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아카이브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매체로도 사용한다. 예술 작업에서 발견되는 감각과 활동이 기록되고 그 자체로 아카이빙 자료가 되기도 한다. 자료의 축적, 분류 및 문서화는 아카이브 생성과 구축으로 이어지고, 한편에서는 그것을 조립하고 해체하고 콜라주 하며 새로운 과정을 만든다. 기록은 역사 인문에 대한 해석의 도구이자, 동시대와 소통하면서 계속 업데이트되고 확장하며 살아 움직이게 된다.
기록 자료를 교육에 활용하기
미국 국립기록원은 소장자료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으로 ‘교육자를 위한 자료(Educator Resources)’를 제공한다. 특히 기록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 도구인 ‘독스티치(DOCSTeach)’사이트를 통해 역사 시대별, 사고 능력별, 학년별, 활동 유형별로 세분화하여 이용자에게 맞는 활동을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록물 분석, 토론 주제, 하이라이트, 확대/축소, 비교와 강조, 장면 구성, 연결하기, 맵핑, 전체적 정황, 증거의 고찰, 데이터 해석 등 다양한 활동 도구(activity tools)를 제공한다.
그중 기록물 분석은 1차 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학생들에게 사진, 문서, 유물, 포스터, 지도, 만화, 비디오 및 음원 등 1차 자료에 대한 맥락 이해를 돕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보를 추출하도록 가르치는 데 유용하다. 초급, 중급 단계와 기록물 형태에 따라 제공되는 워크시트를 활용하여 기록을 분석해볼 수도 있다. 초급 워크시트는 1)기록물 만나기 2)구조 관찰하기 3)이해하기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러한 분석에 익숙해지면 분석적으로 기록에 접근하는 태도가 습관화될 수 있도록 워크시트 없이 기록물을 분석해보면서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간다. 중급에서는 ‘이해하기’ 이후에 ‘역사적 증거로 사용하기’ 단계가 추가된다.
완전히 새롭게, 언제든 접근할 수 있게
기록물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매우 보편화된 아카이빙 방식이다. 1897년 설립된 테이트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테이트 온라인’을 운영했다.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등 네 개 미술관 공간의 확장이면서 독자적인 예술공간으로 기능하는 테이트 온라인은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운영하며 소통할 뿐 아니라 온라인 학술 전문지 기능을 하는 ‘테이트 논문(Tate Papers)’, 실제 공간이 아닌 웹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BMW 테이트 라이브 퍼포먼스’ 등을 통해 물리적인 미술관과는 또 다른 역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2013년부터 5년간 진행된 ‘테이트 브리튼의 변화 : 아카이브 & 엑세스(Transforming Tate Britain : Archives & Access)’ 프로젝트를 통해 52,000개가 넘는 작품이 온라인으로 공개되었고, 디지털화된 컬렉션을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 및 리소스를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요세프 허먼 예술재단, 테이트 리버풀, 타인 위어 아카이브 박물관, 터너 컨템포러리, 테이트 콜렉티브 등 영국 내 5개 기관이 참여하여 아카이브를 통해 학습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처럼 테이트는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아카이브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영감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창작 과정을 추적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온라인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자원이 제작되었다. 이용자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테이트 소장 작품을 온라인 앨범으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앨범 피처(Album feature)’, 컬렉션에 포함된 예술가와 테마를 탐색하는 아카이브 필름 시리즈 영상기록 작업 ‘생동하는 아카이브(Animating the Archive)’, 인터넷 최대 시민참여 연구 플랫폼 ‘주니버스’와 협력해서 자원봉사자들이 수집된 예술가들의 자료를 읽고 필사하며 연구하는 ‘애노테이트(Anno Tate)’ 등이 포함된다.
지역의 맥락을 연결하기
2019년 5월 개관한 서울기록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도시 아카이브이자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이다. 2012년부터 서울기록원 건립이 본격 논의되었고, 경북 청도의 청도문서고에 보관된 서울의 중요 기록물을 서울로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기록원은 개원 이전부터 서울 시민과 함께 활동하고자 ‘목동 신시가지 개발기록’ 특별전시에서 시민참여 전시를 개최했고, 기록활동가 네트워크 파티와 아키비스트 캠프를 진행하였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 등 중요 역사기록물을 수집하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참여형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기록관리 교육 및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3월에 오픈된 서울기록원 디지털 아카이브는 서울의 역사와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택/도시계획 기록 17만 건, 시정 사진 98,901장 등으로 구성된 방대한 아카이브다. 기록이 생산되고 구성된 맥락에 따라 기록을 계층별로 정리한 서울기록원 디지털 아카이브의 카탈로그(Catalog)는 상세기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맥락에 따라 기록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서울기록원과 기억발전소가 만든 서울기록원 건립 백서 「문서가 말하지 않는 이야기」도 살펴볼 만하다. 서울기록원 건립 및 개원 과정(2017-2019)에 참여했던 실무자들과의 개별 면담과 서면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계자의 경험과 에피소드, 그리고 문서 이면의 맥락과 논의과정 등이 담겨 있다.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은 개별 도서관 및 문화기관이 담당하기 어려웠던 지역자료 디지털 아카이브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을 지원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생산하는 여러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2014년 경기도 문화역사관으로서 디지털 아카이브 ‘경기도 메모리’를 구축하고 경기도 문화자원에 누구든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5만여 점의 기록정보를 서비스하며, 지역의 기록유산을 수집, 보존,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은 지역 현장에서 예산이나 인력 등의 한계로 기록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활동가와 기관을 돕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아카이빙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지역 기록자를 위한 아카이빙 길잡이 : 관리편」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거나 현재 보유한 자료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 기록자를 위한 아카이빙 길잡이 : 수집편」에서는 기록으로 남길 대상을 선정하고 자료를 수집・정리・보존・활용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최순화
최순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와 공연기획, 문화기획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국제교류, 지역 커뮤니티, 공공 공간 관련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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