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문화예술교육자로서, 행정가로서, 연구자로서, 또 다른 역할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던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과 성취, 아쉬움은 무엇일까? 각자의 다이어리와 업무수첩에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눈에 띄게 등장했던 단어나 문장은 어떤 것일까? 동료들과 가장 많이 공감하고 논쟁하고 톺아보았던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아르떼365]에서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분들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수많은 이슈와 사건이 가득했던 2019년을 결산하는 의미로 문화예술(교육)계가 주목했던 주요 이슈를 꼽아보고 2020년 새롭게 도전해야 할 과제와 흐름을 짚어보았다.
지역으로부터 구축하는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지역 #지역화 #협치 #문화분권 #마을공동체 #기초문화예술교육활성화
올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지역 기반, 공동체 기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역화’ 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연초부터 기초(생활권)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주체와 대화하며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로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한 주요 담론을 모았다. 이러한 논의는 2020년에 더 구체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지역화’야말로 2020년의 가장 큰 쟁점이랄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지역화는 기초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기초센터’ 지정 및 설립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협치(協治)의 테이블’이 가장 중요하다. 기초센터 지정 혹은 설립은 철저히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형성 및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기초센터=기초문화재단’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를 비롯해 평생학습센터, 사회복지기관, 사회적경제 단체 등 지역 내 다양한 논의 주체들이 수평적으로 협력하고 논의할 수 있는 협치의 평상(平床)을 잘 놓는 일이 중요하다.
고영직_문학평론가, 웹진 아르떼365 편집위원
‘기초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문제는 단순히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특정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문제, 예술대학과 청년예술가의 문제, 학교 교육과 동네 교육 등 마을 교육의 문제, 향후 지역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등과 맞닿아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실행에 있어서 수직적 전달체계가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 협력체계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나아가 학교나 센터 등 특정 공간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권경우_문화평론가,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지역 기반, 공동체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바탕은 ‘명분’이 아니라 ‘사람’이다. ‘문서’가 아니라 ‘얼굴’이다.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공동체의 의미를 질문하고, ‘마을’이라는 이름을 쓰기 이전에 ‘내 앞의 너’와 ‘내 옆의 이웃’의 삶을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태도를 만들어 내는 데에 명확한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언옥_배움과실천의공동체 고치 대표
지역 고유의 문화, 농촌의 전통문화는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하루빨리 갈무리하여 기록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소도시 거점지역 예술인들이 예산이나 문예진흥기금으로 순회하면서 농촌 군 단위에서 하는 공연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좀 더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지역 농촌의 문화는 뿌리다. 지역 농촌을 타자화, 대상화, 사물화하지 말고, 지역의 주체성을 살려낼 방법에 대해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제도적으로 관계적으로 읍면 단위 풀뿌리 지역의 문화 부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황민호_옥천신문 제작실장
젠더 이슈와 성평등 문화 확산
#Metoo #젠더 #성평등 #위계폭력금지
미투 운동 이후 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성평등 예술 창작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주체가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가지며 성평등과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투 이후 사회적으로 젠더 문제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성폭력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 권력의 문제임을 일깨웠다. 이런 변화 속에 지난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비상임 위원 후보 16명을 남성으로 채워 논란이 일었다. 평균 나이는 56.1세! 결정 권한을 가진 자리에 연령과 성별의 다양함이 삭제된다면, 문화예술계의 다양성 또한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문화예술계가 불평등한 젠더 문제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올해 말 여러 단위에서 함께 예술계 성폭력 예방 행동 강령을 만드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2020년에는 다양한 단위에서 젠더 문제에 관해 더욱 활발한 논의가 되어 민간차원을 넘어 법과 제도 또한 개선되었으면 한다. 또한 내년에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서 남성 심사위원으로만 구성된 심사나 심의를 받지 않길 기대해본다.
문화기획달 활동가 달리, 자정, 이리
문화예술계에서 양성평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직책에 아직도 남성이 월등하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박경주_작가, 다문화극단 샐러드 대표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이슈가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공연 및 시각예술, 출판과 영화 등 전 장르에서 활발하게 다루어졌고 작품의 숫자만이 아니라 질적인 성취에서도 주목받았다. 젠더 갈등도 커지면서 논쟁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문화예술교육에서 젠더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 듯하다. 논쟁을 만드는 도발적인 접근과 더불어 감각에 스며들게 만드는 영리한 접근법을 모색하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안석희_마을온예술협동조합 이사
인간 소외가 아닌 감성과 창의의 문화로
#창의예술교육 #4차산업혁명 #기술혁신 #예술의가치 #창의적사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 전반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문화비전 2030」에서는 기존 문화예술 및 콘텐츠 산업 분야의 진흥기관과 교육기관, 과학기술 분야 기관 간 협력을 통하여 기술과 문화 융합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예술교육계에서도 ‘초연결·초융합·초지능 시대’ 기술 변화가 가져올 위기와 기회,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창의예술교육랩’ 사업은 지역의 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 낼 기술 혁신을 접목한 융·복합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올해 처음 시도되었다. 강원도,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5개 지역이 선정되어 전례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는 ‘예술’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과학기술’이 ‘창의예술교육랩’을 통해 어떻게 접점을 찾아 대중들을 만나게 될지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가 크다.
박민희_마음의시력, 독립기획자
이제 삶에 대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끝없는 취업이 아니라 자기 삶의 기획이다. 취업이란 인생 전체로 보면 단기전략일 수밖에 없고, 이 단기적인 전략마저 앞으로는 인공지능, 4차 산업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고용된 자’라는 한가지 정체성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건 그리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장기적인 삶의 모델, 자신의 삶을 기획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처한 한정된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자신에게 질문하며, 생활을 스스로 창조해가는 것이다. 자신에게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며 일이 아닌 생활 창조를 통해 삶을 만족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 삶을 기획하는 역할에 문화예술의 다양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자신의 삶을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삶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영감을 제공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
박활민_삶디자인연구소장
쏟아내는 기술 언어를 빠르게 해득한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앞서가는 문화예술교육일까? 효율만을 찾는다면 모든 영역에서 기계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을 넘어 그 이면에는 사람의 가치가 있다.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진정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 그냥 기술만으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을 문화예술교육에서 찾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하이테크 기술과 기계가 절대 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서 말이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대응법이다.
정민룡_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
생애주기와 함께, 수요자 중심으로
#영유아 #신중년 #학교 #한사람을위한
「새 예술정책(2018~2022)」에서는 수요자 맞춤형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유아부터 고령자까지 계층별·세대별 요구와 특성을 파악하여 내실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유아 문화예술교육이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특히 삶과 일상에서, 수요자의 관점으로, 사람에 주목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각 광역센터에서 유아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유아’라는 대상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진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른바 키트(kit) 제작 열풍으로 나타난 것은 우려스럽다. 50+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또한 비슷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범사업으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추진했지만, 50+ 신중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적절히 활용했는지 현장에서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고영직_문학평론가, 웹진 아르떼365 편집위원
2018년 11월 교육부에서 ‘학교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증진을 위해 다각도로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교육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국정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광역·기초 교육청 및 문화재단에서 외국의 예술교육기관 등을 벤치마킹하여 예술교육 공간을 건립하고 있는데, 이 또한 그간 난립했던 지역 문화센터, 공연장처럼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만 있는 꼴로 남겨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화예술교육가, 예술가들이 주체가 되는 정책 방향, 공간 건립이 되기를 희망한다.
남인우_극단 북새통 대표
문화예술교육이 항상 특별함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헐렁하고 느슨한, 언제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만만한 풀뿌리 문화가 되고 기초적인 문화 향유의 방편이 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길 바란다.
정민룡_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
‘전지적 작가’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구체적인 나로부터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길 바란다. 5년 전 <경자 씨와 재봉틀>을 시작하며 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가 백 사람의 보통 사연임을 알았다. 집합으로만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말고, 서로의 목적과 과정을 응원하고 성취를 나누는 느슨하고도 따뜻한 연대를 상상하면 좋겠다.
임아영_광주 청소년삶디자인센터 홍보PM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반에서 문화주체들의 자율적인 활동력이 사회의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사회 각 분야에서 주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고, 문화예술분야 역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계도 교육 주체와 대상의 전환, 혹은 개념적 분리의 전복이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 주체에 대한 발상의 전환, 등장이 중요한 것 같다.
오은영_(사)문화다움 연구위원
문화 다양성, 공동체의 공존을 지키는 노력
#포용적예술 #장애예술 #문화다양성 #차이를드러내기
급속도로 다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르떼365]는 ‘존중을 향한 갈등’을 주제로 혐오, 차별,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정책, 활동을 다루기도 했다. 한편, 부천, 청주, 대전 등 3개 지자체에서 올해 「문화 다양성 조례」를 제정하려다 무산된 일이 있었다. 문화 다양성에 관한 논의와 지원은 2020년에 더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체적인 장애에 초점이 맞춰졌던 관심이 발달장애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것은 ‘에이블 아트’라고 일컬어지던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 장애를 그 자체로 긍정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커다란 기지개처럼 보인다. 어쩌면 장애 예술에 대해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최근 ‘포용적 예술’이라는 담론이 해외에서 수입되면서 장애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게 형성되고 그 장이 폭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겨지는데, 오히려 그동안 국내에서 이러저러하게 시도하고 실천해왔던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블 아트’라는 관습적 체제로도 말할 수 없지만, ‘포용적(inclusive)’과 같은 개념어로도 통칭할 수 없는 어떤 실천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그 존재 방식과 관련하여 독특한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예술적 접근은 거기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포용적 접근을 넘어 비장애인이 그들의 세계와 소통하며 인간을 다시 보는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장애 예술에는 신체적, 정신적, 혹은 인지적인 광범한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 존재를 새롭게 만나게 해주는 핵심적인 지지체로서 자리가 있으며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김인규_서천발달장애인미술창작협동조합 대표
교육이 예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은, 다양하고, 다변적이며, 유연하고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이상하고 야릇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설명하기 어려운 예술의 예술다움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계가 다루어야 하는 주제와 대상도 좀 더 확대되어야 하고, 난민 문제, 다문화가족, 북한 이탈주민 등 다양한 시민의 형태를 한국 사회가 준비할 수 있는 노력이 문화예술계 안에 있어야 한다. 혐오와 차별이 짙어질수록 예술이 사회에 무엇을 질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2020년의 도전해야 할 과제이다.
남인우_극단 북새통 대표
감추어진 격차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본다. 부의 편중과 여기에서 비롯된 문화적 향유권의 격차, 디지털 리터러시의 격차에서 비롯된 미적 경험과 (세대) 감수성의 차이 등 격차 문제들을 해결하는 예술 활동을 기대해본다. 정치 권력의 교체로 유보되거나 가려졌던 이슈는 내년 4월 총선을 계기로 어떻게든 분출될 것이다. 그 이후 이 격차에서 발생한 차이를 예술 활동으로 드러내고 사회적 해결을 요청하는 일이 더 긴요해질 것이다. 이 외에 기후변화, 젠더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지금 대중들의 눈높이와 감각에 맞게 다룰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다. 나와 무관하다고 외면하기 쉬운 무거운 이슈들을 체감하는 문제로 바꾸고 손을 내밀게 만드는 힘은 예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각을 열고 생각을 깨우는 예술의 힘이 꼭 필요한 곳에 접속하기를 기대해본다.
안석희_마을온예술협동조합 이사
지역의 삶을 담는 도시재생과 문화도시
#도시재생 #문화도시 #지역문화 #장소가치기반 #지역문화진흥법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지자체를 대상으로 매년 5~10개, 2022년까지 30개 내외 문화도시를 지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 대구, 충북 청주시, 경남 김해시, 경기 부천시, 경북 포항시 등 10곳을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했으며, 그간 시행한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보고서 등을 심사하여 내년 1월 최종 ‘제1차 문화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를 선정한다. 선정된 지자체는 5년간 국비와 지방비 총 200억 원으로 문화사업을 펼치게 된다. 한편, 1개소 당 국비 2억5천~3억 원 내외를 지원하는 ‘2019 문화적 도시재생 공모 사업’에는 총 19개 지역이 선정되었다.
개별 지역에 밀고 들어오는 다양한 ‘도시재생’에 대해 질문하고, 개입하고, 토론하고, 나아가 공동의 과제를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두려운 이유는 오랜 기간 바꿀 수 없는 하드웨어를 장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번거롭고 어렵더라도 밀착해서 다양한 틈새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절실하다.
권경우_문화평론가,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문화도시라는 이슈는 지역이 각자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드러내고, 만들어가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문화도시라는 추상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구체적인 이해와 준비가 부족한 채, 국비 사업이라는 데에만 매몰되지는 않았나 반성해볼 부분이 있다. 특히 우리의 지자체가 지역별 특성이 명확히 드러날 만큼 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오은영_(사)문화다움 연구위원
예술가를 위한 권리 보호
#공정한문화예술 #정당한대가 #예술강사 #강사법 #검열 #표현의자유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을 계기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예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구체화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 법안에는 예술 창작의 기본 토대인 표현의 자유, 문화예술인·종사자의 생존 기반인 노동권의 제도적 보장, 보편적 사회복지로서의 예술인 복지, 위계 구조에서 행해지는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 최근 몇 년간 예술계가 겪은 여러 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책이 담겨있다. 20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문화예술 종사자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위한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Aichi Triennale 2019) 《표현의 부자유展》에서 있었던 검열과 전시 폐쇄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국가에서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박경주_작가, 다문화극단 샐러드 대표
공간 혁신 등 리모델링 공사(물론 중요하지만) 같은 물적 토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 강화다. 공교육에서부터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학교예술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박민희_마음의시력, 독립기획자
보조사업에서 e-나라도움 등 부수적인 노동은 늘어나는 데 비해 인건비와 강사비는 제자리걸음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마련하고 자신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문화기획달 활동가 달리, 자정, 이리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관련해서 각 학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에 대한 예술대학과 시간강사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가 있었다. 한편, 문화재청에서는 그간 무형문화재 제도에 대한 개선과 보완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2019년 12월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이자 예술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해 왔던 김정희 선생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학위 위주의 예술교육에 대한 반성, 그리고 무형문화재 제도의 설립 배경과 현행 운영에 대한 반성은 치열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인 동시에 마냥 미루어 둘 수 없는 당면 과제로 2020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이슈로 본다.
김준영_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악장
비판과 성찰,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비평의확대 #질적인혁신 #체계화 #혁신 #도전
지원사업의 프레임과 관성적인 태도를 넘어서 문화와 예술, 교육이라는 근본적이고 고유한 문제의식과 고민 역시 계속되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시대를 상상하고, 지역을 탐색하며, 서로에게 질문하고 경청하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작은 실마리부터 하나씩 해결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의 실천적 노력과 도전이 필요할 때이다.
수업/활동의 질적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지역의 수요와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이 요청된다. ‘활동’을 하는 대신 ‘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의 작풍(作風)을 쇄신해야 한다.
고영직_문학평론가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읽어줄 수 있는 비평의 확대, 성과 관리에 대한 다원적 접근과 확대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특히 기존의 방법으로 시행되는 컨설팅과 멘토링, 모니터링 방식의 피로도가 쌓여 현장에서는 이런 부류의 성과적 가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경험과 학습, 예술과 사회성과의 인과 관계, 동시대 예술 담론에 대한 현장의 이해와 번역, 편협되나 특별한 기치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다양한 객체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 교육과 윤리, 안전에 대한 알레고리(Allegory), 지난한 예술의 과정을 압축 설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수업에 반영하고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가치 지향점들이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와 어떻게 텐션을 만들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월식_다사리문화기획학교 교장, 무늬만커뮤니티 디렉터
“지역특성화 경쟁이냐? 지역특성화 협력이냐?” 공모사업의 실적 중심 성과제도는 문화예술(교육)계의 경쟁과 배타적 성향을 키운다. “문화예술교육은 공모사업밖에 답이 없는가?”에 대한 질문 역시 깊이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언옥_배움과실천의공동체 고치 대표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미래 세대에게 요구되는 주요 능력 중 하나가 창의력이다. 창의력과 문화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대학 입학만을 목표로 하던 공교육에서 성찰과 소통능력, 인성, 감수성, 창의력 등을 함양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전면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공교육에서 기초 교육으로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박민희_마음의시력, 독립기획자
앞으로의 시대는 스스로 혼자 있음을 즐길 수 있으며 필요에 의해 연대하고 교류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해보는 사회적 루트가 필요하다. 도시와 자연을 오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스스로 접속하고, 인생 여건에 따라 생활방식을 바꿔가며, 자신을 고립된 객체가 아닌 더 큰 생명 세계의 일원으로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방식과 공간과 사람을 찾아가는 라이프디자인이 요구된다. 문화예술계는 이런 자율적인 삶의 방식의 사회적 해석과 필요한 정보 상상력, 기술 배움, 실험의 공간, 국제교류의 장 등 새로운 생활방식의 혁신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박활민_삶디자인연구소장
-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남은정, 성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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