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이제 4년 차를 맞았다. ‘전환’의 키워드를 나침반 삼아 사업에 참여한 주관기관 담당자, 기획자, 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여 사업의 방향뿐 아니라 각자의 현장에서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고민했던-고민하는 문제들, 운영상의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책 등을 논의했다.
- 좌담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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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1년 3월 25일(목) 오후 2시
• 장 소 : 교육진흥원 11층 아르떼라이브러리
• 참석자
– 좌 장 : 정원철 작가,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컨설턴트, [아르떼365] 편집위원
– 패 널 : 이란희 영화감독, 2019~2020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기획‧강사장주신 연수문화재단 생활문화팀 대리, 2020 신중년 문화예술교육 담당
허유진 대전문화재단 시민문화팀 주임, 2019~2020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담당
정원철 : 4월 [아르떼365]에서는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을 좀 더 깊이 다뤄보고자 이 사업을 담당하고 운영하신 세 분을 모셨다. 그동안 여러 칼럼이나 보고서를 통해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으니, 오늘은 더욱 진전된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 우선 각자 운영하신 프로그램을 기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려고 했는지를 중심으로 소개해 주시면 좋겠다.
장주신 : 연수문화재단은 2020년 ‘제멋대로 학교’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멋지게 나이듦’이라는 주제로 의상, 주거 프로그램으로 풀었다. 프로그램 연구보고서를 참고하면서 시간이나 기억을 다루고자 했고 의상과 주거가 그런 점을 이끌어내기에 좋을 것이라는 단서를 얻었다. 주거에서는 공간이 주는 다양한 의미를 만날 수 있게, 의상에서는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진정한 멋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특화하고 싶었던 부분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이었다. 개개인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스스로 아카이빙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했던 기록을 펼쳐봤을 때 의미가 있었다.
이란희 :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는 세 단계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생활학교’ ‘예술학교’라고 해서 구체적인 행위를 중심으로 생애전환에 관해 가볍게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제가 참여했던 생애전환 워크숍이다.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이라고 해서 장르나 행위 중심이 아닌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함께 고민을 나눈다. 세 번째는 ‘스스로 배우는 학교’인데, 각자 자기 계획을 세우고 한 달 정도 짧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퍼실리테이터로서 도와드렸다. 제가 기존에 노인들과 함께한 프로그램에서는 어르신들이 지역의 스토리텔러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
정원철 : 기존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 지역 스토리텔러로서 지역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뒀다면,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는 자기 자신과 직면하도록 한 점이 다르다고 하신 것이 중요하게 들린다. 세 단계로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발견하고 도달하도록 지켜보는 세 단계의 전체적인 구조가 굉장히 잘 짜여있어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했으면 좋겠다.
허유진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차 사업을 시행했다. 처음부터 지역에 계신 새로운 시각의 기획자를 발굴하고자 공모를 통해 무용, 연극, 문학 시각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네 분을 모셨고, ‘119 문화예술 기획단’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2018, 19년에는 ‘꽃보다 작가’라는 타이틀로 미디어/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카메라라는 특정한 프레임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에는 미디어를 과감히 버렸다. 참여자의 기대감도 그렇고, 미디어 교육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면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다. 3년 차 사업명을 ‘어쩌다 마주친 [ ] 나’로 정하고, 그 빈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신체적인 활동으로 오감을 깨우고 감각을 새롭게 재배치하면서 내면의 나를 표현하는 활동을 했다. 일상 속에서도 본인이 지속적‧주도적으로 찾아가도록 ‘감각의 재발견’ 루틴화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기초 과정에서는 전반적인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했고, 심화 프로그램에서 성찰한 내용을 토대로 직접 더 주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중년은 누구인가
정원철 : 사업을 운영하며 신중년이라는 대상을 구체화하는 것부터 전환의 개념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장주신 : 이 사업을 시작하며 신중년도, 생애전환도 처음 접했던 터라 사전적 의미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료 조사에 많이 의지하면서, 전환은 무엇이고 10~30대의 전환과는 무엇이 다를지를 고민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초기의 고민을 바탕으로 참여 예술가들과 프로그램의 방향을 맞춰나가는 것이었다. 다양한 주제를 펼쳐내는 과정에서 전환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강사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참여 예술가들과 처음부터 기획을 같이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기획 회의를 하면서 커리큘럼을 만들어 갔고 남은 어려움은 참여자들을 만나면서 해결해 나갔다.
이란희 :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이 교육 효과를 우리끼리라도 확인하고 공유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는 점이다. 2019년 생애전환 워크숍에서는 각자 앞으로의 전환과 관련된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결과를 공유했다. 그런데 사진 책 발간, 여행 블로그 운영 같은 프로젝트 계획을 써왔더라.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2020년도에는 계획하는 단계를 2회 더 늘여 보았지만 결국 문서로 정리하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담임제로 운영하면서 의지를 갖고 수업을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참여자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결과물인 것 같아서다.
참여자 모집 단계에서 어떤 활동이라는 점을 잘 소개할 필요도 있다. 프로그램명에 ‘문화예술 워크숍’이라고 불였어도 생애전환을 직업적인 전환, 일자리로만 생각하거나,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인문학적인 해법을 원하는 분도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전환에 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지만, 초반엔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참여자 모집 단계에서 어떤 활동이라는 점을 잘 소개할 필요도 있다. 프로그램명에 ‘문화예술 워크숍’이라고 불였어도 생애전환을 직업적인 전환, 일자리로만 생각하거나,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인문학적인 해법을 원하는 분도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전환에 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지만, 초반엔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허유진 : 전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너무 거룩하고 무게감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저뿐 아니라 기획자, 강사들도 제일 어려웠다고 한다. 개인 차원에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임을 보여주기 위해 2020년에는 포스터에 아예 ‘누구냐, 넌’이라고 적고 신중년의 모습을 함께 실었다. 그랬더니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고 하셨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재단과 기획자, 강사, 컨설턴트가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초부터 심화까지 20차시가 넘는데 재단 담당자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주강사, 보조강사, 재단 담당자가 다 같이 참여해서 수업의 분위기, 감정을 동일 선상에서 느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 드디어 전환의 시작점을 찾은 것 같다.
참여자만의 전환이 아니다
정원철 : 전환이 거룩하고 무거운 개념이라고 하셨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렇게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신에게도 전환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허유진 : 재단에서 이 사업을 대하는 태도가 3년 차에 확 바뀌었고, 저 역시 변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저 또한 이런 내면의 가치를 찾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 같다.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더 알아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저의 부모 세대인 신중년을 소위 ‘꼰대’라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저를 자식뻘로 대하셨는데, 점차 동시대를 함께 공유하는 한 사람으로 봐주셨다. 서로 인정하고 서로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참여자도 저도 달라졌다. 단순히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장주신 :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역에서 만난 신중년 세대는 아직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뭔가 계속 찾아다니고 배우려는 욕구가 있는, 엄청 액티브한 분들이셨다. 그러다 보니 활동적인 것, 자기를 표현하는 것으로 넘어가게 된 것 같다. 참여자들을 문화예술로 혼쭐을 내 드리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이야기하면서 활동이 재구성되기도 했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바라보며 새로운 콘텐츠들이 나오고, 지금의 나의 위치로 그때를 바라보면서 제가 조금 혼쭐이 났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는 과정이 있었다. (웃음)
이란희 :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재력과 명예를 가진 참여자들이 이기적인 태도를 보일 때면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웃음) 그러나 누구나 나이는 비껴갈 수 없다. 대기업 임원으로 살아왔는데 조금 있으면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뭐 하던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굉장히 치명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를 떠나서, 그때 뭐가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 문제를 예술적으로 도울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이제 그런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저의 변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철 : 실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리 스스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참가자의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세 분께서 겪으신 전환의 경험을 감사하게 들었다.
뜻밖의 발견, 경탄의 순간
정원철 :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 사업의 차별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느낀 장면, 상황이나 기억나는 발언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이란희 : 프로그램 중에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처럼 고민을 적어봤다. 그것을 연극으로 만들어 발표하고, 만약 내가 이 고민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나는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고민이라는 분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연극으로 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하던 것을 중단하고 다 나오시게 했다. “5살, 10살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나는 것을 몸으로 해보세요” 그 나이에 직업이 있는 사람이 없지 않나. 나무를 하러 다녔던 사람, 나이 어린 동생을 업어 키운 사람 등 다들 직업이나 돈벌이와 무관하게 어떠한 사람으로 고유하게 존재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직업이 없으면 ‘나’라는 사람을 표현할 수 없었던 거다. 이 깨달음을 구구절절 말하기도 좀 그래서 “여러분들이 직업과 무관하게 굉장히 아름다운 순간으로 살았던 것을 봤다”는 정도로만 피드백했다. 원래 교안에는 없던 수업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각자 몸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분도 있고 문제의식을 발견한 분도 있었다. “나는 왜 항상 누군가를 보살피는 사람으로만 살았지?”라고 하신 분은 ‘나는 왜 누군가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가’라는 발견노트를 적어오셨다. 언어로 정리되지는 않더라도 이런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정원철 : “나는 왜 누군가 없이 존재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 것이 무척 감동적이다. 내가 계획한 것을 철저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것이나 모처럼 들었던 생각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운영자의 역할이라는 점을 잘 말씀해주신 것 같다. 교안을 제쳐놓고 그 당시에 필요한 것으로 전환한 그 순간의 판단과 태도가 중요하다.
허유진 : 중간중간 참여자들이 툭툭 던졌던 말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도 있었고, 개별적으로 심층 면담을 하면서 나온 얘기도 많았다. 그중에 ‘말 잘 듣는 어른이’라고 하신 분이 있었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무용이나 움직이는 걸 몹시 꺼리면서 시키니까 한다고 하셨던 분인데, 2년 차에는 자발적으로 연극을 해보고 싶다면서 먼저 나서시더라. 내 안에 이렇게 흥이 많은지 몰랐고,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하셨다. 예술의 위대함도 느꼈고 인상 깊었다. 참여자들이 대부분 저희가 준비한 활동을 재밌게 해 주시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셨다.
정원철 : ‘말 잘 듣는 어른이’라는 발언이 얼핏 수동적인 태도로 들렸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자발적인 선택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각오나 다짐으로 이해된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경험에 입각한 편견과 고집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편견에 입각한 자기 고집을 깨고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뜻인 것 같다.
장주신 : 주거 반에 신청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의상 반이 되신 분이 있었다. 처음에 오리엔테이션을 듣고는 “못할 것 같다, 안 맞는다” 그러셔서 한두 번 더 들어보고 자리가 나면 조정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끝까지 같이 하셨다. 처음에는 무채색 옷만 입고 왔는데, 갈수록 화사해지고 표정도 좋아지셨다.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모습을 찾아갔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느 정도 선을 정해놓고 왔던 참여자들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기초 단위에서는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이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미션도 포함되어 있다. 1년 차이니만큼 공동체까지 굳이 기대하지 않고 개인 활동에 중심을 두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탄하는 순간,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억지로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었다. 이 사업에서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기초 단위에서는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이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미션도 포함되어 있다. 1년 차이니만큼 공동체까지 굳이 기대하지 않고 개인 활동에 중심을 두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탄하는 순간,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억지로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었다. 이 사업에서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예술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정원철 : 예술활동을 통해서 이루려는 삶의 전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환과는 좀 다른 차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문학 강좌를 통한 전환과 예술활동을 통한 생애전환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장주신 : 생애전환은 한 사람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예술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만날 수 있도록 최대한 일관성 있으면서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나랑 맞는 부분도, 관심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취할 것을 취하면서 스스로 전환을 고민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란희 :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시를 쓰려고 사과를 관찰하다가 자기 삶에서 엄청난 전환을 한다. 거기서 시인 역할로 나온 김용택 시인은 “관찰해야 시를 쓸 수 있다”라고 한다. 저는 그게 예술교육을 통한 삶의 전환이며, 예술의 시작은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관찰하면 사유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엄청나게 빨리 정보를 취합해서 그것을 자기에게 이롭게 써먹으려고 한다. 우리가 관찰을 강조한 이유는 참여자들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오로지 나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 침전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주변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자 했다. 자녀와의 관계, 직장 상사와의 관계, 나의 행동 패턴 등을 관찰함으로써 자기를 발견해야 한다.
정원철 : 좋은 사례를 말씀해주셨다.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과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참여자들이 자기와의 관계는 단절시켜놓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답답하셨을 것이다.
허유진 : 인생의 변곡점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으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것처럼, 사회 안에서 예술이라는 매개로서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문화예술교육을 생애전환에 연결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예술활동은 참여자에게 ‘금기 해방’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그전까지 문화예술교육에서 50+ 세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사회가 변화하고 이들의 욕구도 변화하면서 정책적으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이 만들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점점 50+ 세대가 늘어날 것이고 저 역시 언젠가 그 세대가 될 것이므로 지금 시작하는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이 잘 자리 잡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정원철 : 각자의 금기와 상투성, 진부함을 벗어나기 매우 어렵지만, 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재밌고 쉽게 이미 벗어나 있게 된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예술의 특성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란희 :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명칭에서 꼭 전환을 이뤄야 할 것 같고, 도달해야 할 어떤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심각하고 답답했던 것 같다. 그토록 견고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에게, 종교도 할 수 없는 것을, 고작 6~8회차 교육을 통해서 해내야 할 것 같아 굉장히 고민되었다. 생애전환기 문화예술교육 정도로 명칭을 바꾸는 건 어떨까?
정원철 : 제안은 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저나 이란희 선생님 역시 종교도 할 수 없는 것을 예술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 아닌가? (웃음)
이란희 :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분들께는 결과물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에 단어 몇 개만 쓰고 헤어져도 무방하다. 마치 여름방학 전에 생활계획표를 짜듯이 수업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생애전환과 관련된 어떤 이벤트를 하고 수업을 끝내려고 하는 강박관념이 수업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고 자꾸 본질과는 상관없는 길을 걷게 한다고 생각한다.
허유진 : 참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같이 관찰하고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하는데, 1년 단위 사업인 데다 사업비 교부는 4, 5월이고 11월(~12월)에 종료해야 한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프로그램 개발 기간을 빼면 실제 운영 기간은 두세 달이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이 길다. 다년간 사업으로 구조가 바뀌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생활문화나 지역특성화 같이 연계시킬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참여자들이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8년에는 다른 담당자가 있었고 2019년부터 제가 맡았는데, 올해는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제가 이 사업을 인계받을 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몰두해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진정성 있게 담당자, 기획자, 강사가 혼연일체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지향했던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18년에는 다른 담당자가 있었고 2019년부터 제가 맡았는데, 올해는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제가 이 사업을 인계받을 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몰두해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진정성 있게 담당자, 기획자, 강사가 혼연일체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지향했던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주신 : 저도 업무 변경이 었지만, 계속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맡고 있어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줌으로 진행했던 좌담회에서, 이것은 예술활동이라고 쐐기를 박아주셔서 무척 안심되고 시원했다. 앞으로 예술활동에 더 집중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사업은 2년을 보장받았다. 그러다 보니 참여자들이 다음엔 이걸 하고 싶다고 기대를 하고 계시더라. 저희도 참여자들과 같이 새롭게 뭔가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하게 되었다. 한편, 영상이나 결과자료집에서 개개인의 민감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고민이다. 참여자들에게 추억이 될 수 있게 잘 포장해서 내보이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앞으로 이 부분도 고려되면 좋겠다.
정원철 : 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제대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고 상당히 진전된 상태까지 왔다고 느껴졌다. 특히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점이 인상적이다. 발견노트, 개인 기록, 일상적인 루틴을 통해서 감각을 재배치하고 축적하는 등의 활동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답답하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자발적인 모험의 길에 자발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확인하는 자리였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다.
정원철 편집위원
홍익대학교와 독일 카셀종합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에 재직하며 미술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해 왔으나, 최근 전환적 삶을 꿈꾸며 그만 뒀다. 2018년부터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다.
이란희 영화감독/예술강사
인천에 살며 ‘작업장 봄’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과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단편영화 <파마>(2009) <결혼전야>(2014) <천막>(2016) 등을 만들었고, 첫 장편영화 <휴가>로 서울독립영화제 2020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기획위원, 강사,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다.
장주신 연수문화재단 생활문화팀 대리
연수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
허유진 대전문화재단 시민문화팀
대전문화재단에서 2019, 2020년도 생애전환문화예술학교 사업을 담당했다. 현재는 시민문화팀에서 시민 주도형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기획 및 지원하고 있다.
-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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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프로그램 사진제공_이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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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을 생각의 전환이라는 그것을 통하여 삶의 질의 방향을 변화라는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 같고 몸의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의자존감을 향상시키며 새로운자신을 찾아갈 수 있었던 길을 만들어줄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생애전환프로그램으로 개인과 사회적 연결로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프로그램의 의미를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유의미하고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삶의 전환-모험을 기획하기
[좌담]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공감이 갑니다
삶의 전환-모험을 기획하기
[좌담]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