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편히 쉴 수 있는 집일 것이다. ‘주택(住宅)’이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에도 가족과 나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자 동시에 긴장감을 해소하고 정신적인 안정과 문화생활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또한 살다(住)와 집(宅)의 합성어로 사람이 집에 들어와 머문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한자어인 주거(住居)와 비슷하나 주택은 건물을 지칭한다면 주거는 집을 사용하는 생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주택을 만들고 보급하는 데 가장 큰 초점이 맞추어져 공공성에 기반을 둔 임대주택을 보급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주거에 대한 부분이 점점 중요해지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주택들이 보급되고 있다.
예술가 주거에 대한 실험, 만리동 예술가 주택
2013년 서울시와 SH공사가 예술인들의 경제적 안정과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고자 보급한 막쿱(Malidongartists Cooperative, M.A.Coop)은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동주택’이다. 2013년 6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때부터 실제 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공동체 주택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2014년 12월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미술, 연극, 문학, 영화, 사진, 음악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29세대가 입주했고, 주거공동체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주거권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권은 인간의 욕구 중 ‘주(住)’, 즉 주거에 대한 기본적 욕구 혹은 보편적 인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거에 대한 기본 권리 혹은 주거생활 관련 권리에 대해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인권단체, 학계 등에 서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적절한 주거 생활을 누릴 권리인 주거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 안균오. 2016, 『공공임대주택』. 서울연구원, p.26
막쿱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주거권을 확보해줌으로써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는 사회적인 흐름도 만들어졌다. 막쿱 이후에도 ‘연극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정릉예술인마을’ 등 예술가의 주거에 대한 다양한 대안도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급에 치중하던 기존 예술가 주택 사업들이 관리 중심 공간 운영으로 인해 입주자들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예술가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이나 청년주택 등 관(官)이 공간 운영을 주도하는 모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직은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순히 대안적 공간으로만 만들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공동주택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동주택 자륵파브릭(Sargfabrik, 관(棺), 공장)을 설계한 프란츠 숨니치는 일반적인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주택을 만들기 위해 ‘따로 또 같이’라는 콘셉트로 7년 동안 공동체 주택을 만들었다. 공동체로서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공유 공간을 개발해 갔다. 그러다 보니 1층에는 커뮤니티 공간, 카페, 테라스, 유치원을, 옥상에는 정원, 텃밭을 그리고 지하에는 공동 사우나와 수영장 그리고 재즈 공연장까지 만들었다. 주민 협의체를 통해 차를 소유하지 않겠다는 데 입주자들의 동의를 얻고 그 공간을 재즈 공연장으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공연장으로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집의 내부는 훗날 자녀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방을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였고 집에 있는 테라스는 이웃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1996년에 완공된 1호점에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모든 입주자가 계속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1998년에 만든 2호점의 경우 길과 연결된 건물 면은 막고, 내부는 발코니와 함께 연결되는 식으로 설계하였다. 스킵 플로어를 적용하여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높였고 공동체 공간으로 세탁실, 도서관, 커뮤니티실, 주방, 오피스, 자전거보관실, 공연장을 만들었다. 세탁실에서 세탁을 하며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도서관이나 공유 주방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동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입주민끼리 교류하도록 구성하였다. 내부 중정에는 큰 나무로 주민들만의 안정적인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였다.
유럽에서는 1912년 처음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체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시절 노동자들은 사회구성원 중 가장 중요한 시민이었고 주거에 대한 부분이 가장 중요한 삶의 질 중 하나였다. 이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서 대단위의 사회주택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주택에서 공동체 주택까지 관(官)주도의 사업뿐 아니라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도 사회주택이 대안적 주거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공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임대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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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륵파브릭 1호점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9WgxmNqp8 -
자륵파브릭 2호점 – 지속가능국제건축전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zGhSYnP-iQ
혼자가 아닌 함께, 커뮤니티 중심의 주거 문화
혼자서는 시도해보기조차 어려운 집의 문제를 청년들이 함께 주체가 되어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고자 2014년 3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주택 보급 중심이 아닌 주거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였다. 조합원들은 리모델링 교육, 주택시설관리, 공동체 관리 등 조합 사업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그것을 사회적 활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4년 5월 달팽이집 1호를 시작으로 ‘주택의 비영리 공급’, ‘사회적 비용의 절감’, ‘안전망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점차로 그 수를 확대하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진출처] minsnailcoop.com
[사진출처] minsnailcoop.com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오래된 지역일수록 예술가들은 모여들고 예술가들의 활동은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만 결국 상업시설에 터전을 빼앗겨 버린다.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지역 주민이 공공기금의 도움을 받아 지역 문화유산이나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매입하는 시민자산화의 움직임이 생겼다. 시민자산화는 공동체로서 지역의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사회가 모든 비용을 지출하려다 보니 민관협력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회주택의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사회주택은 민관협력 사업으로 공공이 토지를 매입하고 사회적경제 주체가 최대 40년 동안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 안테나는 2016년 아츠스테이 창신점을 시작으로 예술가와 창작자를 위한 사회주택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도시재생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주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많은 지역에서 창작자들의 위한 사회주택이 보급되길 바란다.
- 관련링크
- 막쿱(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facebook.com/macoop.kr
- 서울시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http://soco.seoul.go.kr/soHouse/index.do
- 아츠스테이 http://www.artxstay.com
-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http://soco.seoul.go.kr/soHouse
- 나태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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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안테나 대표.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기존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넘어 지역재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기업 안테나를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디자인콜라주워크숍(desgin collage workshop), 지역커뮤니티 북카페 치포리(chipoli), 코워킹&코리빙 아츠스테이(artxstay)를 6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도시재생부분 운영, 국토교통부의 청년도시재생해커톤 기획 운영과 다양한 문화적 도시재생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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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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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일에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늘 동경하던 공간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대리만족도 되는 듯 하고,,
암튼 내용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진 [아르떼365]는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유와 순환] 연재가 남아있으니 계속해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