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의 조각이 모여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

코로나19와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까지. 기후환경·공중보건 전문가는 때아닌 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지목했다. 필(必)환경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환경 보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지만, 일부 대중에게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여전히 자신과 밀접한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고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 기업이 예술작품과 문화체험, 브랜딩 등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환경 문제에 관한 위기 의식을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부여하는 환경예술가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폐품이나 쓰레기를 활용하여 만든 미술작품을 뜻하는 정크아트(Junk Art)는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것에 새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우리에게 소비만능주의와 지속가능함을 성찰하게 만든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해양환경예술청년 단체 ‘팀 마름모’는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집하여 예술작품을 만들고 전시 활동을 한다. 모가 난 친구들이 겹치지 않는 예술성을 추구한다는 팀 마름모의 의미처럼 환경 문제를 날카로우면서도 재기 발랄하게 예술로 소화하고 있다. ‘종e편한 세상’ ‘ㅂㄷㅂㄷ’ ‘쓰레암층’ 등 심상치 않은 작품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를 예상치 못한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시켜 보는 재미를 준다. 팀 마름모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여러 SNS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광안리를 정처 없이 걸으며 재료를 구하는 모습, 유리공예 도중 처참히 실패하는 모습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대중에게 정크아트를 친숙하게 소개한다. 좌충우돌 환경예술 제작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SNS에서 팀 마름모를 검색하자.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인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침묵의 봄』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이끌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그의 메시지를 좋아은경 작가는 철사를 통해 전한다. 와이어 아티스트인 ‘좋아은경’은 철사로 드로잉, 텍스트, 공예품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달력 가장자리에 꽂힌 스프링 용수철도 그의 손을 거치면 책꽂이가 되고, 새와 나무가 되기도 한다. 레이첼 카슨에게 영감을 받은 <균형> 시리즈,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을 다룬 <산양이 사는 나라>, 매주 목요일 SNS에 나무와 관련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올리는 <나무를 읽는 목요일> 등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좋아은경이 작업한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집 제목 “No one is too small to make a difference”(변화를 만드는 데 너무 작은 사람은 없습니다)의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온다.
몸과 자연에 무해한 천연 제품의 미덕
비가 내려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도 자연 순환된다면 더이상 쓰레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애초에 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천연 제품들, 환경은 물론 인체에도 무해한 페인트와 점토를 소개한다. ㈜페인트닥터에서 만드는 페인트는 텃밭의 비료로 쓸 수 있고, 강에 흘려도 된다. 자못 상상이 안 가지만 단 1%의 석유 화합물도 들어가지 않은 천연 페인트는 가능하다. 천연 페인트는 곰팡이에 강하며 공기정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선 천연 페인트가 전체 건축 시장의 60%를 차지할 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한 편이다. 이에 천연 페인트를 대중에 널리 알리고자 제주 한림읍에 자리한 페인트닥터 작업실 겸 매장에서는 천연 페인트를 판매하고 ‘공기정화 그림 그리기’ 체험 교육을 진행한다.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걱정 없이 페인트를 몸에 묻히기도 하고, 기존 색과는 다른 오묘한 자연의 색을 섞어보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페인트닥터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천연 페인트를 접할 수 있도록 직접 생산을 위한 검증 절차를 밟는 중이다.
아이들이 오물조물 만지고 놀다가 입에 넣어도 무해하고, 땅에 버리면 비료가 되는 장난감이 있다. 바로 커피점토분말이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이 분말은 물과 1:1로 섞어 반죽하면 기존의 찰흙과 동일한 점토가 된다. 반죽으로는 촉감 놀이를, 점토가 된 후엔 공예품을 만들 수 있어 유용하다. 이 커피점토분말은 하모니 사회적협동조합 내 장애인지원시설 ‘거북이작업장’에서 운영하는 커피박 업사이클링 사업의 일환이다. 거북이작업장에서는 커피점토분말은 물론 커피점토화분, 커피점토 캐릭터 피규어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정교한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면 거북이작업장 홈페이지에서 점토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된다. 슬라임의 안전성으로 고민이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 입소문을 타며, 블로그에 커피점토 놀이 사용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슬라임을 즐기고 있다면, 보다 친환경적인 커피점토로 새로운 놀이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8 비치코밍 페스티벌 ‘바라던 바다’
[사진출처] 재주도좋아
지역 환경 문제 해결사
“조각들이 모여 하나가 되며 / 버려진 것들이 다시 살게 되는 / 바라던 바다 바라던 바다”
– 김일두 <바라던 바다> 중
가수 김일두의 노래 <바라던 바다>는 해변을 서성이며 밀려와 쌓이는 것들을 주워 다시 생명이 싹트는 꿈을 노래한다. 이 곡은 2019년 1월 발매된 《바라던 바다》 앨범의 수록곡으로, 장필순, 김일두, 권나무, 세이수미 등 제주 바다와 비치코밍(beachcombing, 해변에 표류하게 된 물건들을 줍는 행위)을 주제로 한 친환경 프로젝트다. 이 신박한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은 바로 청년 창작집단 ‘재주도좋아’이다. 재주도좋아는 제주한수풀해녀학교를 다니며 만난 30대 청년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바다쓰레기 문제를 알리고자 만들었다. 비치코밍을 토대로 전시, 앨범, 축제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바라던 바다’라는 비치코밍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2019년엔 제주 금능해변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바다를 거닐며 쓰레기를 줍고, 이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워크숍과 공연 등을 진행했다. 재주도좋아의 다른 활동이 궁금하다면 제주에 들렀을 때 한림읍에 위치한 ‘반짝반짝지구상회’를 방문해보자. 다양한 전시와 공연, 공방 체험 등을 통해 그야말로 제주 바다의 진정한 ‘좋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환경 보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인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은 필수적이다. 문화예술 분야 예비사회적기업 ‘미라클 뮤지엄’은 순천 곳곳을 다니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업사이클(Upcycle)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업사이클 교구 및 아트 상품을 생산한다. 자전거 체인 아트액자, 종이박스 조명, 커피 찌꺼기 방향제 만들기 등 현재 미라클 뮤지엄이 운영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체험 프로그램은 총 18가지로 다양하다. 또 학교, 문화회관 등에서 지역민 대상 찾아가는 교육을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 축제에서 꾸준히 업사이클 전시를 열고 있으며, ‘순천만습지 봄 생태문화제’에서 지역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동생동 놀이터>를 기획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매년 순천만 갈대 축제가 끝난 후 버려지는 대량의 갈대를 활용해 착화제로 만드는 등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프로젝트 궁리
프로젝트 궁리
썸네일 사진 _ 팀 마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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