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의 무한공간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다중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통신을 제공하는 인터넷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초기에는 텍스트로만 통신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사진, 음성파일, 동영상 등 다양한 포맷으로 활용된다.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는 SNS(Social Network Services/Sites, 사회 관계망 서비스)는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SNS가 각광을 받은 이유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매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참여와 공유,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술가들은 유튜브와 SNS의 각종 채널, 글로벌 플랫폼, 스트리밍 등 대중화된 접근 방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모바일 세대로서 이미지와 동영상을 통한 소통 문화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SNS의 장점을 활용해 아이디어와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 노트로 활용하고, 창작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매일매일 그림으로 창작 기록하기
이강훈 작가는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하며 책과 잡지,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틈틈이 이야기를 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월간 윤종신>의 미술 기획자 및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해에 돈을 벌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일러스트 작업을 줄였다. 상업적인 작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데일리 드로잉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SNS를 기반으로 한 드로잉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새로운 미술 운동을 모색하고자 했다. 물성, 몸에 포커스를 맞춰 작업하는 이강훈 작가 인스타그램에서 사물의 성격을 초상화처럼 보여주는 동물적이면서도 원시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작업을 볼 수 있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려보자”고 시작한 꾸준한 드로잉 습관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작가는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그림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SNS는 매일의 창작을 기록하는 도구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반응하고 공감하는 공간
웹툰을 넘어 독자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은 최대 10장까지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에 맞춰 10컷 이내로 구성된 짧은 만화이다. 포털에 공개되지 않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연재되었던 <며느라기>는 평범한 며느리의 일상과 고충을 리얼하게 보여주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림책 작가 윤지회 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견디었던 시간을 인스타툰 <사기병>을 그리며 견디었고, 예롱 작가는 흑인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겪었던 일을 인스타툰 <지하철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에 담았다. 그 밖에도 인스타툰에는 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다룬 작품이나 외국인, 장애인, 성 소수자 등 소수자의 목소리도 활발하게 나온다.
한편,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 작가는 인스타그램의 장점을 살려 독자 참여형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을 진행했다. 독자가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그림을 그려주세요” “카페 알바라고 말 함부로 하는 사람들 품위 있고 깔끔하게 무시하는 그림 그려주세요” 등을 제안하면 작가만의 방식으로 위트 있는 그림을 그려주는 식이다. 작가는 소개문에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 되면 안 해 보겠습니닷”이라고 덧붙였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일상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인스타그램을 웹툰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를 몇 가지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인스타그램에 머무는 동안 부담 없이 오가며 편하게 볼 수 있고 자유롭게 댓글을 달고 친구를 태그하며 추천할 수 있다. 작가들에게는 ‘실시간 댓글’ 반응을 보며 독자와 바로 호흡한다는 매력이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손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여성 작가들에게 안전감을 제공한다. 또한 주류 웹툰 플랫폼과는 달리, 인스타그램에서는 스토리나 그림을 검수받지 않기 때문에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불편해하는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주제들이 나올 수 있었다.
일상의 언어로 시 쓰기
SNS 시인의 등장은 또 다른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정식으로 등단은 하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서 일상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짧고 강렬하게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짧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환천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 영업부에서 일하던 2014년 무렵 친구들끼리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생각에 시 몇 편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이환천의 문학살롱』 등을 발간했고, 지금도 페이스북 페이지와 인스타그램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통해 시를 발표한다. 이환천 작가는 컴퓨터 타이핑 대신 손으로 종이에 글자를 열 맞춰 꾹꾹 눌러쓴 시를 사진으로 찍어 이미지를 올린다. 다이어트나 몸, 연예, 직장생활의 애환과 인생의 단면을 운율에 담아 재치 있게 그려낸 시는 보는 사람을 피식 웃게 만들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개설한 유튜브에는 시상과 영감을 얻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올리고 있는데, 라임에 맞춰 시를 쓰고 비트를 얹기만 하면 당신도 할 수 있다고 특급 비법을 공개한다.
소셜미디어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일상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생동하는 현장의 말을 낚아채어 시를 쓰는 이들의 등장에는 SNS가 큰 역할을 했다. 자신들만의 언어를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방식으로 담아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이다.
기록의 힘 기르기
온라인 공간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관심사와 메시지를 드러내는 직접적인 매체이자, 자신의 작업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아카이브로 활용된다. 소셜미디어는 아카이브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실세계에서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역시 시스템과 인프라의 변화로 환경이 바뀌기도 하고, 만들어 놓고 더 운영하지 않아 많은 기록이 사라지기도 한다. 견고하게 구축된 홈페이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좀 더 유연한 플랫폼을 찾기도 한다. 블로그가 홈페이지의 포스트 역할을 하고, SNS를 통해 정보를 유통하고 확산시키는 용도로 구성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SNS는 유연하고 가벼운 기록과 소통 수단이지만, 체계적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아카이빙하기 위한 구상이 필요하다. 한편, SNS의 ‘좋아요’와 팔로우 숫자가 인기를 재는 척도로 사용되는 방식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화하는 온라인 환경과 SNS의 특성을 활용해 관심사를 발견하고 확장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매체를 찾고, 성실하고 꾸준히 기록하기 위한 체력을 기르자.
최순화
최순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와 공연기획, 문화기획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국제교류, 지역 커뮤니티, 공공 공간 관련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suna.cho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