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홍콩에서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PP Camp)가 열렸다. 우리는 여러 주제를 거쳐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고, 호주의 프로듀서 동료는 그들이 당면한 문제로 ‘환경’을 이야기했다. 당시 호주는 9월부터 시작된 화재가 진행 중이었다. 이후 2020년 2월까지 6개월간 이어진 대재난으로 호주 전체 숲의 20%가 잿더미가 되었고,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음을 당했다. 호주 동료는 창작과 교류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며 이동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것인지 의문과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고온 건조한 이상 기후 조건이 만들어질 확률이 최소 30% 증가했고, 이로 인해 초대형 산불이 일어날 확률 또한 높아지며, 산불이 크면 클수록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 끝없어 보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끊어내야 하는지, 끊어낼 수는 있는 것인지, 그저 암담해질 뿐이다. 호주의 동료는 산불의 영향으로 마스크 없이는 밖에서 숨을 쉴 수 없다며 탄식했고, 우리는 함께 안타까워했지만, 내 삶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여름에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영원할 것 같은 장마가 우리를 습격했다.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를 끝내고 마지막 온라인 토크를 진행한 2020년의 끝자락에 기획팀과 참여 작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반성과 동시에, 지금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시기임에 공감했다.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 위협받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기후변화야말로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이며 동시에 우리의 삶 모든 것에 얽혀있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임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전 인류의 문제
7월에 열린 기후변화 레지던시 첫 번째 공통 워크숍 기간 내내 비가 내렸다. 공연과 시각예술, 다원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6명의 작가와 기획팀, 기록팀이 함께했다. 레지던시를 기획한 이유와 작가들의 참여 이유 그리고 레지던시를 통해서 하고 싶은 작업 이야기를 나누었다. 명확한 자기고민과 작업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도 있었지만, 기후변화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너무 ‘거대’하고 ‘추상적’이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앞으로 6개월간 함께 고민하고 질문하며 생각을 열어놓고 작업의 과정을 만들어나가자는데 동의했다.
첫 번째 워크숍은 강의와 화천 투어 프로그램이었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기후변화와 지구의 위기에 대해 한숨도 쉬지 않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쏟아냈다. 더는 주저앉아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에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변한 적이 없던 것에 비해 최근 100년 동안 0.6도나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욕망이 우리의 터전을 스스로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생태 활동가 김산하 박사의 ‘야생으로 돌아온 문명’ 강의에서는 인간 외 모든 것을 대상화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오만함과 자연 지배적 관점의 문제와 마주하였다. 충격적인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집단 사살되고 있는 멧돼지의 억울한 누명이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는 과연 무엇인가? 인간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멧돼지야말로 누군가를 대신해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아무도 야생의 동물에 측은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안전’이라는 말로 포장된다면 더욱이. 생태미학연구소 유현주 큐레이터는 ‘환경’ 관련한 예술가들의 예술작업과 실천 사례를 공유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예술가들이 화성으로 이주했다는 가정하에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보여준 전시《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소개했다. 또 파이프라인 송유관이 설치될 숲의 나무에 악보를 만들고 저작권을 등록해 숲을 살린 작가 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 미국)의〈푸른 나무 교향곡〉(The Blued Trees Symphony)은 매우 인상 깊었다.
강의와 토론을 통해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지구인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많은 질문이 던져졌다. 정말 너무나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인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가 차원의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 문제인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하는가? 내가 누리는 것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내 입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기후변화’의 주제가 예술적 작업과 개인의 삶의 방식을 결코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우리는 잠시 자기반성과 삶의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질문은 역시나 예술가의 정체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술가로서 어떻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감을 일으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예술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조천호 박사는 “사람들이 과학자가 제시하는 논리적인 데이터만 가지고서는 변화하기 힘들다.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예술의 강렬함과 상징성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며 도리어 예술의 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 공통 워크숍 화천 투어
  • 공통 워크숍 초청 강의
모든 살아 있는 것을 느끼며
첫 번째 공통 워크숍 기간 중 화천을 함께 걸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화천에서 나고 자라고 농사를 업으로 하는 화천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동구래마을 숲길과 강 위 부교를 따라 산소길을 걸었다. 도시인의 걷기는 늘 목표 지향적이다. 미리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걸으며 눈은 앞쪽을 응시하고 웬만해서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숲길을 걷는 내내 우리는 멈춰 서서 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른 꽃들의 이름에 귀 기울이고, 쭈그려 앉아 화려하게 피어있는 버섯을 발견하고, 보호색으로 자신을 숨기기에 열심인 곤충과 파충류들을 발견한다. 한 작가가 조용히 몸을 구부려 바라본 곳을 따라가 보니 어른 손바닥만 한 두꺼비가 짙은 회색 바위에 능청맞게 붙어있다. 호기심 많은 인간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졌는지, 천천히 움직이며 몸을 이동한다. 우리는 숲을 좋아하고 숲 걷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무의 냄새와 맑은 공기와 그 고요함을 좋아했는지 몰라도, 이렇게 생명체로 가득한 살아 있는 숲을 느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우리는 인간 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느끼고 존중하며 그들 모두 지구의 주체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내내 느껴보았다.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는 크게 네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공통 워크숍으로 7월, 9월, 11월 세 차례 계획했다. 공통 워크숍 기간에는 초청 강의, 다큐멘터리 관람, 화천 투어, 개별 리서치 내용 공유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두 번째는 개별 리서치로, 작가들은 공통 리서치 사이사이 자유롭게 화천에 머물며 리서치를 하고 작업을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세 번째는 온라인 레지던시로 6번의 화상 미팅을 했다. 작가별로 ‘기후 위기 대응’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 위기와 채식의 상관관계’ ‘예술가의 목소리’ ‘기후 위기-거대담론을 가로지르는 삶의 서사’ ‘착취 사슬’을 주제로 정하고 사전에 함께 보고, 읽을 수 있는 자료들을 공유한 후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오픈 텃밭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레지던시 과정과 작가의 작업 공유의 장이다. 초청 강연이 지식과 정보를 넓혀주었다면, 화천 투어는 생명에 대한 감각을 확장해주었으며, 온라인 회의를 통해서는 작가들과 기획자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며 생각의 전환과 깊이를 만들었다.
자연과 가까이 서로를 존중하며
온라인 미팅에서 ‘기후 위기와 채식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던 중 비건 음식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두 번째 공통 워크숍 기간에 남원에서 모셔온 요리 전문가에게 사찰 음식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기 전에 셰프는 두 개의 간장 종지를 우리 앞에 내놓고 맛을 보라고 권했다. 모두 간장 맛이라고 선택한 종지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하는 간장이었고, 나머지는 지리산에서 메주를 띄워 만든 수제 간장이었다. 놀라운 것은 우리 입맛을 장악하고 있고 우리가 간장이라고 믿고 있는 그것은 진짜 간장이 아닌 화학물질 덩어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진짜로부터 멀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화천에서 공통 워크숍 내내 먹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였다. 기후변화는 먹거리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재배 작물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우리의 식탁이 점점 화려해지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농작물, 육류, 생선, 열대 과일 등이 엄청난 탄소 배출과 함께 우리 식탁에 오른다. 첫 번째 공통 워크숍 마지막 날 우리는 낭만적인 야외 바비큐 파티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지구의 위기와 야생동물 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우리의 식탁에 담대한 전환을 일으키기로 했다. 채식 바비큐! 화천에서 생산된 각종 채소와 버섯, 고구마, 감자만이 가득한 식탁이었다. 이후 워크숍 내내 함께 먹는 밥상은 자연스럽게 우리 프로그램 안에 안착했다. 참가자 11명의 식습관은 비건, 락토, 페스코, 플렉시테리언, 글루텐프리 등 모두 제각각이었다. 두세 명씩 조를 짜서 밥상을 차렸다. 한 명 한 명의 식습관을 모두 고려하고 존중하며 어떻게 함께 식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때마다 멋진 밥상이 차려졌다. 향이 좋은 가지 밥에 보낸 모두의 찬사에 작가는 “이런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가지 밥 같은 작업이 하고 싶다”고 했다. 밥상은 늘 맛있는 음식 이전에 개개인을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존중이었다.
리서치 내내 작가 모두의 화두 중 하나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였다. 육식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날 세우지 않고, 비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편리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의심하자는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참여 작가 중 한 명이 ‘비건 마을 만들기’에 관한 책 내용을 공유했다. 비건 마을은 일종의 여행지이다. 누구나 편하게 한 번쯤 방문할 수 있는 곳. 마음에 들면 하루 숙박도 가능하고, 더 마음에 들면 한 달 살기도 할 수 있다. 그러다 이주를 결심한다면 비건 마을은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먹는 밥상을 차리며 밥상 위 마을을 만들었고, 개개인 작가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기후변화 마을을 만들어 갔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작가들은 작업의 주제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나무에 멧돼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채식과 기후 위기, 진행하는 미래의 재난, 착취의 구조, 비인간의 시각, 숲과 기후 위기 등 가지가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의 고민은 어떤 예술 언어를 사용하는가다. 특히 동시대 젊은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동시에 친환경 소재를 고민하고, 가능하면 썩는 소재를 사용하고,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는 최소한으로 사용하되, 대안을 고민하였다. 또한, 화천의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 〈움직이는 숲〉보드게임(김보람)
  • 〈기후재난 낙원도〉연 퍼포먼스(이승연)
예술가의 목소리로, 대안과 행동
12월 오픈 텃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화천에서도 코로나 확진자의 수가 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회의를 통해 모두의 의견을 모아 오픈 텃밭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대신 그 결과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6명의 작가, 기획팀, 촬영팀, 진행팀까지 모두 15명이 서로의 관객이 되어주기로 하였다. 기획팀은 온라인 공유를 위해 급하게 웹사이트를 구성했고, 결과만이 아닌 모든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오픈 텃밭은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여섯 명 작가의 작품이 화천 예술텃밭 곳곳에 자리 잡았다. 모든 작업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과정이다.
평소 인간을 관찰하고 도시 속 작은 사람들의 미시적인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구지민 작가가 발표한 작업은〈착취사슬〉이다. 인간의 작은 행동들과 범지구적 기후변화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이번에는 드로잉 전시로 발표했다. 그림은 도시 속 사람들로 가득하다. 쇼핑하는 사람, 식사하는 사람, 카페에 모여 있는 사람 등 이들의 평온한 도시의 삶이 도시 밖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작업은 향후에 숨은그림찾기 형태의 인터렉션 게임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 김보람 작가는 이전에 청계천과 물고기를 소재로 보드게임형 공연을 제작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기후 위기로 미래를 위협받는 나무들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보드게임〈움직이는 숲〉을 발표했다. 보드게임판을 상대로 게임 참가자 4명(정치인, 기업인, 연구자, 활동가)이 협력해서 숲을 이동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보드게임으로 이후에는 공연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 문의 안과 밖으로 은유되는 ‘경계’에 대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문밖 작가의 작품은〈평온한 식사〉이다. 숙소 하나가 근사하지만, 결코 편안하지만은 않은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작가/셰프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가 앉으면 돼지를 주제로 구성한 음식을 서빙 받는다.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er) 형식을 취하고 있는〈평온한 식사〉는 실제로 작가가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관객 앞에 놓인 음식이 거쳐 온 서사를 마치 음악처럼 감상하게 된다. 좁은 테이블과 불편한 의자, 그리고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들은 관객을 내내 불편함 속에 가두어둔다.
이승연 작가의〈기후재난 낙원몽 – 기이하지만 생은 오래되겠지〉는 기후재난으로 인해 어둡고 기이한 미래를 화려하게 그려낸 작품이며, 연이다. 지구 온난화로 죽어가고 있는 바닷속 산호가 살기 위해 그렇게 화려한 색을 발산하고 있다는 것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재난이 가득할 미래 속 인간의 삶을 마치 산호처럼 화려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소망을 담아 하늘로 날리는 연처럼 지구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아 기후재난도를 하늘로 띄워 올렸다. 이혜원 작가의〈바위가 되는 법〉은 멧돼지의 위협을 막기 위해 화천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을 따라 걸으며 만들어 낸 작품이다. 관객은 희곡집을 읽으며, 희곡 속의 A에 자신을 대입하며 희곡의 이야기를 실제 공간으로 끌어낸다. 이 작품은 숲에서 조용히 죽어간 멧돼지의 삶에 대한 경의이자 애도이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실체 없는 공포에 대하여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끔찍한 현실의 목도이다. 허나영 작가의〈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비인간’이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던진다. 인간과 비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어떻게 교차하며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은 관객에게 오롯이 예술텃밭을 산책하며 비인간 존재자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화천 군민은 멧돼지에 대한 애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아이들은 미래의 재난도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꿈꿀까? 평온한 식사는 충분히 불편한 식사가 되었을까? 관객이 있었다면 궁금한 점과 함께 이야기할 것이 너무 많아 아쉬움이 컸던 오픈 텃밭이지만, 15명 모두는 기꺼이 서로의 훌륭한 관객이 되어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었다. 7월부터 12월까지 레지던시의 모든 과정과 발표 내용은 글과 사진, 영상으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으며, 허나영 작가의〈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도 참여할 수 있다. 자료집과 다큐멘터리 영상은 현재 제작 중이다. 사람들에게 웹사이트를 공유하며, 시간을 내서 천천히 꼼꼼히 내용을 읽고 봐주기를 부탁한다.『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는 결과적으로 6명 작가의 6개 작업이 발표되었지만, 결코 개개인의 작업만을 결과로 볼 수 없다. 약 6개월의 과정에서 서로의 정보와 생각, 감각과 발걸음이 얽혀 만들어낸 작업이다. 서로의 리서치 과정을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고 산책하면서, 밥상을 함께 차리며 만들어냈다. 그래서 우리의 관객들에게도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건 마을 만들기’와 같다. 누구나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다. 레지던시 내내 함께한 11명의 예술가와 기획자가 만들어 놓은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 마을’의 곳곳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링크]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 www.artstutbatclimatechange.com
박지선
박지선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축제, 레지던시 기획, 공연예술작품 제작 및 국제 네트워크(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PP)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경계, 기술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새로운 탐험을 하며 예술의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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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_ 박영균 영상작가 infebruary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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