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가 일을 하는 친구에게서 두 달 동안 디자인 일을 하기 위해 곧 한국에 온다고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귀국하는 친구에게 숙소 정보와 코워킹( coworking)이 가능한 곳을 알려주려 했더니, 이미 예약을 끝냈다고 했다.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물어봤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두 달 예약했고, 코워킹 공간은 안테나에서 운영하는 아츠스테이에 머물 거라 했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Joe Gebbia)는 자신의 아파트 월세를 벌기 위해 고민하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릴 때마다 숙소를 구할 수 없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룸메이트와 디자이너 전용 숙박을 계획했다. 공기 침대(air bed)와 조식 제공(breakfast)의 숙소로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사업을 시작해 만들어진 게 지금의 에어비앤비(Airbnb, air bed & breakfast)이다. (참고 : 조 게비아 TED 강연)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대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났다. 즉,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참고 : 박문각. 『공유경제』. 시사상식사전. 네이버지식백과. 2013)
유형과 무형을 모두 포함하는 공유경제는 거래하는 형태에 따라 쉐어링, 물물교환, 협력적 커뮤니티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쉐어링은 사용자들이 소유하지 않고 서로가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동차 쉐어링 회사(쏘카, 그린카)가 대표적이다. 물물교환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의 중고매매(중고나라, 벼룩시장)가 대표적이다. 협력적 커뮤니티는 유형과 무형의 자원을 모두 다루는 특정한 커뮤니티 내부의 사용자 사이의 협력 방식으로, 공간 쉐어링(스페이스클라우드)이 있다.
공유경제는 가격체계가 아닌 사회관계와 공유를 기반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배분한다. 이용자와 중개자 그리고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기존의 경제구조는 생산자 중심의 제품개발로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 제품을 판매한 이익을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공유경제는 거래하는 이용자들의 이익뿐 아니라, 거래 자체의 자원 절약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공유경제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는 쉐어오피스일 것이다. 글로벌 코워킹 회사 위워크(wework)는 2016년 8월 한국에 진출한 후 현재 13호점까지 늘려가고 있다. 위워크의 경우, 사무실 임대사업의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고 사업자등록 서비스와 우편 서비스를 해주는 것만으로는 기존 코워킹 시장에서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여 ‘커뮤니티’라는 프로그램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기존의 임차인과 임대인의 일대일 관계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공동체를 관리하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임차인(사용자)의 다양한 니즈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개선한 것이다.

사진출처 : 아츠스테이(artxstay) http://artxstay.com/
적게 소비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안테나 역시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쉐어 공간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7월 6월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시작으로 ‘아츠스테이(artxstay)’라는 브랜드를 런칭하여 크리에이터를 위한 코워킹과 코리빙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래창작촌의 경우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을 가지고 있는 작업실은 거의 없었다. 예술가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쉐어하는 작업실을 예전부터 활용하고 있지만, 저렴하게 작업실을 유지하다보니 기존의 시설, 환경,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츠스테이는 올해 3월 문래동에서 15개의 작업실과 다이닝, 샤워장, 화장실 그리고 40평의 갤러리가 포함된 공간을 열었다. 이외에도 크리에이터들의 워크숍과 작품 전시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28명의 크리에이터가 공동 주거할 수 있는 코리빙 공간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세기를 거치며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 변화는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환경과 공동체의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 나은 세상, 지속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혁신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회혁신을 위해선 거대담론이 아니라 작고 지역적이고 열려 있으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에치오 만치니) 중
우리가 직면한 환경과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구의 자원은 한계에 직면하고, 환경은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위기종을 양산하고 있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가능한 자원을 적게 소비하거나 최소한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시작하는 변화의 과정이 공유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삶’이 아닌 ‘함께 사는 삶’인 협동의 힘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하며, 협동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행태의 조직과 방식의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나태흠
나태흠_사회적기업 안테나 대표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기존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넘어 지역재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기업 안테나를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디자인콜라주워크숍(desgin collage workshop), 지역커뮤니티 북카페 치포리(chipoli), 코워킹&코리빙 아츠스테이(artxstay)를 6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도시재생부분 운영, 국토교통부의 청년도시재생해커톤 기획 운영과 다양한 문화적 도시재생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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