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저작권copyright에 대한 관점을 혁신하다
_영국 저작권법 개정안 발표’12.12.20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혁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자 300년 전에 만들어진 법이 오늘날 오히려 혁신과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영국이 지난 3세기 동안 지켜온 저작권에 대한 관점을 새로이 하는 저작권 개정안을 56페이지 보고서 “저작권 현대화하기: 현대적이고, 견고하고 유연한 체계_Modernising Copyright: A modern, robust and flexible framework”로 발표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한 셈이다.

이 질문은 2010년 8월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이 디지털 경제학자 이안 하그리브스(Ian Hargreaves) 교수에게 영국의 지식 재산(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 체계의 혁신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던져졌다. 이에 하그리브스 교수는 2011년 5월 제안 사항을 담아 ‘디지털 기회: 지식 재산과 성장에 대한 보고_Digital Opportunity: A Review of Intellectual Property and Growth’를 제출하였고, 영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하그리브스는 보고서에서 영국의 IP 체계, 특히 저작권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저작권은 영어로 카피라이트(copyright), 즉 ‘복사할 수 있는 권리’로 1710년 영국에서 작가와 출판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테면 의학 연구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그 범위가 거대해졌다. 이번 개정안의 근간이 된 하그리브스의 보고서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경제가 급증하는 시대에서 이 ‘복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접근에 분명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며 매우 구체적인 제안들을 제시하였다.

 

영국은 저작권이 처음 발효된 나라답게 여전히 ‘copyright’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적용되어 놀라울 정도로 엄격한 저작권 법을 유지해왔다. 일례로, 자신이 구입한 CD의 음악을 본인의 iPod에 ‘복사’하는 행위도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사용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개정안이 발효되면 개인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복사는 모두 허용된다. 이 외에도 저작자의 별도의 허락 없이도 교육, 인용, 연구, 보존, 행정 등의 목적을 위한 저작물의 복제 및 활용은 많은 부분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창작자나 저작물 소유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경우가 기본적으로 공정 거래(Fair dealing)를 전제하고 있다. 특히 비영리 조사 및 개인연구, 비평, 보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대한 저작권 규정들이 그러하다. 공정 거래는 이미 기존 영국 저작권법에 있는 규정으로 공정하고 정직한 사람이 저작물을 이용할 때 통상적으로 취할 태도가 기준이 된다. 대표적으로 (1)저작물이 유통되고 있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복제하는 경우 (2) 과도한 양을 복제하는 경우 (3) 공식적으로 출판/유통이 되지 않는 저작물을 복제하는 경우 공정거래를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패러디 관련 개정안에 대해 영국 정부는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들이 유튜브(youtube) 등의 웹사이트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패러디의 역할이 새로운 창조력을 장려하고 창의산업의 새로운 인재들이 성장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교육적 의미 또한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음원 및 영상물 사업자들은 이 개정안을 두고 수익 손실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나, 영국 정부는 이미 패러디를 허용하고 있는 EU국가들의 상황을 보았을 때 패러디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직접적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판단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영국 경제혁신부 (BIS, 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의 빈스 케이블(Vince Cable)은 “21세기에 맞는 IP 체계를 만드는 것은 상식이자 비즈니스적 요구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오히려 저작권에 대한 존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창의 산업(Creative Industries)은 저작권에 대한 존중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IS는 창작자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작물에 대한 합리적인 소비와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이 개정안이 창의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혼란의 여지가 있을만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준들을 세워나갈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들은 영국 지식재산청(Intellectual Property Office, UKIPO)을 통해 공지가 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확산하고자 2005년부터 Creative Commons Korea가 출범되어, 공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저작물을 공유하는 움직임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르떼도 Creative Commons 의 정신을 공유하여 산출되는 정보에 대해 CCL(Creative Commons License)를 표기하고 있다.

정리 | 대외협력팀 권민영

 

관련 링크

영국 지식재산청 http://www.ipo.gov.uk/

영국 저작권법 개정안 (2012.12) http://www.ipo.gov.uk/response-2011-copyright-final.pdf

이안 하그리브스, “디지털 기회: 지식 재산과 성장에 대한 보고서” (2011.5) http://www.ipo.gov.uk/ipreview.htm

Creative Commons Korea http://www.creativecommon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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