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컬(LOCAL)’이란 단어가 가장 트렌드한 단어처럼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책 혹은 기업의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 지역은 산맥이나 구릉 등 자연환경에 의하여 접근성을 기반으로 구획되었거나 혹은 행정적 구역으로 나뉘어 시나 군처럼 구분이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에는 문화, 민속, 경제 등 지역적 유기체로 지내왔던 지역적 특성들이 지역 맛집이나 제품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대도시의 삶이 아닌 지역의 문화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만들어가는 일본을 다녀왔다.
가장 무지스러움
파운드무지
파운드무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무인양품은 생활용품 9개, 식품 31개 등 총 40개의 품목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생활 잡화 브랜드였다. 1983년 무인양품 1호점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7,000종이 넘게 판매하는 글로벌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30년이 넘어가면서 무인양품답다는 ‘느낌’을 구체화하기 위해 2003년 ‘파운드무지(Found MUJI)’라는 리브랜딩을 시도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무인양품을 찾는 활동을 이어나갔고, 2011년 1호점 자리에 ‘파운드무지 아오야마’ 매장을 오픈하였다. 현재는 한국, 중국, 대만, 프랑스 등 25개국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각 나라와 지역에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 중에 무지의 철학이 연결된 제품들을 상품화하며, 지역에서 잊힌 문화를 찾아내고 새로운 제품의 라인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지역의 고유성이나 수작업의 장점이 살아 있는 제품을 찾아 파운드무지 제품으로 상품화하거나 샘플과 사진 같은 리서치의 결과를 알리고 공유하고 있다. 원래 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제품은 사각 나무 쟁반, 옹기, 식탁용 빗자루, 물푸레기 목기 등이 있다.
오래된 디자인과 지역 문화를 찾는
D47
D47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는 2000년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만든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을 테마로 하는 편집 스토어이다. 제품・레스토랑・출판・관광 등을 통해 일본 47개 현 각각의 개성과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제품이 아닌 롱 라이프 디자인을 홍보하고 있다. 롱 라이프 디자인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만들거나 사용하는 제품, 장인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여 디자인의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말하는 롱 라이프 디자인은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제품 본연의 기능에 대해 고민하고 그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제품이 디자인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는 롱 라이프 디자인을 새로운 소비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D47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D47에는 뮤지엄(Museum)과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Design Travel Store), 레스토랑 쇼쿠도(Shokudo)와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지역 대표 제품들 중에 구매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옆에 있는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에서 구매하고, 가는 길에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다. 디앤디파트먼트 여덟 번째 스토어이자 해외 첫 지점인 서울점은 2013년 11월 9일 이태원 지역에 오픈했고 일본과 전 세계에서 수집된 롱 라이프 디자인, 그리고 옛날부터 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공예품과 특산물, 지역의 롱 라이프 상품과 리사이클 상품 등 한국만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한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쌀이 아니라 한 끼의 행복을 파는
아코메야
아코메야
스타벅스, 쉑쉑버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숍을 일본에 들여온 ‘사자비 리그(Sazaby League)’는 유행을 앞서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본 본연의 문화도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식문화의 중심에 있는 쌀을 테마로 한 다이닝 편집매장인 ‘아코메야(Akomeya)’를 2013년 오픈했다. 갓 지은 쌀밥이 담긴 밥그릇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 그 밥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겠다는 의도였다. 쌀, 조미료, 반찬, 사케, 조리기구, 주방용품 등 9개의 카테고리로 쌀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쌀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포장 단위를 고민하고 다양한 밥맛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본 전 지역에서 맛이 다른 20여 종류의 쌀을 5단계 도정 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5종, 7종, 10종의 쌀을 작게 포장한 샘플러 패키지를 통해 입맛에 맞는 쌀을 고를 수 있다. 스시, 솥밥 등 어떻게 밥을 지을 것인지에 따라 가장 이상적인 밥맛을 위해 밥을 짓는 방법과 물의 양도 설명해 주며 쌀 추천을 통해 고객의 기호와 상황에 맞는 쌀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다. 매장에는 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반찬류를 중심으로 코너가 구성되어 있다. 쌀로 만든 사케부터 음식과 식문화 관련 도서, 조리기구, 주방용품 등도 판매를 한다. 상품 외에도 매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쌀 맛 구별 방법 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매장 내에는 ‘추보’라는 식당이 있어 판매하는 쌀과 반찬류를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점심은 1인당 2,000엔, 저녁은 4,000엔 정도의 높은 가격이지만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삶의 가치관은 변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서비스와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살아가는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주택 모델이 개발되고 더 이상 소유물로 보지 않고 공유하는 주거문화로 변해가고 있다. 일하는 방식 역시 초기 비용을 들여가며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유의 힘으로 공간을 구성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시 역시 재개발의 방식이 아닌 재생의 방식으로 더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며 정책도 변해가기 시작했다. 대도시에 모여 사는 삶에서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찾고 만들어가는 지역의 소셜벤처들도 많아지고 있다. 공유와 순환의 중심에서 우리 삶의 패턴이 변하고 가치관 역시 변화해가고 있다.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제품 중심의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했던 산업에서도 삶을 공유하고 순환해가는 산업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파운드무지와 D47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사라질 수 있는 제품과 문화를 기록해가고 있다. 쌀 중심의 식문화가 쇠퇴하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따듯한 밥 한 끼를 통한 진정한 행복을 전달해주는 아코메야는 새로움만이 좋은 것이 아닌 오래된 것을 통한 순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사용자 니즈에 따른 사람의 삶, 그것이 라이프스타일이고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공유와 순환이 진행될 것이다.
- 관련링크
- 파운드무지 www.muji.net/foundmuji
- 디앤디파트먼트 www.d-department.com
- 아코메야 www.akomeya.jp
사진 _ 나태흠
- 나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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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안테나 대표.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기존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넘어 지역재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기업 안테나를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디자인콜라주워크숍(desgin collage workshop), 지역커뮤니티 북카페 치포리(chipoli), 코워킹&코리빙 아츠스테이(artxstay)를 6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도시재생부분 운영, 국토교통부의 청년도시재생해커톤 기획 운영과 다양한 문화적 도시재생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taiheum.na
이메일 hellodesignthin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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