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시 봄이 돌아왔습니다. ‘시작’은 항상 설렘과 기대감이 있지요. 하지만 동시에 긴장감과 걱정도 함께 다가옵니다. 올해 새봄 새 학기를 시작하며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드는 것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다사다난했던 작년의 기억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올해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과의 만남을 앞둔 동료 예술강사와 함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방법과 마음가짐, 학생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자
2020년 3월의 학교 현장을 돌이켜보면, 초기 온라인 수업과 수업 체계에 대한 고충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예술강사 또한 배치된 학교와 시설에서 요청하는 온라인 수업의 수준이 준비 기간에 비해 다소 높았고 이에 대응하는 예술강사 개개인의 역량 차이가 컸습니다. 지금은 점차 다양한 대안과 지원이 이뤄지면서 온라인 수업에 점차 안정적으로 대응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수업(blended learning)은 하나의 수업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에 대해 우리 예술강사 또한 항상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맞이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선생님과 학생의 위치가 모호해졌다는 사실입니다. 학교생활을 기대하고 있던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교와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선생님의 역할을 ‘강의 실력’으로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유튜브 등 많은 영상 콘텐츠를 접하며 성장한 아이들은, 선생님이 낯선 카메라 앞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며 만든 온라인 수업일지라도 다소 지루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대면 수업이라면 학생의 반응을 살피면서 수업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집중을 유도할 수 있을 텐데,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이 집중하는지 이해는 하는 건지 도저히 알기가 힘듭니다. 특히 수업 분위기와 참여도가 중요한 예술 수업에서 학생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열심히 준비한 수업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비대면 수업이 지속된다면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해야 할까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강사 자신도 내가 수업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의 소통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대면 수업에서 가지고 있던 장점을 잘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 잘하는 인강(인터넷 강의) 강사보다,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유튜버보다, 우리가 더 빛날 수 있는 경쟁력은 바로 친근감입니다. 교실에서 예술적 교감을 나눈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 작품활동 과정에서 아끼지 않고 칭찬하며 격려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온라인에서도 아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눈높이를 맞추자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 수업 방식은 크게 실시간 수업과 콘텐츠 수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시간 수업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반응이 좋은 수업 방식입니다. 올해 교육부에서도 교사에게 실시간 수업을 권장하고 있죠.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처음 시도하는 경우 다소 어려운 수업일 수 있어 예행연습이 필요합니다. 콘텐츠 수업은 강사가 사전에 녹화하여 편집한 영상을 학교에서 안내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학생은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강사는 재녹화 및 편집을 통해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해서 간결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을 제작할 때에는 목소리도 이상하고 웅얼대며 말실수도 많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 온라인 수업 영상을 학부모나 담당 교사도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긴장되고 위축될 수도 있죠. 작년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던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효과를 보았던 몇 가지 노하우를 공유해보겠습니다.
1. 카메라 위치 조정 : 카메라(웹캠)의 위치에 따라 학생의 집중도가 달라집니다. 학생의 집중도를 높이고 안정감을 주려면 얼굴부터 가슴까지 보이는 앵글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손동작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설정한다면 보다 자연스러운 수업이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카메라 또한 수업 전에 미리 조정해야 합니다. 실기 수업이라면 학생들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맞추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2. 카메라 렌즈와 시선 처리 : 카메라 렌즈를 보며 수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카메라 렌즈와 눈을 맞추는 것은 마치 학생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므로 선생님의 시선이 다른 방향을 향해 있으면 학생이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노트북 캠이라면 각도나 높이를 조절하여 자신의 시선에 맞추고, 이동 가능한 웹캠이라면 삼각대를 이용하여 모니터 중심에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의 중 모니터 자료나 대본을 볼 때도 학생의 시선을 모을 수 있어서 더욱더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며 집중력 또한 길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긴 호흡을 위한 장치 : 온라인 강의로 공부하면 어른도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는데, 아이들도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겠죠? 최대한 수업의 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앞서 진행할 강의 내용을 순서에 맞게 예고하고 단계별로 시작과 마무리 멘트를 준비합니다. 또한, 대면 수업과 마찬가지로 “여기는 중요한 부분이에요”라며 집중을 유도하거나 중간중간 질문하며 긴장감을 주는 것, 그리고 “박수 세 번 시작”과 같은 행동을 유도하며 주의를 환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4. 눈높이 맞추기 :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맞추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 어렵죠. 그래서 화면을 번갈아 보며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질문도 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실기 수업 중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다른 학생이 진도를 나가는 동안 돌봐주어야 하며, 다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5. 온라인이지만 따뜻하게 : 온라인상에서 학생들과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굉장히 어렵죠. 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며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를 해준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선생님과 만나는 것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이 무척 상쾌해요” “아침에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빵빵해요”와 같은 일상의 이야기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학생들과 더 가까이한다는 느낌을 주면 좋습니다. 온라인이지만 선생님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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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의 온라인 수업 고군분투기
[출처] 교육진흥원 유튜브, 기획·제작 하태웅
조율하고 계획하고 준비하자
학교 출강에 앞서 가능하면 대면수업과 콘텐츠 수업, 실시간 비대면 수업에 적용 가능한 수업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요청한 큰 흐름을 따르고 학년 및 학급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실시간 수업을 위해서는 줌(ZOOM), EBS, 온라인 클래스 등 실시간 수업 플랫폼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줌에서는 회의를 예약하면 ‘대기실 사용’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외부인이 허락 없이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지만 만약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 상태가 원활하지 않아 재접속하는 경우에도 대기실에 입장하게 됩니다. 강사가 수업에 집중하다 보면 대기실 인원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기실 사용’은 비활성화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화면 공유, 채팅, 참가자 음소거, 소회의실 기능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웹캠, 마이크, 스피커 등 장비의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콘텐츠 수업 준비는 촬영, 편집, 업로드 등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촬영은 휴대폰과 카메라 모두 비디오 설정에서 해상도를 1920×1080(30fps)으로 맞추어 녹화합니다. 이 기준보다 해상도가 너무 높으면 동영상 파일의 크기가 커지고, 해상도가 낮으면 화질이 떨어져 보기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편집할 때는 ‘키네마스터’ 같은 무료로 사용 가능한 동영상 편집 앱으로 간단하게 보기 좋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PC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있지만, 영상 편집이 처음이라면 윈도우10 기본 프로그램인 ‘비디오 편집기’로 간단하고 쉽게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업로드하기입니다. 학교와 학년별로 온라인 콘텐츠 수업을 업로드하는 곳과 학생과 소통하는 플랫폼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온라인 콘텐츠 수업을 요청한다면, 사전협의 시 담당교사와 콘텐츠 수업의 주제 및 영상 길이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학생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 상의해야 합니다. 또한 플랫폼 사용 및 운영 지침에 대해 면밀하게 조율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우직하게 진심을 전하자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을 잠시 대체할 ‘임시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준비해야 할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입니다. 강사가 ‘잠깐’이라는 생각으로 온라인 수업에 임한다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도 아마 그 정도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온라인이지만 우리의 진심이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 때 나오는 긍정 에너지가 다시 학생들에게 전해질 때의 그 감동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2021년을 상징하는 흰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내디뎌볼까요?
- 하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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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 예술강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며, 복합문화공간 AKT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 한국문화정보원에서 문화예술 기획 및 정부3.0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창업진흥원의 디자인/예술 브랜드 메이커로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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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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