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비영리 영역에 대한 인식도 낮거니와 제도적 지원이나 안전망도 열악하기 때문에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경험상 비영리 조직의 어려움은 내부요인보다는 사회적인 외부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참 아쉬운 일이지요. 제가 비영리 공익활동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영리 활동은 수요나 시장성만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활동가들의 가치와 신념을 더 따릅니다. 그런 이유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영역, 아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영역, 혹은 어쩔 수 없다고 방치되는 영역에 관해 다루는 경우가 많지요.
2013년, 동네 청소년들을 만나는 달꽃창작소 활동을 하면서 처음에는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저는 그저 ‘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 청소년들이 너무 가혹한 성장환경에 놓여있다는 생각, 문화예술이 아이들을 위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등의 생각으로 저의 주말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활동이 커지고, 작으나마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고, 누군가에겐 직장이 되었습니다. 점차 활동의 시간이 쌓이고 부피가 커지면서, 밀도가 필요하고 요구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어요. 외부에서는 자꾸만 우리 활동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길 바랐어요. 그런데 그 설명이란 것이 하면 할수록 블랙홀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죠.
그러던 중에 어느 기관을 통해, 제가 이 글을 통해 소개해드리는 책의 저자, 이재현 님을 만나면서 ‘비영리 공익활동’이라는 영역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어요. 점점 알면 알수록 비영리 영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영리의 영역과는 매우 다른 원리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실 우리 사회는 영리기업의 운영방식이나 그 언어에 매우 익숙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비영리 활동을 이해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되면 블랙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많은 문화예술교육 단체들이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비영리 공익활동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특성에 맞는 언어와 문제해결의 관점을 적절히 갖고 있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말이죠.
다음의 몇 가지 질문은 자신의 활동을 점검해보고, 조직의 문제해결에 어떤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 하시나요?
우리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까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요? 우리 조직과 활동에 있어서 상상력이 고갈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좀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고 있지요. ‘상상’은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고, 추상적이며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익숙한 것들로만 세상이 채워진다면… 이 사회는 이렇게 멈춰버리면 되는 것일까요? 저는 활동가란 ‘상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상상이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상상을 멈춘다면 그 활동의 에너지와 생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활동은 방향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질 것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보람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활동이 지나치게 관습화되고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상의, 하시나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상의하고 있을까요? 혹시 혼자만, 불과 몇 명의 조직 구성원들끼리만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사회의 변화는 나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사회의 변화란 사회적인 ‘문화’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은 혼자 형성하는 것이 아니지요. 많은 사람이 함께 비슷한 생각을 할 때 형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상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자꾸 더 많은 사람과 상의하고, 또 그것이 가능한 상황을 바로 우리 활동의 성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활동을 지지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변화는 발생할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관계자 관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권한과 역할을 나누어 성취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점이 우리가 익숙한 영리기업, 영리활동과는 크게 다른 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칙, 있으신가요?
우리는 적절한 판단기준이 있을까요? 동료들이 각자 업무와 역할에서, 그리고 우리 활동의 전체 방향에서 나침반으로 삼을만한 원칙이 있을까요? 저는 원칙이란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영리 공익활동의 경우에는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원칙일 것입니다. 그리고 원칙은 글자로 적어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 ‘조직문화’로써 형성됩니다. 또 원칙이란 우리가 하는 일을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로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그러한 원칙과 조직문화가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나 혼자 하는 일’이 되어버리겠지요.
행복, 하신가요?
우리는 여전히 행복한가요?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의 들뜬 마음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어떤 일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을 갖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종종 다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와 함께하는 참여자,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절히 행복을 잃지 않을 만큼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활동을 키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활동의 본질을 헤쳐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장’과 ‘확장’ ‘확대’를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종종 그것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보여요. 하지만 비영리 공익활동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방법에도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지요. 천천히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좀 더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지쳐버리기 쉽겠지요.
이 글에 담지 못한 많은 내용은 다음 세 권의 책을 통해 얻으실 수 있어요. 우리의 활동에, 조직 운영에 끼어있는 안개를 조금이나마 걷어내실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 우리는 잘하고 있어요!
이미지제공 _ 바른북스, 지식과감성, 더숲, 알라딘 인터넷 서점
- 최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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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동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꽃놀이하러 왔다 반한 남산자락에 청소년과 청년들의 놀이터 달꽃창작소를 열었으며, 최근까지 대표직을 역임했다. 현재 용산구 마을자치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ufonp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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