다. 1960년도 연탄이 장당 7원 정도 했었으니 15원 하던 자장면은 고급 음식이었지요.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주며 당신은 배가 부르니 너 혼자 먹으라는 아버지는 제가 먹는 모습을 보며 물 한 컵으로 연실 나오는 침을 저 몰래 삼키곤 하셨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자장면 가게 아주머니가 서비스라며 아버지께 자장면 한 그릇을 선뜻 내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때의 살가움이 느껴져 전통시장이 참 좋습니다.” – 김은주 님
  • 사진_영애
  • 사진_허지원
감성을 기록하는 – 아날로그와 디지털 도구
일상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소리를 채집하는 정만영 작가는 ‘피에조(Piezo, 압전소자)’를 활용해 만든 수중마이크로 바닷속 소리를 녹음하고 최서연 예술교육가는 수첩에 연필로 예술교육 활동의 과정과 느낌을 기록하며 성찰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디지털 기기가 기록을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되어주며 블로그에 주 단위로 일상을 기록하는 ‘주간일기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온라인에 삶을 기록하는 것 또한 그야말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아르떼365] 독자들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감성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자.
“어릴 적 숙제처럼 쓰던 일기, 밤에 혼자 한잔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그때는 몰랐던 재미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밤에 위스키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면서 짧게는 한 줄, 길게는 몇 장씩 일기를 쓰며 그날 힘들었던 일을 훌훌 털게 되었습니다.” – 고주영 님
“한쪽 벽에 자리 잡은 엽서. 미술관, 소품점에 들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엽서는 색도 크기도 가지각색에 저렴한 가격으로 그곳의 기억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아이템입니다.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뒷장에 적으면 오래된 다이어리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일렁입니다.” – 김다영 님
“키보드는 회사에서 기본으로 주는 것만 쓰던 어느 날, 갑자기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무접점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키보드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왠지 일의 능률이 올라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푸른 키보드 속 고래를 보고 있자면 하와이의 맑고 투명한 바다에서 열대어들과 스노클링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신선한 감각이 나를 확 일깨워주며 그때의 바닷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 정유빈 님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찍는 행위는 순간의 찰나를 글로 기록하지 못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늘 갖고 다니는 휴대폰을 통해 삶의 풍경이 제게 주는 수많은 감성을 시각화하여 남겨두기에 좋습니다. 앞으로도 감성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데에 우리가 진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영애 님
  • 사진_장거리
  • 사진_김선희
함께 살아가는 – 동물과 식물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인터넷 밈(meme)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뿐만 아니라 반려 식물을 돌보는 사람을 지칭하는 ‘식집사’, 멍하니 식물을 바라보며 휴식하는 ‘풀멍’ 같은 신조어를 보며 식물과 교감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또한 체감하는 요즘이다. 많은 집사들은 모시는 동식물의 성장 과정을 온라인상에 기록하고 공유하며 타인과 소통하기도 한다. 이름을 붙이고 매일 들여다보며 정성을 쏟는, 바라만 봐도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독자들의 삶의 동반자를 소개한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언제나 싱그러운 초록이 함께합니다. 예쁜 무늬가 새겨진 보스턴 고사리를 손수 빚은 토기에 곱게 심으며 즐거웠던 생각이 새록새록 해요. 매일 아침 출근해 물을 주고, 일하는 틈틈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 숲속에 와있는 듯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 정유빈 님
“길에서 만난 고양이, 기르는 강아지, 내 앞을 걷는 비둘기, 재빠르게 몸을 숨기는 쥐…. 어쩌다 만난 동물들을 좋아합니다. 그저 바라보다 보면 때로는 제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장거리 님
“반려견은 아이처럼 너무나 해맑고 순수해요. 맑은 눈동자, 잔망스러운 장난과 행동까지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고 제 마음을 평온하게 해줍니다.” – 남효진 님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구피 4마리와 다슬기 2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스킨답서스 잎을 만져줍니다. 먹이를 달라고 손이 있는 쪽으로 모여드는 구피들, 뿌리 사이에 붙어있는 다슬기, 초록초록 잎을 무성히 뻗어가는 스킨답서스. 일을 하다가도 한 번씩 쳐다보는데 구피들이 활기차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 김선희 님
누군가에겐 특별할 것 없는 무언가가 어떤 이에겐 가장 소중하고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친구, 가족과 함께 서로의 감성템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반짝이는 일상의 조각을 나누어 준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감성템이 또 다른 영감과 아이디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르떼365]는 앞으로도 독자의 소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더욱 깊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김도빈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정리_김도빈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beanod5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