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문화예술교육

2018 부평문화포럼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문화예술교육’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이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은 정부 주도형 모델로 성장해왔지만 늘 문화예술교육의 정의에서부터 주체, 효과 등에 관해 여러 가지 담론의 변화와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리고 지난 11월 8일 부평구문화재단이 주최한 부평문화포럼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이 정리되고 예술가의 역할과 예술 활동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경희대학교 박신의 교수는 예술교육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독일 아티스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명제를 들어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잠재된 창의력이 있다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점이고, 예술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창의력을 발견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풍부하고 의미 있게 갖게 되고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학교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강사 제도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인지에 관한 의문을 표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사회적 구도를 제시하고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이 참조할 만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사회적 구도는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영향 연구, 문화다양성의 중요성, 예술의 사회적 포용력,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혁명 등 4가지이다. 예술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제시하여 국가로 하여금 정책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한데 결국 예술지원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것과도 같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다양성과 사회적 포용력을 높이는 데에 효과적이며, 장애 예술을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로 칭하면서 펼치는 영국 장애 예술 정책처럼 보다 폭넓은 대상과 확장된 개념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아트 테크놀로지(Arts Technology)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기술의 발전에 예술가가 기여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개념이 보다 넓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이 수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은 학습과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은 ‘모두를 위한 예술’과 ‘모두에 의한 예술’이며, 교육은 ‘가르치기, DIY, 공동 작업하기, 격려하기, 동기 부여하기’로 해석했고, 이에 따라 예술교육은 ‘모든 이의 창의성, 어디에나 있는 창의성을 일깨우기’이며 문화예술교육사는 ‘자기 성찰력을 제공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차별,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라고 정의했다.
박신의 교수는 예술강사 제도로 대변되는 학교 예술교육과 제도화, 상대적으로 적은 범위를 차지하는 사회 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협의적인 접근 등 예술가의 정체성이나 모더니즘적 예술 형식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이 확장되고 재정의 되기를 요구하였다. 또한, 현재 학교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강사 제도가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감자꽃 스튜디오 이선철 대표는 감자꽃 스튜디오와 영국 게이츠헤드(Gateshead)의 예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발전과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기까지의 주요 요소들을 간결하게 전달했다. 감자꽃 스튜디오의 운영목적과 기능은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는데 1순위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었고, 2순위는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지역 주민과 어울려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이고, 3순위는 ‘방문자 공간’이라고 한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에는 예술가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선철 대표가 꼽은 세 가지에는 없지만 ‘충분한 시간’과 ‘간섭 없는 행정지원’도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평창군은 간섭 없는 지원을 하고 감자꽃 스튜디오는 운영에 집중한 결과, 지역의 어린이는 청년으로 성장하여 다시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북동부 게이츠헤드의 도시재생 과정은 ‘북쪽의 천사상(Angel of the North)’ ‘세이지음악당(Sage Gateshead Music Center)’과 같은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에 집중되었으나, 결국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이었다. 게이츠헤드에서 20여 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를 했던 폴 꼴라드는 세이지음악당처럼 유의미한 고급예술에 할애할 부분은 타협 없이 철저하게 만들고, 주민에게는 예술이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관객 개발에 집중했다고 한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고 예술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인 자존감을 높이게 되었다. 두 사례는 문화예술교육이 도시재생, 생활문화, 문화복지, 관광산업까지도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성과가 있으려면 정책과 인프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균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박신의 교수
  • 이선철 대표
토론자로 참여한 aec비빗펌 윤현옥 대표는 예술교육을 통해 잠재된 창의력을 찾는 것이라는 점에서 박신의 교수가 정리한 문화예술교육의 정의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인하대학교 전승용 교수는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생애주기별로 확장되고 있지만, 경제활동 중인 문화예술교육사의 89%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이에 대해 박신의 교수는 문화예술교육사가 꼭 정규직이어야 할지 반문했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접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자기 성찰과 창의력을 찾아 삶의 변화를 유도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이선철 대표는 앞서 언급했던 폴 꼴라드의 말을 인용했다. 교사가 되어 정규직이 되는 것보다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교육자보다 예술가로의 지위를 더 선호했다는 그의 사례를 전하며, 예술강사의 정체성에 대해 현장과 정부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에둘러 이야기했다. 문화예술교육이나 문화예술 활동을 할 때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화되는가가 중요하다고 전하며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다.
기초문화재단이 지역의 공동체와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박신의 교수는 암스테르담에서 하는 스토리하우스(마을문제연구소) 형태의 사업을 언급하며 동네에 오래된 것들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누적시켜 스스로 지역의 저변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이선철 대표는 재단이 너무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보다는 공동체가 예술을 필요로 할 때 좋은 콘텐츠와 예술가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예술가이고 문화재단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과 좋은 친구이자 사업을 개발하는 관계가 되어 협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마지막으로 질문한 예술강사는 현장에서 스킬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박신의 교수는 스킬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정의와 기능을 확장하자는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가 공장의 노동자에게 사진을 가르칠 때, 사진 촬영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면서 사진을 그냥 찍어보라고 하면, 노동자는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이는 사진작가가 촬영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며, 스킬의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윤현옥 대표
  • 전승용 교수
이번 포럼 내용은 예술가와 예술활동의 개념이 확장되고, 예술교육의 형태로 구현되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의 필요성과 사례들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주도형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다소 일방향성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인식한다면, 오히려 이번 포럼처럼 기초문화재단이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현장의 요구와 이슈를 연결하여 활동할 수 있는 지원 구조를 만들고 의미 있는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찾아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2018 부평문화포럼은
‘도시x지역사회x지역주민을 연결하는 문화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지역문화정책과 관련해 도시에서부터 지역주민까지 하나씩 짚어본다는 취지로 연간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문화예술교육’은 지난 10월 25일 ‘장소의 재발견을 통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11월 1일 ‘일상에서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자리였다.
사진제공_부평구문화재단
신미라
신미라
문화재단과 전통시장에서 문화예술지원과 다양한 기획사업을 했다. 현재는 기초 단위의 지역 현안과 문화자원들에 관심을 갖고 군포문화재단에서 군포책마을 사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baobabatda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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