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가치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문화 창조에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 이렇게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재창조된 문화는 우리 사회의 결속력과 창의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오늘은 전통문화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술 얼리어답터를 찾아라
흔히들 한국의 전통주라고 하면 막걸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전통주는 다양하고, 각각의 술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다. 2014년 우리술 플랫폼을 오픈하며 시작된 ‘술펀’은 이런 우리술과 술 문화를 알리고자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5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에 있는 양조장의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홍보하고 있으며, 전통주 신제품 개발은 물론, 우리술 스토리텔러인 주령사를 양성하는 일도 하고 있다.
주령사는 우리술과 우리음식,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주와 전통문화를 전파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이끄는 우리술 전령사를 의미한다. 2016년부터 2018년도까지 연 2회씩 교육과정을 진행하여 현재까지 7기 과정이 종료되었고 8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는 미취업청년, 경력단절여성, 은퇴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일반인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교양과정으로 개편되어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술의 역사는 물론 양조 과정 체험과 시음을 통한 실습 등 다채롭게 구성된 과정을 통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있다.
이제 술펀은 새로운 도약을 내딛었다. 올해 8월, 매월 구독료를 내면 우리술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술 구독 서비스 ‘술을 읽다’를 선보인 것이다. 전국각지의 특색 있는 술을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술책과 함께 만나보는 이 서비스를 통해 매달 무형문화재가 제조한 술, 출시 직전 신제품, 쉽게 구하기 힘든 술 등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전국 각지의 영세 양조장의 마케팅에 힘이 되고자 시작된 이 서비스는 ‘남다르게 읽어라, 남들보다 누려라, 남모르게 마셔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통주 덕후들을 모으고 있다. ‘알코올 얼리어답터가 되자’라는 술펀의 홈페이지 문구처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그저 전통을 계승하는 일이 아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힙한’ 활동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분도 술펀의 ‘술을 읽다’를 통해 ‘술 리더’가 되보는 것은 어떤가?
택견, 예술적 가치를 발굴하라
201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한 전통무예 택견은 전통과 역사에 비해 대중화가 되지는 않은 편이다. 이런 택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청년들이 모여 2013년 사회적기업 ‘이크택견’을 만들었다. 이크택견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라는 비전을 가지고 택견 공연, 교육 체계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며, 택견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배움의 장소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크택견 퍼포먼스(왼쪽)와 뮤지컬 <살판>
[사진 제공] 이크택견
이크택견은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택견에 마샬아츠 트릭킹, 케이팝(K-POP)댄스 등을 융복합한 융합퍼포먼스인 ‘비각’, 택견을 활용한 마당극과 뮤지컬 <살판>,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태껸아동극 <꼬마전사 이크> 등 택견에 녹아있는 예술적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이런 참신한 기획을 인정받아 작년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틀을 깬 그들의 화려한 볼거리는 신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이크택견은 국난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의병’을 알리기 위한 ‘의병 축제’를 주관하고, 택견 교육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교습소를 운영하며 택견을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크택견은 자신감, 자기보호, 배려의 삼박자를 갖춘 택견 교육으로 학교폭력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택견을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켜 전통문화 보전은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풍물굿을 창조하라
우리 안의 흥을 일깨우는 추임새인 ‘얼쑤’. 여기 우리 모두의 어깨춤을 끌어내는 공연단이 있다. 광주광역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사)전통문화연구회 얼쑤는 전통문화인 풍물굿을 발전시키고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1992년 창단했다. 요즘엔 굿이라 하면 미신에 따른 기이한 행위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얼쑤는 우리나라 전통 굿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깨뜨리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좋은 기운을 나누고, 슬픔을 해독하는 일’로서의 풍물굿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풍물굿을 모태로 남녀노소는 물론 동서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창작하는 전문 타악그룹으로 성장했다.
얼쑤는 각종 타악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광주예술난장굿판’이라는 축제를 주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와중에 전통을 재해석하는 창작도 지속하고 있다. 동서양악기를 접목한 타악콘서트 <락의로>, 새로 제작한 악기를 활용한 연주극 <질주>, 네 명의 타악기 연주자와 한 명의 연기자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작품인 <흥> 등 참신한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타악뮤지컬 <몽키즈>이다. <몽키즈>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는 사막에 비가 내리지 않자 물을 찾아 떠나는 내용으로, 극 중 원숭이의 왕, 아부하는 원숭이들, 그 외 백성 격의 원숭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고도의 특수분장과 텀블링을 하는 댄서들까지 필요한 이 극은 풍물굿을 활용한 융복합 콘텐츠이다. 이 밖에도 2016년부터 공연장과 강의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지원하며 대중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지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난장 축제와 여러 교육프로그램으로 광주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세상이 변화하면 문화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문화가 변화하면 세상도 변하게 된다. 세상의 흐름에 맞서기보다 세상에 흐름에 따라 변화한 전통문화가 열어가게 될 세상은 과연 어떨까?
arte365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